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방학 동안 K대학의 부당한 강사 평가에 대해 두 차례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고 두 번째 민원 결과가 지난 주에 통보되었습니다. 당시 제 심정은 페이스북에 올린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진실이 묻히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에 2월 마지막날 2학기 수업의 수강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학과의 부당한 강사평가 방식에 대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몇 시간 후 한 학생이 보내준 정성스런 답메일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이대로 마무리할 것인지 아니면 시민기자로 언론사에 글을 보낼 것인지 말입니다.
<무능한 교육부>
두 번째 교육부 민원 결과가 처리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혹시나 해서 열어봤는데 짧은 처리 결과를 읽으며 역시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K대학의 의견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으로 민원을 마무리했다. 이번 민원은 처음부터 교육부에 의견을 묻는다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등교육법에 의해 대학이 정한 평가 기준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내 민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민원 처리 결과에서 솔직하게 나에게 답변을 하면 된다. 교육부는 무엇이 두려운가? 민원에서 내가 교육부에게 질문한 것은 K대학의 터무니없는 강사평가 기준표가 정당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가?인데 그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아무런 의견이 없다.
K대학에서 학과기여도 항목에서 감점을 한 근거를 받았는지 교육부에 물었는데 이 역시 아무런 의견이 없다. 오히려 K대학에서 이번엔 또다른 의견을 내어 그들의 입장에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첫번째 민원에서 K대학은 학과기여도 부분의 감점은 강의평가 결과의 주관식 항목 등이라며 두루뭉술하게 언급했다. 두번째 민원에서 나는 내 강의평가 결과의 주관식에는 부정적인 것이 전혀 없음을 파일 첨부로 제공했다.
교육부는 내가 제공한 근거를 토대로 자체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 대신 K대학에 내 민원 사항을 전달했고 K대학은 아래와 같이 교육부에 응답했다.
'강의평가의 주관식 평가에서 부정적인 기재사항은 없었으나 교수님과 학생들과의 개별 면담에서 산학연계성 교과목의 특성상 ‘현장중심의 실습정보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들이 있어서 평가에 반영되었다는 의견서 제출이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내가 민원을 쓰기 전에 학과에 이의 제기를 했을 때 왜 이런 의견을 주지 않았을까? 첫번째 민원에서 K대학은 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근거를 제시하라는 내 민원에 대해 K대학은 매번 다른 얘기를 하며 근거는 제출하지 않았다. 교육부에게 근거 없이 그냥 대학측 얘기만 믿어도 되는지 이번 민원에서 물었는데 아무런 의견이 없다.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 하더라도 학과장과의 면담에서 학생들마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불만은 있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별다른 의도없이 의견을 말했을텐데 학과는 이를 강사 재계약 거부 사유로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육부는 민원 창구를 왜 만들었을까? 두 번째 민원을 쓰기 전에 고심한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민원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 번째 민원을 쓰면서 교육부의 의견을 묻는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K대학의 부당한 평가 기준과 K대학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을 묻는 것이 핵심인데 내 민원을 이리도 철저하게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두 번의 민원 처리 과정 동안 교육부는 K대학 교육학과 교수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준 셈이 되었다. K대학은 굳이 진실을 보여주지 않아도 매번 그들의 새로운 응답을 그대로 받아들여 민원인에게 전달하고 있는 교육부를 보며 기세등등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교육부도 자신들을 함부로 할 수 없음을 깨달았으니 앞으로 강사가 마음에 안들면 학생들 강의평가 결과와 학과장 면담 결과를 핑계로 더 당당하게 강사 재계약 거부를 할 것이다.
어제 오전 매우 짧은 민원 처리 결과를 읽고 나서 오늘 오전까지 많은 생각이 오갔다. 다시 민원을 쓸까? 첫 번째 민원에 교육부 장관이 좋아요를 눌렀으니 이번에는 장관에게 민원을 쓸까? 두 번이나 민원을 썼으니 할만큼 하지 않았나? 어차피 K대학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교육부도 동일하게 앵무새 역할만 할텐데. 다음 주부터 강의가 시작되니 이제 잊어버리고 강의에 집중하자 등등.
여전히 머리가 복잡한 가운데 민원을 더이상 쓰지 않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힘들고 귀찮아서이기도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그동안 읽은 수많은 글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말도 안되는 행정편의주의 정책으로 인해 현장 교사들이 교육부에 불만을 토로해도 개선되는 것이 별로 없다.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가 교육적이지 않은 모습을 외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나에게만 무능한 일처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보다 더 중요한 일에도 교육부가 보여준 무능함은 차고 넘치도록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