떠난 사람의 이름
詩 최 마루
아무개의 묘표 앞에서 숭고한 묵독을 해봅니다
핑 사르르 도는 눈물
그대도 예전에는 이 세상으로 단조로운 여행을 왔었군요
생의 맛을 돋우던 세월은 그때도 있었나요
그래요! 당신의 현명한 이름은 무엇이었던가요
세상으로 도도히 흐른 당신의 시간은
곧 풍부하고 아름다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랬었죠
국시기 한 그릇에 마늘 향은 고요로이 맴돌고
비굴해질 수 있는 용기의 날을
나는 오늘에서야 갈아봅니다
한때는 순조로운 실패로 삶의 일부처럼 치부해보았지만
가슴에 남은 굳은살은 참으로 버거운 삶 자체였습니다
당신 살아생전
깔끔한 백김치를 그렇게 좋아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제는 떠난 사람의 유형만 외울 뿐이네요
요즘 유행의 맛은 도토리묵 밥이라는데
이조차 그대와 한끼 나누지 못하였으니
무엇이 그리 바빠서 먼저 달려갔나요
인고의 세월이 분명 외래어는 아니지만
살면서 저속한 말들도 그냥 그냥 들었고
신기한 문자도안에 눈도 휘둥그래 했었지만
반듯한 삶을 존경한다면
길어진 모가지 하나 쑤욱 빼어 놓았다면
결코 허접한 생이래도 곁눈질해서는 아니 되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정말 우화 같은 삶이었네요
홀로 지껄이는 나의 언어이지만
분장 없이 떠드는 리허설이라 헤아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