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독서: 에세 S01E57 - 나이에 대하여
“나는 사람들이 우리 수명을 정하려 드는 방식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몽테뉴는 57장에서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즉, 나이와 나이듦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싶어합니다.
우선, 몽테뉴는 천수를 누리다 죽는 것을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다고 주장을 합니다.
“우리는 늙어 죽는 것만을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노쇠해 죽는 것은 희귀하고 특별하며 예외적인 일이라 다른 죽음보다 그만큼 덜 자연스럽다.
우리를 살아 있게 붙들어 준 이런 놀랍고 예외적인 운명이 앞으로도 오래 계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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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나이가 든다고 해서 별다를 것이 없으며, 젊은 나이에도 본인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주장을 합니다. 따라서, 너무 나이가 들어서 일을 하는 것이 낭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나는 공공 복리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되도록 오래 직무나 생업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오히려 반대 방향에 있는데, 세상이 우리를 훨씬 일찍부터 일하도록 이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사람 나이 스물쯤이면 그 정신의 꽃망울이 터져 이미 미래의 모습을 드러내며, 앞으로 그가 할 수 있을 것 전체를 예고한다. 그 나이에 자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 사람 치고 나중에 그것을 입증한 경우는 한 사람도 없다.”
“너무 늦도록 우리를 일하게 나벼려 두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너무 늦게서야 일하게 하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몽테뉴의 의견 중에서 첫번째 주장은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한 점이 있습니다. 장수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쉽게 말해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잘 넘겨야만 가능한 일이므로, 그 고비를 자의든 타의든 극복한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운도 작용합니다.
하지만, 두번째 주장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몽테뉴가 주장하는 젊어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천재에 속합니다. 보통은 젊었을 때는 지능은 뛰어날지라도 이상도 높고 현실(인간에 대한 성찰)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미숙함도 따라다닙니다.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닳고 닳아봐야 이론만 가지고는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두각은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전에서 오래 동안 본인의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또한, 몇 명의 천재가 우리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반면에, 너무나 이른 나이에 현실에 길들여져서 변화나 순수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꿈을 잃고 마냥 삶을 소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이 양극단의 중간 지대에 속해 있습니다. 적당한 경험과 평범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죠.
저는 인간이란 그저 그런 존재로서, 별다를게 없다고 여깁니다. 성과도 능력도 다 거기서 거기죠.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죽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삶이 있을까요? 단지 본인을 인식하고 나 답게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순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가지려면 적당히 나이가 들어야 가능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젊었을 때 제가 가진 찌질한 생각들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이 오그라듭니다. 물론 제가 천재가 아니어서 그렇겠지만, 단적으로, 원숙하지 않은 지도자들을 보더라도 철없이 머리만 굴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신기하게도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놀랍지도 않고, 궁시렁댈 일말의 생각도 없습니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거죠. 하지만, 이게 시작점이 아닐까요? 그러니, 뭔가를 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가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보다 더 이르면 좋겠지만, 결국은 인간을 쉽게 본 댓가를 치루게 될테니까요.
우리가 일(직업, 관혼상제 등)을 바라보는 기준은 수명에 달려 있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사회에서는 전문가로서 일할 자질은 늦게 부여합니다. 그래서, 몽테뉴 시대만 해도 그 이전 세대보다 평균수명이 더 늘어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57장으로 에세 1권을 마칩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31일에 책거리를 할 예정입니다.
이어서 에세2권을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세상이 미쳐 돌아기도 놀랍지도 않고~" 동감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십년을 살 수 있구나
십년이 살아 지는구나...
다시 십년에 대한 생..각
십년의 어린 나이에 이제 적응했는데 벌써 십년이
지나버렸네요...
나이에 대한 아무말대잔치였습니다ㅠㅠ
몽테뉴의 나이에 대한 생각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때는 노쇄해서 죽는 것보다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것이 일반적이며 보편적이었다는 걸 읽고 보니 우리 세상이 참 평화롭고 안전하단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너무 늦도록 우리를 일하게 내버려 두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너무 늦게서야 일하게 하는 점"에 대해서 동의했습니다.
세상에 나아가는 나이가 갈수록 늦어지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20대 후반에 사회생활 시작하며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했는데 요즘은 감히 생각할수가 없습니다. 우리 이전 세대는 10대 후반에 했다고 하던데. 지금처럼 30대는 되어야 직장생활하고 결혼하고 애도 낫고 하는 것은 너무 늦은게 아닌가 싶어서 몽테뉴 말에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른 나이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스무살이면 정신의 꽃망울이 터져 그의 미래가 모습을 드러내니 앞으로 그가 할 수 있을 것 전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스무살에 보이지 않은 자질은 그 후로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30대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한 일이 그 인생전체에서 할수 있는 일 대부분일 것이고, 30대 이후는 그 이전에 했던 일의 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스무살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다 보여주었을테니, 거기서 조금 더 배운다고, 조금 더 늦춘다고 우리의 능력에 차이가 있겠냐는 것으로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