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7백 킬로미터 90여 도시 전국의 구석진 곳을 다녔습니다. 은평대림시장에서 35시간 연속 유세를 마무리하며 붙잡은 노점상 어머님의 곱사등이 차가운 손에 눈물을 쏟았습니다. 2012년 겨울 새벽 혹독한 추위와 생명을 위협 받는 폭설속 대장정을 통해 깨우친,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살았던 19일의 전국유세를 마치는 아쉬움과 만났던 사람들의 그리움 이였습니다.
나주목사골 새벽장에서 석화 한점 입에 넣어주시며 잘 될 거라고 하시던 어머님, 대구라고 다 박근혜 지지 하지는 않는다는 동촌유원지에서 리어커로 박스를 수거하시는 아버님, 나보다 먼저 구호를 외쳐주시던 성남의 푸줏간 사장님, 바쁜중에도 고무장갑을 벗고 이쁜손으로 v자를 그려주시던 원주중앙시장의 형수님, 파주금촌의 길거리에서 수고한다고 꼭 안아주시던 운동원 누님들, 따뜻한 인절미 한 점 입에 넣어 주시던 진주중앙시장 떡집 누이, 국화풀빵 한봉지 사주시며 격려하시던 말바위 시장에서 만난 담양에서 장보러 오셨다던 늙은 형수님, 공주 5일장에서 파는 땅콩 한줌을 주시며 지난 대야 장에서도 봤다고 반기시는 웃움이 선한 누이, 대전의 어느 시장 뒷골목에서 민주당 연호를 해주는 아이들, 폭설에도 어렵게 찾아간 철시된지 오랜 강원도 어는 산골의 작은 마을, 어시장에서 52년 노점상에 아이들 가르치고 시집 장가보냈다며 이젠 한평짜리 부둣가 칼바람 피할 곳만 있으면 좋겠다며 불 쬐고 가시라는 어머니~~~
찌그러진 양철통 홧톳불에 의지하며 한파주의보에 당신의 늙은 몸보다 손주들 학비 걱정하시는 어머님. 아버님 형수님들, 누이들께서 대한민국의 주인공이십디다. 당신들께서 몸으로 써내려가는 희망경제가 대한민국의 버팀목이며, 고통 받는 골목경제와 서민경제는 손주 증손주들의 용돈벌이를 위한 재벌들의 수작 이였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이 새벽 엄동설한 칼바람에도 희망경제의 싹을 틔우고 버티고 계셨습니다. 다 팔아도 얼마 되지 않은 채소를 가지고 나오셔서 자릿세 걱정하시는 이런 분들 추운 비·바람도 막아주지 못한 정부라면 바뀔 것 이고 새로운 정부가 이런 것도 못한다면 개나 줘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 략~~~~~~
2012년12월19일 투표를 마치고 남긴 기록입니다.
한국정치를 바꿔 재벌경제에 저항하려면 영호남 32년 독식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호남이 지지하는 부산의 문재인을 지지해 주시라고 그리하였습니다.
커피 빵집 떡볶이까지 골목상권 독식해서 재벌 손주들 용돈 벌이 하게하는 그런 재벌 정치 못하게 하자고 소리쳤습니다.
노동자 농민 여성 이주민 등 소수의 가치가 존중받아 소수자가 사회적 담론에 참가 해 모두 사는 공존의 길을 선택해 달라고 간절하게 외쳤습니다.
결과는 안정을 선택한 국민들에게 불안정한 정치 세력으로 몰린 민주당의 패배였습니다. 많이 서운하고 배신감마저 들었지만 집권 후나 제1야당으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으로서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습니다.
후보인 문재인의 패배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인 이유는 돌아다녀 보니 자명 했습니다. 영호남을 갈라 공생하는 현재의 정치지형으로는 “민주당의 완전한 개조 없이는 누가 후보라 해도 절대로 민주세력의 집권은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의 호남 독식 33년 이것이 마치 발에 종기가 생겨 쓰러진 살아 있는 코끼리를 하이에나에 조금씩 뜯어 먹혀 죽어가는 코끼리 같은 제1야당 민주당을 보았습니다.
노무현대통령님이 옳았습니다.
오죽하면 “동서구조의 기형적 공생관계를 깨부순다면 한나라당과도 손을 잡겠다” 하셨을까요. 그나마 대통령님의 목숨 값으로 부산이라도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 희망을 보았습니다.
새정치라는거죠. 영호남을 관통할 새정치의 기운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유력한 현직 단체장의 간곡한 캠프합류 부탁을 거절하고 낙향하여 전북의 새정치를 준비하겠다며 탈당을 하고 도당 건설시 혹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으로 작지 않은 조직도 만들었습니다. 간접적인 생활정치로는 새정치의 완성도 민주당의 개조도 어렵다고 출마도 하겠다며 생각했습니다. 새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집단과 함께 머라도 해야 한평짜리 비바람 피할 곳이라도 만들어 드릴 수 있고, 머라도 하면 정치라는 것이 함께 어울리며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고, 머라도 해야 호남의 민주당 독식에 금을 가게 할 수 있으며, 싸울 기력이 생길 듯 했습니다.
시작부터 어려웠습니다. 이방인 취급하는 먼저 시작한 사람들도 새정치의 시작부터 실망스럽기도 하고 미래예측이 불확실한 전술들에 새정치의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결국은 여러 가지 현실적 명분으로 새로운 신당창당이 진행중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3번이 변하고도 넘는 33년 여·야독식의 공생관계로 버텨온 민주당을 구호만으로 그들과 함께 개조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꿈꾸던 새정치의 가치를 실현 할 수 있을까요. 합쳐졌으니 슬그머니 또다시 그들과 함께 옆자리에 끼어 달라 해야 하나요?
새청치를 통하여 국민동행, 노동포럼에 처음 합류하고 가슴 벅찬 감동으로 잠 못 이루었습니다. 선배님들과 함께 새정치의 완성을 위해 제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다시 전선에 서 있는 20대의 저를 생각하고 스스로 감격하였습니다. 새정치의 깃발로 이 세상 모든 노점상 어머님께 한 평짜리 비바람 피할곳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저의 생각은 50살 넘은 변두리 무명 정치인의 호기로 끝내야 했습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새정치의 염원은 보릿고개를 격어보지 못하고 인내할지 모르는 가장 노릇하던 사람에게 종자까지 까먹이고 말았습니다. 다소 지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사는 게 사람살이인지 몰랐나 봅니다.
합당 시기에 사실상 출마를 포기하면서 인사를 드리겠다고 몇 자 적었습니다.
용기도 안 나고 화도 수그려 지지 않아 전화도, 편지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냥 슬그머니 사라져 주는 게 체면이라 생각도 하다가 지금이라도 말씀 올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고 부끄러운 마음 담아 안부전합니다.
참 고단한 시간 이였습니다. 세상은 아직도 많이 어수선하고 아픔니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는 정작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변만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은 시간이 지나 잊히기만 기다리는 아무도 책임 없는 무정부 상태의 국가도 정치인도 없는 무능력과 분노만 있는 가슴시린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본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아파하며 미안해 하지만 아직도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와 위정자들은 별스럽지 않나 봅니다. 저도 별다른 위로도 못하고 그냥 많이 울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탁발하며 전남의 곳곳을 다녔습니다. 그래도 가시지 않은 목마름에 서울로 다시 전남으로 이곳저곳 유랑 다니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많이 편찬하셔서 모처럼(?) 오붓하게 함께한 시간들이 힘든 시기 버티게 해주셨습니다. 상처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자식에게는 80이 넘은 병상의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보약이나 봅니다. 다행스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 만들어갈 추억이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 못난 자식도 어머님께는 보약이라 생각하시나 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나 사람사는거나 본인이 역량을 준비하고 그 만큼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전 저의 역량과 노력 보다는 정치적 상황이나 조력자들에 기대어 살려 했었다고 반성을 해봅니다. 그러다보니 결국은 다 저의 잘못이고 부족함 이였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비교 하기는 그렇지만 저보다 먼저 떠난 김성식의원, 윤여준 원장, 법륜스님께서도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인 심정적으로는 저와 비슷했나 봅니다.
죄송하고 미안하고 감사드립니다. 자꾸 살면서 변제할 빚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살겠습니다. 제가 필요하시다면 변제할 빚이 줄어든다는 마음으로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이제는 이런 문제로 빚이 늘어나진 안겠다고 작정하니 다행입니다. 새정치라는 가면 놀음에 꾀 춤추지 않고 살겠습니다. 그동안의 관심과 사랑만 기억하겠습니다.
하늘에 순응한 사람들이 사는 순천만 정원에서 곽기차 올림
첫댓글 많이!아주많이 매일!아주매일! 기다렸습니다.
감사하시
다시 시작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