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네. 오늘 저의 마음은 “콤무오베레commuovere”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이란 뜻을 가진 이탈리아말처럼 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티가는 길을 걷고 왔습니다. 그림책 길을 걷다 동무들과요. 제게 온 그림책은 <미루와 그림자>입니다. 내게 오렴 내게 오렴 마음속으로 외치니까 나이야가라님의 그림책이 진짜 제게 왔어요.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길을 나서게 된 미르와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의 만남. 그림자는 하루종일 매달려 다니기도 힘들어 주인이 잠깐 공원에 앉아 쉴 때 까무룩 잠들어버렸어요. 눈을 떠보니 주인이 사라지고 없고 혼자가 되어버린거죠. 미루와 그림자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길을 걷습니다. 배 고픈 미루에게 몸을 길게 늘려 사과를 따주기도 하고 날이 어두어져 흐릿해지는 그림자를 미루가 걱정해주기도 합니다. 손을 꼭 잡고 비를 피하기도 합니다. 특이하게 혼자가 된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혼자가 되어 돌아다니는 그림자들이 많았습니다. 마침내 그림자는 주인을 찾았습니다.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 줄 알았는데 주인은 겨우 떼어버린 그림자인데 또 달라붙으면 안된다고 지팡이로 그림자를 푹푹 찌릅니다. 괴롭히는 사람들 무리에서 그림자를 구해낸 미루는 그림자와 함께 달립니다. 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앉았습니다. 미루는 그림자에게 친구하자고 말합니다. 내 이름은 미루야. 이름이 없던 그림자는 사과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찌그러져있던 몸이 활짝 펴지고 그림자는 미루의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미루는 왜 그림자가 없었을까? 그림자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왜 주인은 그림자를 뗴어버리려고 안간힘을 쓸까? 왜 혼자 돌아다니는 그림자들이 많은 걸까?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물었습니다.
한티 그림책 길에 다녀온 첫날은 질문과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그림책 몇 권을 뽑아들었습니다. <내 안에 내가 있다>, <오틸라와 해골>, <잃어버린 영혼>,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 페이지에 머무르며 코 끝이 뜨거워짐을 느끼다가
이 페이지에 머물려 휴. 안도의 한숨 한 번, 그래 하는 웃음 한 번.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제 얀은 그의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어요. 정원에 구덩이를 파고 시계와 트렁크 따위를 전부 파묻어버린 거예요. 시계에서는 종 모양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자라났습니다. 꽃은 모두 다른 색깔이었지요. 트렁크에서는 커다란 호박들이 열려, 몇 해 겨울을 조용히 지내기에 충분한 식량이 되었답니다.”
내가 무얼하고 있는걸까? 물어보면서 한티 가는 그림책길에 나섰습니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라는 그림책을 품에 앉고요. 표지 맨 앞 장에 머무르면서 내가 지금 무얼하고 있는거지. 난 왜 이걸하고 있는걸까 라고 질문할 때는 이미 과부하에 걸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쌀바위에서 바라본 노을과 떨어져 바삭거리는 낙엽들 사이에서 여지껏 제 색을 간직하고 피어있는 들꽃과 자기 내음 강하게 풍기는 만수국들이 제게 말을 건넵니다. 너를 잃어버리지 마라. 떼어놓지마라. 놓치지 마라. 네 그림자가 매달려 따라가기도 힘겨울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니지마라. 네가 숨 쉴 수 있을 만큼만 갔다가 돌아오렴. 하고요.
나이야가라님의 이야기가 제 맘 깊은 곳을 건드려 오늘 저는 제가 숨 쉴 만큼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한티 가는 길에 피어있던 만수국 아재비 두 뿌리를 초록그늘님께 선물 받아 화분에 심었습니다. 만수국 아재비의 향이 짙어지길, 잘 살아내길 빌어봅니다.
첫댓글 숨 쉰 만큼의 하루
평온한
아름다운 하루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30593&cid=46694&categoryId=46694
만수국아재비.라 하옵니다.
이 식물을 마음에 들어하셔서 기뻐요.
잘 키우시면 사람키보다 더 훌쩍 큽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수국을 검색해보니 다른꽃이어서 뭔가 궁금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