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는 국토해양부 장관을 지내신 고 정종환 장관이시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4월 27, 28, 29 일인 오늘까지 아내는 장례 기간 내내 3 번씩 찾아가 장례예배의 찬송과 말씀을 나누고 왔으며 그분의 저서를 들고 와서 보여 주었다.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정흥국 씨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안내 봉사를 맡은 선 굵은 신사였기에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궁금증의 바탕이 되었다
1946 년 생 으로 향년 78 세. 돌아가시기엔 좀 이른 느낌은 들지만 정 장관께서 이룬 업적으로는 나 같은 필부가 백 년을 더 주어도 다 하지 못할 일을 이루어 놓고 가셨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청양 농고를 나와 고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거쳐 40 년간의 공직을 수행하셨던 분이시다
특히 길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하셔서 하늘길, 도시의 길, 철도와 지하철, 바닷길, 그리고 4 대강의 물길을 살리는 일에 초대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무거운 공직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셨다.
나와 비슷한 점은 그는 북한산을 750 번쯤 올랐다고 하셨고 나는 850 번쯤 오른 것뿐이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북한산의 산길을 누볐고 나는 시를 암송하며 골짜기를 걸어 다닌 게 다를 정도다 그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길을 만들었고 나는 겨우 그 일부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토요일 고인이 만든 아라뱃길의 일부인 한강의 양화대교를 건너며 대기업 사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친구는 은퇴 후 우리와 더불어 서울 나들이를 즐기는데 몸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아 늘 조심하고 있지만 아직도 술은 좋아한다 현업 시절은 늘 조직과 목표, 효율과 이익, 상사와 주주, 종업원과 고객의 만족을 위해 몸이 부서지라 일하였으나 개인의 건강은 조금 소홀한 모습이었다
봄을 눈부시게 만들어주는 벚나무의 화려한 삶을 돌아보게 된다 벚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수명이 짧다고 한다 보통의 나무들이 백 년을 산다면 벚나무는 7~80 년 남짓 산다고 들었다 봄이 시작되는 3,4 월에 모든 벚나무가 벚꽃을 한꺼번에 피우기 위해 날을 잡아 전심전력의 에너지를 쏟아부어 꽃을 피우기 때문에 그 순간에 몰입되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아서 에너지의 고갈로 나무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많은 업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그토록 많은 에너지의 소진을 하였기에 하늘로 올라가는 티켓을 일찍 받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물론 오래 산다는 것이 행복이거나 최고의 선은 아닐 것이다. 주어진 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의 평가가 한 인물의 진솔한 모습 아닐까?
그리고 식물의 세계에도 인기 있는 장미나 백합도 중요하지만 길가에 홀로 핀 민들레와 냉이도 한 지구의 식구이기에 비교나 귀천으로 나눌 수 없을 만큼 각자가 귀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름다운 공존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어설픈 사람의 잘못된 지식으로 막무가내의 감성을 유발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 장관께서 안타까워하는 내용 중에 천성산 도롱뇽 사건이 있었다. 2004년 8월 때아닌 '도롱뇽' 논쟁이 불거졌다. 경남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 터널이 도롱뇽 서식지를 파괴할 것이라며 지율 스님이 도롱뇽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농성 중인 지율 스님을 찾아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끝에 2010년 천성산 터널이 완공됐지만 도롱뇽 생태계는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지연으로 날린 비용이 145억 원이니 도롱뇽의 대리인인 지율 스님은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졌을까요?
한 사람의 생애가 가볍고 무거움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예수님 공생애 3 년보다 무거운 저울 추가 있을까?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도 설교 중에 자신의 숱한 경험을 말할 수 있고 자신의 다양한 지식과 에피소드를 설득의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설교는 오직 성경 안에서, 성경 속 이야기로 그날의 주제를 전하신다
감히 인간의 일로 인간에게 감동 주려는 인간적 행동을 극도로 삼가시는 것이다 오직 성경 말씀으로 그 진정한 뜻을 전하려는 것이라 세상의 명예, 자랑, 베품, 인정을 모두 제쳐두고 예수님의 삶처럼, 그분의 진정한 뜻을 깨닫고 알아갈 수 있도록 그토록 힘든 사역을 열정적으로 임하시는 것이다.
목자가 양들을 인도하듯이 부질없고 허망한 세상적 성공보다 진정한 '하나의 교회'가 되도록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불교에서의 깨달음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 닮은 진정한 교회가 된다면 성도들은 누구나 진실로 충만하고 거룩한 삶을 살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분의 공생애 삼 년보다 무겁지 않은 삶으로 다른 이를 평하는 도토리 키재기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