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들이] 당진 찍고, 옥천 그리고 천안..
길을 나섰다.
머리속에 대충 그려넣은 전국지도와 시간스케줄.
아, 근데 시작부터 파이다. 서부간선도로를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 반가량을 소요하고 말았다. 왠지 빡센 하루가 될 조짐이었다.
3개월여 만의 조우였다. 공부하러 입산하기 직전 찾아뵙고 하산하자마자 바로 찾게되는 피카츕스 버들형님이다. 내게 쓴소리 잔소리 마다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남자.
작은 커피가게로 가는 도중 내 차소리가 이상하다며 차를 세워놓고 정비를 할 태세. 헉!
갈길이 멀어 당진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당진시내를 빠져나와 면천IC로 가는 길은 가을 정취가 물씬했다.
울긋불긋 호젓한 가로수 단풍길과 차창밖 멀리보이는 가을걷이한 텅빈들녘의 목가적 풍경. 이 느낌 그대로를 차에 싣고 충북 옥천으로 향했다.
옥천엔 유튜브 기타강좌를 진행하고 있으신 '진샘기타' 진충우선배님이 계신다.
네비게이션 안내따라 들어간 곳은 관공서였다. 진선배님은 그곳 장이었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온화한 성품의 덕장.
많은 유튜브 기타강좌 중에 유달리 진정성으로 나루터의 마음을 붙든 몇 안 되는 분중의 한분이 아닐까 한다.
통기타얘기꽃을 피우다보니 해가 뉘엿뉘엿한 오후 5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5시에 천안 클래식 지존 박짱선배님을 만나기로 했었다. 1시간여 걸릴 거란다.
아쉬움을 달래며 차를 옥천IC를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 위로 올렸다.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이 늦어지다보니 자꾸 악셀을 밟게 된다. 천안시내 약속장소에 거의 다가선 퇴근시간 탓인지 도로는 온통 붉은빛.
많이 늦었더랬다. 그래도 웃음잃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주신 박짱선배님과 강지숙님.
박짱선배님께서 활동하는 천안 한울림통기타동호회 근처에서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함께 기타신 신동욱님의 기타공연장을 향했다.
편의상 내차는 세워두고 박짱선배님차로 움직였다. 퇴근시간 도로정체는 서울이나 천안이나 마찬가지였다.
도착한 멜버른커피하우스아트홀. 아담한 커피숍은 이미 만원.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구석진 곳에 앉아 공연을 보아야 했다. 다음엔 꼭 일찍 가서 좋은 자리에 앉아 기타고수의 명연주를 감상해야지, 했다.
기타신님의 기타연주에서 잠시동안 기타잘치는 형 '쥐드래곤' 조용균선배님의 연주처럼 기타음을 밀당하며 긴장감을 찰지게 생성시키는 능력이 빼어났다.
아울러, 공연을 마치고, 그 건물3층에 있는 기타신님의 '꿈뜨락통기타어플밴드' 연습실에서 잠깐동안 공연을 함께한 통기타인들과의 열린 대화.
함께한 몽선배님, 지웅님, 강너울님, 그리고 기타신님과 공연파터너이신 박정란님 등등이 들러주신 얘기들이 내겐 의미가 컸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내차가 세워진 한울림연습실 앞에서 박짱선배님께 아쉬움을 달래려고 "선배님, 연주곡 한곡 부탁드립니다."하고 애원했다.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을 넘겼다. 빡센 하루였지만 꿈같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울러, 그건 모두 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