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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하늘 선녀들의 옷은 꿰맨 자국이 없다. 시나 문장이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잘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출전
「태원(太原)에 사는 곽한(郭翰)은 젊은 시절 권문세가를 우습게 여기고 청정(淸正)한 명성을 누리며 살았다. 그는 잘생긴 데다 언변이 뛰어났고 초서와 예서에 능했는데,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 그가 정원에서 달빛을 감상하며 누워 있는데 홀연 맑은 바람에 향기가 전해지더니 갈수록 진해졌다. 곽한이 기이하게 생각하고 하늘을 바라보자 한 사람이 공중에서 내려와 곽한에게 다가왔는데, 보니 젊은 여자였다. 이 여인은 절세미인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검은색의 얇은 주단 옷에 흰 비단 날개옷을 땅에 끌면서, 물총새 깃털로 만든 봉황모를 쓰고 아름다운 옥 문채가 나는 아홉 가지 도안이 새겨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 여자를 수행하는 두 명의 시녀도 모두 뛰어난 자태를 지니고 있어 곽한은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곽한은 의관을 가지런히 하고 평상에서 내려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존귀한 신선이 갑자기 강림하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천상의 직녀(織女)랍니다. 오랫동안 남편과 상대를 하지 못해 이 좋은 시절에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속에 생각이 가득하였는데, 상제께서 은혜를 내리셔서 인간세계에 가서 놀도록 해 주셨답니다. 당신의 고매한 풍채를 사모하고 있어 당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싶습니다.” 곽한이 말했다. “감히 바라지는 못하지만 정말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직녀는 시녀에게 명하여 방을 청소하고 매미 날개 같은 붉은 비단 휘장을 치게 하고, 수정과 아름다운 옥을 깔게 하고, 부채를 돌려 바람이 일게 하도록 하니 그야말로 시원한 가을과 같았다. 그들은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함께 누웠다. 직녀는 몸에 가볍고 붉은 얇은 주단 속옷을 입었는데, 마치 작은 향주머니인 양 향이 온 방안에 가득 찼다. 침대 위에는 용뇌향이 나는 베개가 놓여 있었고, 원앙 무늬 이불이 깔려 있었다. 여자는 부드러운 피부에 매끄러운 몸매, 친밀한 감정, 애교가 철철 넘치는 태도 등, 그 용모가 이 세상의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날이 밝자 여자가 떠나려고 하는데, 얼굴에 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곽한이 여자의 얼굴을 닦아 주었는데, 그게 그녀의 본래 모습이었다. 곽한은 여자를 문까지 배웅했고, 여자는 구름 위로 올라갔다.
그 후로 여자는 매일 밤마다 곽한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갈수록 정이 깊어졌다. 곽한이 여자에게 농담을 던졌다. “견우(牽牛)는 어디에 있소? 당신은 어떻게 대담하게 혼자 나올 수 있었소?” 여자가 대답했다. “음양의 변화가 그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겠어요? 게다가 은하에 막혀 있어 알 수도 없지요. 설령 안다 해도 걱정할 것도 없지요.” 그러고는 곽한의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자세히 보지 않을 뿐이지요.” 곽한이 말했다. “당신은 별세계에 살고 있는데 별세계의 일을 이야기해 줄 수 있소?” 여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별세계를 보면 다만 별로만 보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궁실과 집들이 있고, 많은 신선들이 그곳에서 유람하고 구경을 하고 있지요. 만물의 정수는 하늘에 그 길흉화복의 별자리가 있고 그것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하계 사람들의 변화는 반드시 하늘에서 나타난답니다. 나는 성상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지요.” 그러고는 곽한에게 별자리의 분포와 방위를 가르쳐 주고 하늘의 법률제도를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곽한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일들을 깊이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그 후, 칠월 칠석이 다가왔는데, 갑자기 여자가 더 이상 오지를 않다가 며칠이 지난 다음에 왔다. 곽한이 여자에게 물었다. “남편을 만나 즐거웠소?”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늘의 일을 어디 인간 세상과 비교할 수 있나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므로 한 것이지, 다른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질투하지는 마세요.” 곽한이 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왔소?” 여자가 대답했다. “인간세계의 닷새가 하늘에서는 하룻밤이랍니다.” 여자는 곽한을 위해 하늘의 음식들을 차렸는데, 모두 세상의 음식들이 아니었다. 곽한은 천천히 여자의 옷을 보았는데 꿰맨 자국이 전혀 없었다. 곽한이 여자에게 그 까닭을 묻자, 여자가 대답했다. “천상의 옷은 원래 바늘과 실로 짓지 않는답니다.” 여자는 갈 때마다 옷을 챙겨 가지고 갔다.(後將至七夕, 忽不復來. 經數夜方至. 翰問曰, 相見樂乎. 笑而對曰, 天上哪比人間, 正以感運當爾, 非有他故也. 君無相忘. 問曰, 卿何來遲. 答曰, 人中五日, 彼一夕也. 又爲翰致天廚, 悉非世物. 徐視其衣, 幷無縫. 翰問之. 謂曰, 天衣本非針線爲也. 每去, 則以衣服自隨.)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여자가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곽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상제의 명령이 오늘까지랍니다. 이제 영원히 헤어져야 한답니다.” 말을 마치고는 우는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곽한은 놀라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그러면 며칠이나 남았소?” 여자가 대답했다. “오늘 밤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두 사람은 슬퍼 눈물을 흘리느라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이 밝자 여자는 곽한을 껴안고 이별을 고하며, 칠보 밥그릇 하나를 선물로 남기면서 내년의 아무 날에 서신을 보내 안부를 묻겠다고 말했다. 곽한은 옥팔찌 한 쌍을 선물로 주었다. 여자는 허공을 향해 올라갔다. 여자는 머리를 돌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곽한은 여자가 그리워 병이 들면서까지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다.
다음 해 약속한 날이 오자, 여자는 과연 이전에 왔었던 시녀를 통해 편지를 보내왔다. 곽한이 편지를 열어 보니 푸른색의 실로 엮은 비단으로 만든 바탕에 연단(鉛丹)으로 글씨를 썼는데, 언어가 청신하고 아름다웠고, 정이 깊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의 말미에 두 수의 시가 쓰여 있었다. ······ 곽한은 향기 나는 편지지에 간절한 답서를 썼다. 그리고 역시 시 두 수를 첨부했다. ······ 그 후로부터 두 사람 소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 해, 태사가 직녀성이 빛을 잃었다고 황제에게 보고했다. 곽한은 직녀를 그리워하다 보니 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여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에 종사(宗嗣)를 잇기 위해 억지로 정(程)씨 집안의 딸을 맞이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한 자식도 생기지 않았으므로 결국 서로 반목하고 원수가 되고 말았다. 곽한은 관직을 시어사(侍御史)까지 지내고 죽었다.」
이 이야기는 오대(五代) 시절 전촉(前蜀)의 우교(牛嶠)가 지은 《영괴록(靈怪錄) 〈곽한(郭翰)〉》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천의무봉’은 시나 문장이 자연스럽게 잘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곽한의 이야기를 원본과는 달리 다음과 같이 내용을 변형시킨 자료도 있는데, 이는 아마도 원본의 이야기가 미성년자들에게 이야기해 주기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여 편집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원에 사는 곽한은 시문(詩文)과 서예(書藝)에 능하고 익살이 넘쳐 농담하기를 좋아했다. 어느 여름날 밤, 나무 밑에 누워 바람을 쐬고 있는데 아주 아름다운 선녀가 웃음을 지으며 곽한에게 다가왔다. 곽한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아가씨는 뉘시며, 어디서 오셨는지요?” 선녀가 대답했다. “저는 하늘에서 온 직녀입니다.” “하늘에서 왔으면 하늘의 일을 이야기해 줄 수 있겠군요” “무엇을 알고 싶으신가요?” “뭐든지 다 알고 싶습니다.” “무엇부터 이야기할까요?” “선녀들은 총명하다고 하던데 아무거나 이야기해 주십시오.” “하늘은 사철이 봄과 같답니다. 여름에 무더위도 없고 겨울에 혹독한 추위도 없지요. 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꽃도 지지 않지요. 나뭇가지에서는 온갖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물속에서는 물고기들이 노닙니다. 질병도 없고 전쟁도 없고 세금도 없지요. 인간 세상의 모든 고난이 하늘나라에는 없답니다.” “하늘나라가 그렇게 좋은데 인간 세상에는 왜 왔습니까?” “다행히 당신은 공부를 한 사람이라 이야기를 할 만하군요. 이전에 장주(莊周)가 말했지요. 난(蘭) 꽃이 가득한 집에 오래 있으면 향기를 맡을 수 없다고요. 하늘나라에 오래 살다 보니 적막하여 종종 인간 세상에 와서 놀곤 하지요.” “먹으면 장생불로하는 약이 있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는지도 알겠군요.” “그런 약은 인간 세상에는 없지만 하늘에는 도처에 있지요.” “하늘에 도처에 있다면 좀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가져올 수 없답니다. 하늘의 물건을 인간 세상에 가져오면 영험을 잃게 되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도 다 먹지 않았겠어요?” “말끝마다 하늘나라를 말하는데, 당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요?” 선녀는 곽한에게 자신의 옷을 보여 주었다. 곽한이 자세히 보니 옷에 꿰맨 자국이 없었다. 곽한이 그 까닭을 묻자 선녀가 말했다. “하늘나라의 옷은 본래 바늘과 실로 짓지 않는답니다.”(徐視其衣幷無縫. 翰問之. 曰, 天衣本非針線爲也.) 곽한이 이 말을 듣고 하하 하고 웃다가 다시 보니 선녀는 온데간데없었다.」
용례
사람들은 시선(詩仙) 이백(李白)과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시를 ‘천의무봉’의 경지에 오른 작품이라고들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