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골 시3편>--박용재
산까치
산까치 한 마리
피리골 능선을 타고 오네
몽글몽글 뭉게구름 타고 오네
피리골 계곡을 따라
늠름하게 살아온 구릿대
그 누군가 구릿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며
태기왕의 혼을 부르네
온 산을 촉촉이 적시며
마을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구릿대 피리소리
이산 저산 산까치들
이천년을 이어온
그 피리소리 들으러
떼를 지어 막 모여드네
며느리밥풀꽃을 위하여
꽃이여
며느리밥풀 꽃이여
피리샘 오르는 길가
그토록 붉은 입술에
하얀 밥알 달고
어찌 그리 슬피 우는가
여기저기 이웃하여
아직도 설움 가시지 않은
모진 시집살이 슬퍼하는가
그저 욕심없이
당신 종이 되고 싶었던
하늘로 가는 길에 핀
며느리, 며느리밥풀꽃이여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든
오늘 밤 하늘에는
온통 저마다 사연 담은
붉은색 이야기 별들이 가득하다
꽃이여
며느리밥풀 꽃이여
끝이 없는 그 얘기 끝나거든
밥풀떼기 꽃술에 붙은
맞아죽은 사연일랑 접어두고
피리골 사람들이 부는
구릿대 피리소리 들으며
지난 세월을 용서하시게
구릿대 피리소리타고 별이 내게로 오네
구릿대 피리만 같아라 슬프게
구릿대 피리만 같아라 기쁘게
하늘위에 사는 별도 피리 소리 듣도록
피리소리에 올라 앉아 피리골에 오도록
소리에 소리로 다리를 이쁘게 놓아서
별님도 달님도 이곳에 오도록
구릿대피리 입에 물고 온몸으로 불어라
먼저 간 사랑하는 님도
이 소리 듣고 피리골에 다시 오도록
구릿대 피리소리 슬픔슬픔 이란다
구릿대 피리소리 기쁨기쁨 이란다
구릿대가 다하도록 피리를 만들어
그대 몸이 소리가 되도록 불어라
생의 간절함으로 피리 소리길 열며
이생 저생 손잡고 다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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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골 시3편
맛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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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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