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형 간염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에서 흔한 간염은 A·B·C형으로, 이들 3종은 명칭과 달리 감염경로와 증상·예방 및 치료법이 전혀 다릅니다.
특히,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회복되는 A형과 달리 B·C형은 만성화되면 치료가 어려우며,
쉽게 간암·간경변으로 발전하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세한 차이점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세요
A형 간염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20∼30대 젊은층에서 급속하게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07년에 비해 발병률이 2배나 증가해 주의보까지 내려졌으며, 올해도 전반기에 이미 지난해 발병률에 육박했다. A형 간염은 주로 타인과의 신체접촉이나 오염된 음식, 물 등을 통해 감염된다. 최근 A형 간염이 젊은 연령층에서 급증하는 것은 위생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 항체 보유율이 낮기 때문이다.
증상은 감기몸살과 비슷하다. 식욕부진 오심 구토 소화불량 설사 등 소화기 증상에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세를 나타내지만 대부분 경미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이처럼 초기 진단이 어려우므로 감기몸살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특히 노약자를 방치하면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을 수 있으므로 가벼운 증상도 소홀히 여기지 않아야 한다.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백신으로 예방해야 한다. 백신 접종은 만1∼16세 사이에 해야 효과적이다. 1차 접종 후 6∼12개월 뒤 추가 접종하면 된다. A형 간염은 식사를 통해서도 전염되므로 환자와는 식사를 함께하지 않아야 하며, 단순한 신체 접촉으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잘 지켜야 한다.
B형 간염
국내에도 환자를 포함한 보균자가 전체 인구의 6∼7%인 300만∼350만명에 이를 만큼 전파력이 강하다. 주로 혈액이나 타액 등 체액, 보균자와의 성관계, 주사기 등을 통해 감염된다. 여성 환자가 출산할 때 아기에게 전파되는 모자간 수직감염 사례도 많다. 또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고, 일단 만성화하면 간경화나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감염 성인의 1% 정도가, 모태로부터 수직감염된 경우에는 90% 정도가 만성화된다. 평균적으로 보면 보균자의 17% 정도가 간경변으로 진행되며, 이 상태에서는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간암 환자의 50∼70%는 B형 간염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B형 간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침묵의 질환’인 탓에 만성화되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간의 70% 이상이 손상될 때까지 모르다가 복수가 차고, 통증을 느끼고 나서야 병증을 알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이 간염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3회에 걸쳐 백신을 접종하면 8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또 항바이러스 제제를 이용한 치료도 효과적이다. 간경변이나 간암 등으로의 진행을 막는 데는 경구용 치료제도 효과적이다. 국내에는 BMS의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테카비어), GSK의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와 ‘헵세라’(성분명 아데포비어) 등이 공급되고 있다.
C형 간염
주로 환자의 혈액을 통해 전염되며, 국내 인구의 약 0.8∼1.4%가 보균자로 추정되고 있다. 전파 경로는 B형 간염과 유사하나, B형 간염에 비해 일상적인 접촉에 의한 전염력이 낮고, 수직감염도 드물어 가족간 전파력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일단 감염되면 자연회복이 잘 되지 않아 만성 간염으로의 진행률이 무려 70∼80%나 되며, 이 가운데 20∼30%는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여기에다 백신이 없어 예방도 어렵다. 따라서 약물 남용 환자와의 성 관계나 문신·피어싱 등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며, 타인과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모유수유나 식사, 가벼운 키스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C형 역시 다른 간염과 마찬가지로 감염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혈액검사나 HCV RNA검사 등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에서 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된 경우, 혈액검사만으로는 간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워 복부 초음파검사를 따로 받아야 한다.
C형 간염이라도 모든 보균자가 치료 대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만성이면서 생화학적 간기능 수치가 높거나, 심한 간 손상이 있는 경우다. 치료에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등의 항바이러스 제제가 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주 1회 주사로도 치료 효과가 좋은 ‘페그 엔터페론’이 공급되고 있기도 하다.
잊혀진 질환 아니다… 간암 최대 원인 'B형 간염' 재조명 (1)
유병률 낮아졌어도… 방심 말자 'B형 간염'
-
한국 남성의 암 발생률은 위암, 폐암, 간암 순이며, 사망률은 1위가 폐암, 2위가 간암이다. 40~50대만 떼놓고 보면 간암은 암 사망률 1위에 올라 있다. 간암의 주 원인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B형 간염(70%)이다. 그밖에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꼽힌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암에 걸릴 위험이 약 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4~5배 높은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B형 간염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간암을 피하는 지름길이란 뜻이다. B형 간염은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B형 간염에 걸린 사람들의 비율(유병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
-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 때 8%에 이르렀던 B형 간염 유병률은 2005년에는 3.7% 선으로 떨어졌다. 신생아 무료 예방접종 등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형 간염은 여전히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은 미국은 0.2%, 일본은 2% 수준이다.
■40~50대 B형 간염 유병률 유난히 높아
B형 간염 예방 접종 덕분에 20세 미만 연령대의 B형 간염 유병률은 1.3%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40~50대 성인의 4~6%가 B형 간염 환자이거나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조사돼 있다. 특히 50대 남성의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률은 6.1%에 이르고 있다. 반면 60대 남성은 2.6%, 70대는 1.8%에 그치고 있다. 연령대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 비율을 보면 왜 40~50대 남성의 암 사망률 중에서 간암이 2위에 올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중에서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관리하는 사람의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어떻게 감염되는가?
현재 40~50대 남성들의 B형 간염의 주된 감염 경로는 '수직감염'으로 출산 때 어머니로부터 간염 바이러스를 물려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B형 간염은 감염 시기가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에서 만성화될 가능성은 아기 때는 약 70~90%로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때(25~50%), 어른 때(10%)에는 만성화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의 40~50대 남성들이 가진 B형 간염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감염 경로는 정액, 질의 분비물이나 모유, 침, 상처의 진물 등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에이즈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악수나 가벼운 뽀뽀, 보유자가 요리한 음식, 감염자와의 대화, 재채기나 기침등으로는 옮기지 않는다. 술잔을 돌려도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전염되지 않으나, 위생상의 여건을 고려하면 잔을 돌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 중 한 쪽이 면역이 없으면 부부관계 때 콘돔을 쓰는 것이 B형 간염 예방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이미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데…
-
- ▲ 조선일보 DB
-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출산 때 감염은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만 요즘은 분만 때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24시간 안에 백신을 접종하면 90% 이상 정상으로 회복된다. 따라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임신부들이 아기에게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염시킬까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일단 몸 안에 들어오면 완벽하게 쫓아낼 방법은 아직 마땅치 않다. 철저한 관리가 최선이란 뜻이다. 우선 3~6개월에 한 번씩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도 중간에 별도로 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철저한 금주(禁酒)다. 물론 의학적으로 맥주(680㏄), 와인(280㏄), 양주(80㏄)를 조금씩 마시는 것은 허용되지만 이를 지키기가 어려우므로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요법도 주의해야 한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간 질환을 가진 환자들과의 숨바꼭질이다. 간 질환 환자들에게 의사가 처방한 약물 외에 다른 것을 복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데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사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안 먹었다"고 딱 잡아뗀다. 하지만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간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최문석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들이 꾸준히 관리, 치료받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