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톨로지(Thanatology)’라고 하면 여러분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것입니다. 싸나톨로지는 임종학, 즉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맞이할 것인지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인데요, 생사학, 죽음학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삶의 훌륭함과 지혜를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죽음’에게 물어보는 학문이 바로 싸나톨로지입니다. 그래서 싸나톨로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의 학문이라고 볼 수 있지요.
우리는 일상생활을 통해 죽음의 문제를 심심찮게 접합니다. 오늘도 뉴스를 통해 일본에서의 지진으로 사람이 얼마 죽고, 이란에서 테러가 일어나 또 사람이 얼마 죽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우리는 계속 죽음의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늘 죽음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 죽음의 경험은 나의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입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에게 있어서 나의 근원적 본래성을 질문할 수 있는 동기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항상 미래로 연기한 덕분에 본래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래에 있을 자신의 죽음을 오늘, 이 자리 바로 현재에 가지고와서 내가 바로 이 순간에 죽는다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이 과연 가치가 있는가를 반성적으로 물을 때(선구적 결단)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본래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싸나톨로지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그것도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바로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이들에게 어떤 말로 인사를 하며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삶인가를 죽음에게 물어보는 것이지요. 인간은 상실을 예감한다면 그 때 비로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게 됩니다. 상실을 통해 그동안 무덤덤하게 느껴졌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지요. 이 낯 설음은 평범하게 보이던 일상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보게 합니다. 그동안 망각했던 사물의 본질을 올바르게 자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싸나톨로지에서는 상실에서 비롯되는 외로움과 불안으로부터 자신의 본래성을 찾아가는 계기로 봅니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말기선고를 받았습니다. 3개월밖에 못 산다고 의사가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후 스티브 잡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애플사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그런 삶은 이제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 앞에서 과연 무엇이 소중한 삶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을 때 스티브 잡스의 뇌리에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는 드디어 삶의 열 가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순위는 가족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최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두 번째는 나 자신의 소중함, 나 자신의 본래성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왔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가 하는 근원적 본래성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3개월밖에 못 산다는 진단에, 스티브 잡스의 삶은 그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됐습니다. 잡스는 아침에 일어나 면도를 할 때마다 앞에 달력을 두고서 카운트다운을 했습니다. 하루, 또 하루…… 금을 그어가면서 “오늘 내가 하고자 한 일이 과연 나의 삶에 가장 소중한 일인가” 하는 반성적 성찰을 통해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살았습니다. 분명히 3개월의 암 선고는 스티브잡스에게는 방해가 되는 사건이었지만 오히려 스티브잡스에게는 자신의 본래적인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