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속이 꼬여있지 않고 반듯한 사람들과 관계를 꾸려 나가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그럴 듯한 페르소나로 자신의 속내를 잘 감추는 사람일수록 그 캐릭터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힘들죠.
그 누구도 타인들에게 속이 꼬여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진 않을 겁니다.
따라서, 반듯하고 구김살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페르소나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겠지만,
페르소나는 누군가의 공격을 받는 순간 반드시 벗겨지게 돼 있습니다.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When you squeeze an orange, orange juice will come out — because that’s what’s inside.”
- Wayne Walter Dyer
살다 보면,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당할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타인을 쥐어짜기도 해요.
일부러 시비를 걸고 그에 따른 감정적 반응을 기대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거죠.
자, 여기서 인간 심리의 중요한 법칙이 하나 등장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타인의 내면으로 투사한다.
거짓말쟁이들은 진실된 사람들보다 타인의 거짓말을 더 잘 눈치채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내 속에 거짓이 가득하기 때문에, 타인의 속에도 거짓이 가득할 거라 의심하기 때문이죠.
※ Hartwig et al. (2004)의 연구에서는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대학생들보다 거짓 판별을 더 잘 인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내면이 비틀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역시 나처럼 내면이 꼬여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쥐어짜면 그들의 분노를 끌어내리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요.
내가 가장 아팠던 방식 그대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죠.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힘들어서 쥐어짜지는 느낌을 받을 때,
속이 꼬인 사람들은 자신의 꼬인 속을 그대로 표출하며
속이 반듯한 사람들은 자신의 반듯한 속을 그대로 표출하게 돼요.
자격지심(自激之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격한 마음,
이미 내 안에, 내가 정한 기준에 못미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존재하고 있는데,
누가 그걸 쥐어짜서 표출시킨 겁니다.
그래서 폭발하는 거죠.
넌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냐?
네가 친구로서 그럴 수 있냐?
모든 화를 상대방의 매너 없음과 배려하지 않음이라는 이유로 쏟아내지만,
사실, 이것이 바로 자격지심의 본질인 것입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나약함을 들켜서 수치스러운 마음.
그동안 스스로에게 참아왔던 화를 들춰낸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분노.
속이 꼬여있지 않고 반듯한 사람들은
남들에게 공격당할 때나 인생의 위기 상황에서도 반듯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해 나갑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자질을 지니고 있길래 이렇게 반듯할 수 있는 걸까?
라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반듯한 내면의 본질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보다는 무엇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와 더 관련이 깊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란 과연 무엇일까?
1.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대치
2. 인간에 대한 서열화 관점
3. 인정욕구
인간의 내면이 꼬이고 뒤틀리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열등감입니다.
열등감이 생겨나는 본질적인 이유는 세상이 인간의 가치를 등급화시켜서 나눠버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세상이 정한 잣대로 나와 남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의 내면 또한 열등감으로 인해 짓뭉개지고 뒤틀릴 이유가 없어지게 돼요.
내가 꼭 잘나야 되고, 남들보다 잘 나가야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세상 속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내면이 어긋나고 뒤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심플해요.
내가 꼭 잘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잘 나갈 필요도 없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면,
세상은 훨씬 더 살만해지고, 나의 내면 또한 훨씬 더 반듯해지지 않을까요?
왜 꼭 우리는 스스로를 약육강식의 게임에 내던져진 플레이어로만 생각하는 걸까?
"나는 승리자여야 해"라는 세뇌.
이 세뇌가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내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내면을 뒤틀고 박살내는 원흉이라면,
이 세뇌 속에서 모든 경쟁을 이기고 절대 강자가 되는 것보단,
이 메트릭스로부터 빠져나와 나만의 독자적인 인생 철학을 추구하며 사는 편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지도 모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늘도 덕분에 좋은 글 읽고 마음 다잡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번더 정독!
좋은 글이네요! 굿!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제목을 보고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네요.
삶의 여러 경험상 저는 제가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르지 않은 사람, 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그럴 수가 있나, 의심하며 제 행동을 보고 묻고 따져봐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본문에도 나오지만 대체로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대합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죠. 화가 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냥 안 보는 걸로 귀결되고는 하는데
열등감이라... 그거 분명히 있는 거 같은데, 열등감을 느낄 때 보통 저는 화가 아니라 수치스러움
그래서 회피하는 그런 경향으로 가는 거 같은데... 열등감은 있는데 안 꼬여서 그런 걸까요?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같은 인간이라 열등감은 있어도 그렇게 표현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이따 밤에 다시 정독하고 찬찬히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열등감은 사실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문제시되는 열등감이란, 가치 서열화나 인정욕구 등으로 인해 만성적인 열등의식으로 심화되는 경우이죠.
가령, 나만의 독자적인 철학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얼굴이 잘생긴 사람이나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며 순간적인 열등감을 느낄 순 있잖아요.
하지만 나 스스로 나의 외모나 화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열등의식이 없다면,
열등감은 그저 순간적인 감정으로 지나가 버리겠죠.
결국 그 순간 내가 느끼는 열등감이 원래부터 내 안에 존재하고 있던 만성적인 열등감이냐,
아니면 나보다 잘난 타인으로 인해 그저 스쳐지나가는 일시적인 열등감이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무명자 물이 고이면 썩듯이 부정적인 감정이 고여 있으면 그렇게 되는 거군요.
열등감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천성이 잘 스쳐 보내거나 아니라면 빨리 털어버리는 의도적 노력, 같은 게 필요하겠네요.
저는 평소에 별로 그런 생각, 그러니까 비교 같은 걸 안 하는 인간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느껴지면 부끄러워 회피하고 싶고 도망가버리거나
아니면 시원하게 인정하고, 그렇다고 뭐 달라지는 게 없네요. ㅎㅎ 하고 마는 듯.
설명 덧붙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가 중학교 일기장에 적어둔 글이 있었죠
‘말을 줄이자. 말을 줄이고 그저 내가 해야할 것에 집중하자.‘ 말이 많으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죠 요즘 같은 세상은 더욱 그런 거 같아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자신을 한번 뒤돌아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