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후원"-이름 없는 손길 앞에서
삼십오 해 동안,
밥상은 본당의 바닥 위에 놓였고
성도의 웃음과 국물 냄새는
예배의 연장처럼 흘러왔다.
나는 열두 해를 기도로 견뎠다.
견적을 내보고,
다시 지워버리고,
다시 소망하고,
다시 무너뜨리기를 반복했다.
힘으로는 되지 않는 일,
기도로만 붙드는 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통의 연락도 없이,
이름도 없이,
낯선 계좌에 새겨진 단어 하나.
“식당 후원.”
그것은 돈이 아니라,
무게였고,
눈물이었고,
내 깊은 속에서 오래 썩어가던
기도의 씨앗이 갑자기 움트는 순간이었다.
나는 묻는다.
“누구입니까?”
그러나 대답은 없다.
침묵만이,
더 깊은 울림이 되어 돌아온다.
그 침묵은
사람의 이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은혜의 손길이었고,
하늘의 주권이 땅에 스며든 순간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이름 없는 손길을 통하여
밥상을 예배의 연장선 위에
더 깊이 놓으신 것이다.
감사의 말은 전할 길 없지만,
내 마음은 알 수 있다.
인간의 헌신은 언제나 불완전하나,
사라지는 이름 속에서
남는 것은 은총뿐임을.
그러므로 나는 기다린다.
그 얼굴을 알지 못한 채,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그분의 사랑이 더 오래 기억되기를.
-식당리모델링을위한 "식당 후원" 헌금을 해주신 무명의 후원자께 감사하며- 石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