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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석가.-다카하시 신지-
제1 장 출가와 성도
3. 다섯 사람의 크샤트리아와의 만남.
고타마가 야음을 틈타 카필라 성을 탈출한 뒤,
성 안은, 한동안 소동이 났다.
찬다카로부터 일의 전말을 들었을 때는, 숫도다나 왕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예측은 하고 있었던 것이,
지금 그 일이 현실로 되어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고타마의 출성은 꿈이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생겨서 되겠냐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추격대를 사방으로 풀어, 데려 오는 수밖에 없다.
찬다카의 보고를 들으면서,
숫드다나는 온갖 해결책을 모색하기에 머리를 짜냈다.
차례차례로 여러 가지 복안이 떠올랐으나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싸움터의 그러면, 임기응변, 민첩하게 판단을 내려, 병력을 움직였지만,
고타마의 경우는, 어쩐 일인지
최종의 단계에 가서 주저앉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왕은 초조해졌다.
주연의 자리는, 깊은 침묵의 자리로 바뀌었다.
마셸 대신을 위시한 중신 막료도, 양어머니 마하 프라자파티도, 무희도, 찬다카도,
왕의 다음 말을, 숨죽이고 기다렸다.
모두가 시간이 긴 것을 느꼈다.
이윽고 왕이 고개를 들었다.
좌중의 침묵을 깨고, 자신에게 다짐하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 할 수 없다.
이렇게 되리란 것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한번 말을 하면 뒤로는 물러서지 않는다.
추격대를 보내서, 도로 데려온다 해도,
고타마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 됐어,... 찬다카 너도 수고했다.
푹 쉬어라, 성급한 짓은 하지 말아라,
너에겐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다.
.... 모두들 오늘 밤은 이 정도로 그치고 쉬어라. “
숫드다나는 힘없이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서,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숫드다나는 코스타니야, 아사지 등 다섯 명의
체력, 무력이 뛰어난 젊은이를 궁전 뜰앞에 불러 모았다.
다섯 명은, 고타마 왕자의 일로 불리운 것이라고 어렴풋이 느꼈다.
그러나 어떤 임무로 불리웠는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왕이 내린 임무는 지극히 간단했다.
“너희들 다섯은 고타마의 경호원이 되어,
그를 안전하게 지키고, 동시에 식량보급을 담당하라.”
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섯 무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말수는 적었지만 왕의 관대한 조치에 감격했다.
나라에 따라서는 부자가 서로 다투어, 권력의 희생이 되는 자도 있다고 하는데.
부왕을 버린 아들의 앞길을 염려하고,
우리들 5명을 딸리고, 그위에, 식량까지 보급하라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부왕의 분부는 고타마가 살아 있는 한, 경호를 계속하라는 것이었다.
다섯은 숫도다나 왕을 모신 것을 그지없이 자랑스럽게 여겼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왕의 명령을 기꺼이 수행할 것을 눈빛으로 다짐하였다.
이렇게 해서 다섯 명의 크샤트리야는 고타마를 찾아 나섰다.
뒷날 이 다섯 명은, 고타마의 제자가 되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다.
아라한이란, 깨달음을 얻은 것을 의미한다.
깨달음에는 많은 단계가 있는데,
아라한이 됐다는 것은
남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심경을 가리킨다.
여기서 잠깐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언급해 두기로 한다.
사람의 마음*의식이라는 것은,
표면 의식(表面意識)과 잠재의식(潛在意識)으로 구별되어 있다.
깨달음을 열면
표면 의식과 잠재의식이 서로 통하여,
오관(五官)에 의지하기 이전의 문제를 알게 된다.
가령 며칠 몇 시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
내일 벌어질 일을 텔레비전을 보듯 아는 투시능력(透視能力),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을 즉각 읽을 수 있는 독심 능력(讀心能力)등,
일반적으로 이러한 능력을 통력(通力)이라고 말한다.
불교에 육신 통력(六神通力)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표면 의식과 잠재의식의 동통(同通)에 의한 초능력이다.
육신 통력(六神通力)에는,
천안(天眼), 천이(天耳), 타심(他心), 숙명(宿命), 신족(神足), 누진(漏盡)이 있다.
천안(天眼)이란,
심안(心眼)이며, 흔히 말하는 영시(靈視)이다.
영시가 가능해지면, 저 세상을 안다.
묘지에 가면 죽은 사람이 서 있는 것이 잘 보인다.
천이(天耳)란,
영청(靈聽)을 말한다.
죽은 자의 목소리, 저 세상의 천사(天使)의 목소리가 들린다.
타심(他心)이란,
남의 마음을 아는 능력이다.
사람의 마음을 알면, 그 사람의 성격도 알게 되어
‘이 사람은 성질이 급하다.’
‘저 사람은 점잖다.’
등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버린다.
숙명(宿命)은,
그 사람의 운명을 영화 필름을 보듯 아는 능력이다.
숙명 능력도, 그 정점에 도달하면,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손에 잡듯이 아는 것이 가능하다.
석가의 통력은,
숙명통은 물론이고, 육신통의 전부와, 그 전부의 최고 능력을 갖고 있다.
신족(神足)은,
육신(肉身)은 서울에 있으면서
한 순간에, 미국의 백악관의 모습을 보고 오는 능력이다.
2층 복도에 누구누구의 이러이러한 그림이 걸려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워싱턴의 흉상이 놓여 있다든가.
신족은 편리한 것이다.
끝으로 누진통(漏盡通)인데,
이것은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욕망을 자유자재로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누진은, 앞서 말한 다섯 가지 능력을 훨씬 초월하여,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
마음은 일체의 집착에서 벗어난 심경(心境)이다.
이 심경을 뒤집으면,
세상사의 시비판단과 도리를 모두 알고 있는 대지식(大智識)이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에도, 그 심경에 상응하여 단계가 있는데,
그 단계가 나아갈수록 정묘하고 정확성이 증가해 간다.
아라한이란, 고대 인도어이며, 후에 중국으로 건너서 아라한이라고 하는 명칭이 되었다.
아라한이란, 마음을 연 첫째 단계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육신 통력의 몇 가지인가의 능력을 일단 갖춘 상태를 말한다.
고타마가 붓다(불타)가 되어, 많은 제자를 거느렸는데,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 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아라한의 심경이 나아가면 보디 사트바가 된다.
보디사트바가 곧 보사타(菩薩)이다.
보살이 되면, 통력도 1단계 전진한다.
그러나 보살에는 엄격한 단계가 있고,
그 단계에 따라, 통력의 정확성, 지혜의 깊이가 달라진다.
코스타니야, 아사지들 다섯 명의 무사는 다 같이 아라한이 되었으며,
보살의 단계로 올라가는 자도 있었다.
아무튼 아라한은, 보살에 이르는 관문에 서 있는 것이며,
보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심경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숫도다나 왕이 다섯 명을 보낸 마음의 밑바닥에는,
혹시나 하는 한가닥의 희망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희망이란, 고타마는 아직 젊다.
세상의 풍파를 모른다.
‘생로병사를 초월한다’는
대망(大望)은, 틀림없이, 갸륵한 것이긴 하나,
그런 것이 인간에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결국, 고타마도, 힘이 빠져 카필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럴 경우, 그를 혼자 내버려 두고, 출성한 것을 묵인하는 모양으로 해두면,
귀성을 하고자 할 때, 성으로 돌아오기가 거북해질 것이다.
식량이 성으로부터 보급되고,
나의 명령에 따라,
다섯 명의 무사가 자기를 호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성과 고타마와의 끈은 언제까지나 끊어지지 않는다.
원한다면, 이 5명의 무사에 의해
홀가분하게 귀성하기 바란다고 왕은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왕의 최후의 희망도,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하여,
바램으로만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고타마로 하여금 출성을 결의하게 한 근본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첫째로 어머니 마야의 죽음이었다.
둘째가 카필라 성 안팎의 빈부의 차이,
셋째는 전란에 대한 염세감.
넷째는 마하 파자파티의 아들 난다의 출생에 의한 왕위 계승 문제.
다섯째는 아내 야쇼다라를 중심으로 한 여자들의 상극이었다.
‘생로병사’라고 하는 큰 의문은,
실은, 이와 같은 다섯 가지의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유추적으로 떠올라 온 것이며,
만일 이러한 현실적인 원인이 없었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조차 품는 것도 없이,
카필라에서 평범한 일생을 끝냈을 것이다.
고타마의 고뇌와 출가의 결심은, 이 때문에,
숫드다나가 짐작한 것만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왕의 명령에 따라 카필라를 떠난 다섯 명은, 짐작가는 곳을,
고타마를 찾아서 어디까지라도 걸었다.
몇 군데 수도장에도 들려 보았지만 쉽사리 행선을 잡을 수가 없었다.
카필라를 나선 지 7일째였다.
고타마는 많은 샤카족에 의해 그 모습이 발견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곳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밧지 국의 벳사리 북부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근처의 숲 속이었다.
카필라에서의 생활과 출가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는 곳을 발견되었다.
8일 째의 아침, 29년 간을 청산하고 벳사리로 향하려고 하는데,
7일 째는 말하자면 고타마의 결심이 굳어진 마지막 날이었다.
고타마를 발견한 계기는 찬다카에 의해서였다.
그의 옷을 고타마가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타마의 모습을 확인하자,
거기서 20미터쯤 떨어진 큰 나무 뒤에 숨어서, 참선 중인 고타마를 살폈다.
그들은 급한 마음을 억제하면서 고타마를 멀리서 둘러싸고,
거리를 좁혀갔다.
고타마는 인기척을 느꼈으나 참선을 계속했다.
그들은 고타마가 선정을 풀기를 기다려,
부왕의 슬픔, 카필라 성 안의 모습을 전달할 생각이었다.
선정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그들의 배려였다.
그러나 참선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다들 견딜 수 없이 지루했다.
부왕의 명령을 기다릴 것도 없이, 몇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맛셀 대신의 은밀한 명령으로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그 일단(一團)이 지금 이렇게 고타마를 발견했다.
발견하기까지 6일이 걸렸다.
찬다카는 정좌해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이마를 땅에 댄 채,
고타마의 귀성을 애원했다. 인종(忍從)도 한 때였다.
몸집이 큰 코스타니야가, 고타마에 가까이 다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고타마 왕자님,
부왕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왕자님의 출성이 깊은 슬픔을 주고 있습니다.
카필라로 돌아가 주세요.
이렇게 저희들이 만나러 온 것도
부왕님의 신불에의 기원이 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출성을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는 고개를 숙여, 애원하듯이, 참선 중인 고타마를 향하여 조용히 말했다.
코스타니야의 옆에는 마하 나만, 웃파카, 밧데야. 아사지도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입을 모아 귀성을 진언하였다.
고타마는 벌써부터 인기척과 일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선정을 풀지 않았다.
인기척을 느꼈을 때,
“반갑지 않은 녀석들에게 들켰구나.”
라고 생각하여, 어떻게 대답하여, 거절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 낀 찬다카의 기운이 없는 초췌한 모습을 언뜻 보았다.
그때 일순 마음이 흔들렸다.
상사 몇 사람으로부터 꾸중을 들었을 것이다.
그 자신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그 책임을 다하게 되면 몸이 가루가 되어도 좋다고 고뇌하는 찬다카이다.
지금 자기 앞에서, 통곡하고 있는 그를 생각하면, 고타마의 가슴은 아팠다.
이윽고, 고타마는 조용히 선정을 풀었다.
그리고 똑똑하게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한가닥 고뇌의 원인을 끊기 위해서, 카필라를 떠났다.
나와 같은 고뇌에 허덕이는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깨달음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다.
부모와 처자의 괴로움은 알고 있지만,
득도는 결국 그 이상의 괴로움에서 구(救)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식량이나 의복은 가지고 돌아가 주기 바란다,
여러분의 배려는 고맙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모두가 쓸모없는 것들이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돌아가기 바란다.
나에 일은 걱정할 것이 없다.
부왕을 비롯한 여러분들에게 잘 전해 주게. “
마치 남에게 하는 것 같은 쌀쌀한 말투였다.
일동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코스타니야도 아사지도, 고타마의 성격은 너무 잘 안다고 할 만큼 알고 있다.
말을 꺼내면 뒤로 물러서지 않지만,
동정심과,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점에서,
그들은 고타마를 깊게 신뢰하고 있었다.
말은 차가웠어도, 조금도 개의하지 않았다.
다섯 명은 부왕의 명령도 있었기 때문에,
“왕자님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을 곁에 두어 주십시오.”
하고 고타마에게 청했다.
다섯 명은 왼쪽 무릎을 땅에 꿇고, 큰 몸을 앞으로 굽혀,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함께 남아 있을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 고타마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 안 돼. 너희들은 성에 돌아가야 한다.”
그 말은 준엄하여 그들을 뿌리쳤다.
다섯은 더 이상 말을 붙여 볼 수도 없었다.
부왕 숫드다나도 신념의 사나이였다.
'이렇다'라고 결단을 내리면, 말을 바꾸는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부왕은 일국의 왕이라는 입장도 있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곧잘 포착해서,
완급 자재(緩急自在)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는 일면이 있었다.
즉, 상황에 따라서는 타협하거나, 회유책을 쓰거나,
전진하거나 후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고타마에겐 이러한 정치성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외곬이었다.
옳다고 믿으면, 모양새는 개의치 않고, 어디까지나 밀고 나갔다.
신변의 위험조차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한 외고집이, 고타마의 경우, 대개 무리없이 통하는 것이 신기하였다.
왕자의 몸이고 보면,
대개의 응석은 통과하게 마련인데, 그러한 통과가 아니라,
고타마가 움직이면, 주위가 어느 사이엔가 심복하여 오는 일방통행이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카필라에 한 마리의 아름다운 공작이 날아들었다.
부왕은, 이것을 붙잡아, 울안에 넣고 귀여워했다.
그런 어느 날, 하녀가 모이를 주고 있는 사이에,
공작은 우리에서 도망가고 말았다.
부왕은 열화같이 노했다.
하녀를 하옥시키라고까지 말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들은 고타마는,
“공작은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놓아준 것입니다.
하녀에게 명령한 것은 접니다.
하옥시키려면, 저를 하옥시켜야 합니다. “
“무엇이라고?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네가 놓아주었다고,
내 자식이라도, 내 명령에 거역하는 자는 살려 둘 수 없어. “
왕은 어깨를 치켜올리고, 그만 감정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사건은 고약하게 되어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왕은 ' 앗차!' 하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공작 한 마리의 일이다.
그 공작과 왕자의 목숨을 바꾸는 바보 같은 짓을 입에 올렸다 하고,
이미 후회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누군가가, 가운데 나서는 자는 없는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이때는, 왕의 마음에 노여움은 없었다.
얼굴만이 여전히 노여운 표정이었다.
후회하는 마음이 이러한 연기를, 왕에게 순간적으로 가능하게 시킨 것이었다.
왕의 곁에 있던 마하 프라자파티가, 왕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기껏해야 공작 한 마리의 일로,
그렇게 흥분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도망가게 놓아주었다면,
그 이유를 들은 연후에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을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
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나서 고타마 쪽으로 자세를 돌려,
“무슨 이유로 놓아주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고타마는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지엄한 표정으로,
“그전에, 만일 어머님께서 남의 나라에서 길을 잃고 붙잡혀,
울안에 갇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왕비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
“공작이라고 해도 생명입니다.
더구나 길을 잃은 것.
야생이면 숲 속에 형제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어미라면 새끼 공작들이 기다리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사육하는 것이라면, 그 사육하는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붙잡혔을 때부터, 부왕께서 언제 놓아주실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옛 보금자리로 돌아가도록 하녀에게 명했던 것입니다.
부왕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것을 거듭 사과드립니다.
너무나 애지중지하셨기 때문에,
그만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을 저질렀습니다. “
고타마는 평소의 소감을 담담하게 쏟아놓았다.
부왕은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듣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왕자님의 말씀에 나도 동감입니다.
공작은 친정아버님께 부탁해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임금님,
오늘의 일은, 부디 저에게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
프라자파티는, 왕과 고타마의 사이에 들어 이렇게 사건을 수습했다.
공작 소동은, 이렇게 끝났는데,
고타마에겐, 이러한 일면이 있었다.
공작은, 당시에도 중부 인도를 중심으로 인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었다.
꿩과에 속하는, 인도공작은
머리 꼭대기의 관깃은 부채를 편 것처럼 넓어지고, 체색은 진한 쪽빛이 대부분이다.
개량 품종에 흰색 공작이 있다.
인도공작은, 인도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새이며,
오늘날 국조(國鳥)가 되어 있다.
또한 태국, 말레이반도, 자바 등에도 서식하였다.
일본에는 5세기 후반에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
이땐 이미 가금(家禽)으로 사육되고 있었다.
코스타니야들은,
고타마에게 더 이상 말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보 후퇴하여, 이제부터의 행동에 대해서 찬다카를 끼워서 논의했다.
그 결과 다섯 명의 무사는
고타마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떨어진 장소에서 수행하면서,
고타마의 안전을 지켜가는 것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성에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카필라 성에는 찬다카가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
찬다카는 그 일만은 제발 맡기지 말아 달라고 애걸해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찬다카는 고타마 앞으로 다가가 작별의 인사를 올렸다.
“너 혼자 돌아가는가.
그래 여러분들에게 안부나 전해라.
언젠가 만날 날도 올 것이다.
그때까지 몸조심하고 건강하여라.
그런데 코스타니야 등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 된 일이냐. “
하고 고타마는 찬다카에게 물었다.
찬다카는 조금 전에 의논한 계획을 밝힐 수도 없어서 우물쭈물했다.
“예, 아무튼 한발 먼저 돌아가서, 왕자님의 결심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왕자님도 부디 몸 건강하십시오,“
고타마는, 언제나 꾸중 듣는 역할만을 도맡아 하는 찬다카의 처지가 가엾게 느껴졌다.
그러나 정도(正道)를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숲 속의 하루가 바야흐로 저물기 시작했다.
나무들의 그림자가 산바닥에 줄무늬를 그리며, 가늘고 길게 늘어져 있다.
그 사이에 몇 줄기의 연기가 보인다.
연기는 하늘로 향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연기는 살아 있는 인간의 증명이며, 수도자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였다.
하늘은 아직 환했다.
서쪽하늘은 붉게 물들었으나,
별이 보이지 않을 만큼 파란 공간에는, 진짜 솜 같은 구름이 몇 개나 떠 있어,
석양빛이 여러 가지로 변화시켜, 자연의 오묘함을 노래하고 있었다.
찬다카는 짐을 챙기고 나서, 고타마에게 일 배(一拜)하고,
석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깨가 늘어진 그의 걸음걸이에는 힘이 없었다.
초연히 넓은 숲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하나의 그림자는, 이따금 흔들려 보였다.
고타마는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긴 꼬리를 끄는 하나의 그림자를,
언제까지나 바라보면서,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인간 석가-다카하시 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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