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취지는 어디로 가고…수월성에만 안주”
토론회 “변호사시험·교육방식 개선” 이구동성
“로스쿨 학생 선발에서부터 다양성을 살릴 수 있는 보완 방안이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법학 자체의 고민과 학습보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장 좋은 학점을 받을까’에 집중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공중에 뜬, 이론을 위한 이론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수들의 자질과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출범했지만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제도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뜻있는 이들이 모여, 한인섭 교수(서울대 로스쿨)의 사회로 허심탄회한 공론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이춘석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로스쿨 5년 점검과 개선 방향’ 토론회.
이국운 교수(한동대 법학부)는 ‘로스쿨 체제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하여’라는 기조발제<▲5면 참조>를 통해 현 로스쿨의 총입학정원제, 변호사시험 합격률, 학사관리제도 등 주요 문제점을 적시한 후 대안으로 인가 준칙주의 도입, 공립 로스쿨 강화, 기초법학연구 계승 통한 한국형 로스쿨 설계 등을 주장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사법시험과의 자료 비교 등을 통해, 현 로스쿨 체제가 학생선발에서의 다양성 확보 및 저소득층 배려 및 장학제도 등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참여연대가 교육부, 법무부, 로스쿨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9,522명과 2년간 로스쿨 입학자 8,283명(법률저널 자료 인용)의 출신대학에서 연평균 10~49명의 사법시험 합격자 또는 로스쿨 입학생을 배출하는 대학이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9개였으나 로스쿨 체제에서는 19개(비수도권 대학 8개)로 대폭 늘어났다.
5년간 비법학전공자들의 로스쿨생은 연평균 53.7%였고 전공분야도 매우 다양했다. 다만 2009년 65.6%에서 2013년 44.6%로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전문직 종사 또는 자격증 보유자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자들도 적지 않게 입학했다.
로스쿨을 통해 배출된 1, 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2,989명 중 30세 미만은 32.39%인 반면 로스쿨 출범 직전 5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5,020명 중 30세 미만은 67.93%였고 35세 이상 합격자도 전자의 비율이 확연히 높았다.
또 경제적 또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매년 평균 125명 로스쿨에 입학하고 자료협조에 참여한 18개 로스쿨의 4년간 전액장학생 수혜자 비율은 37.1%였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박 처장은 “로스쿨을 통한, 미래의 변호사 사회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로 구성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현호 한겨레신문 기자는 “출신대학의 다양성이 향후 변호사 사회를 비롯해 전체 법조인 구성의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로클럭, 검사 선발에서 주요대학 출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런 도식이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이견을 표했다.
그는 또 “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법학사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로스쿨이 다양성 확보보다는 교육 및 변호사시험 등에서의 수월성 쪽에 무게를 더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며 우려했다.
그는 “로스쿨 합격이 사실상 법조인 진입을 약속받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25세 이하의 로스쿨 입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성이라는 로스쿨 본래적 취재를 퇴색시킬 수 있다”며 “이 또한 다양성보다는 수월성을 강조한데 따른 것이며 과거 사법시험 체제의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의 연장이라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추세를 그대로 두면 로스쿨 구성 및 장래 법조의 구성도 다양성보다는 양극화가 더 특징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며 “로스쿨 학생 선발에서부터 다양성을 살릴 수 있는 보완 방안이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보완되어야 한다”고 염려했다.
그는 특히 단순 장학금 비율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경제적 기준에 따른 지급비율도 면밀히 점검해 보고 특별전형 입학자들도 실질적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도 강조했다.
송기춘 교수(전북대 로스쿨)는 변호사시험의 선발시험화 경향과 엄격한 상대평가 학사관리, 교육내용과 방향에 대한 합의 부재 등이 로스쿨의 안착과 교육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이 최소한 학사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충실한, 실천적 관점의 법학교육을 받는다면 로스쿨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변호사시험 운영이 로스쿨을 높은 비용을 지출하는 수험학원으로 둔갑시키고 있고 상대적 학사관리운영은 순망후치적 혼란도 가중시키고 있다”며 “로스쿨에서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형성해야 하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서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윤리를 가지고 있다면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을 실천적인 법적 추론능력의 배양에 초점에 맞추고 과도한 성적상대평가제의 폐지를 주문했다. 특히 공허한 이론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교수들의 안이함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한중 교수(한국외대 로스쿨) 역시 송 교수와 인식을 같이 했다. 정 교수는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현행 제도에서 성적은 학생들의 진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법학 자체의 고민과 학습보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장 좋은 학점을 받을까’에 집중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변호사시험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외면 또한 심각한 수준이며 교수들간에도 교육에 대한 지향점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변호사시험의 운영과 학사과정의 운영은 공동운명체”라며 “변호사시험은 반드시 법률가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로스쿨 학사과정은 이러한 ‘법률가로서의 필요한 역량’을 채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변호사시험에서 선택과목 폐지와 논술형 사례형 배점은 줄이고 기록형 배점은 늘리자고 제안했다. 또 교육과정에서는 기본법률과목과 기초실무과목의 필수화와 충실화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도 주장했다.
김창록 교수(경북대 로스쿨)는 변호사시험 운영에 강한 비판을 쏟아 냈다. 김 교수는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의 교육과정’에서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 및 작성’을 배웠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되는 시험”이라며 “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벼운 시험이 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형 시험을 폐지하거나 헌·민·형법으로 과목을 축소하고 총득점에서의 반영비율도 낮추고 또 법률선택과목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또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이라는 합격자 결정기준은 법률가 자격부여의 기준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무릇 자격시험이라면 의사, 약사 등과 같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합격점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해 예측가능성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변호사시험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같은 시험에 특화된 기관을 설립하거나 로스쿨협의회가 운영하도록 변호사시험 전담기관을 설립할 것도 주문했다.
원재천 교수(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는 미국 로스쿨의 운영실태 등을 상세히 소개한 후 김 교수의 주장에 일부 뜻을 같이 했다.
그는 “로스쿨은 좋은 국가인력양성제도”라면서 “정원제 선발시험인 현 변호사시험을 미국 같은 절대평가의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격점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독립된 변호사시험 전담기관의 필요성과 연 ‘1회 이상’ 실시의 현실화도 주문했다.
그는 특히 “3년의 로스쿨 과정은 기본적인 것을 배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주는 것”이라며 “어떻게, 완벽한 인재를 양성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나친 제도불신을 경계했다.
그는 나아가 “배움에 뜻이 있는 방통대, 사이버대 출신의 우수인재들로 로스쿨에서 많이 뽑아야 하고 참여연대와 같은 공익시민단체도 로스쿨을 설립한다면 매우 의미있을 것”이라며 로스쿨의 개방화도 주장했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은 2002년 개원 이후 현재까지 340여명의 졸업생 중 221명의 미국변호사, 호주 및 뉴질랜드 변호사 1명, 인도 변호사 2명을 각각 배출했다.
원 교수는 “한국에서 외국변호사를 이처럼 많이 배출하는데, 한국에서 한국 변호사를 배출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희망적 설계를 통한 로스쿨의 성공을 기원했다.
[출처:2013.6.28 법률저널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