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모 사
김지철 / 충청남도의회 교육의원
우리는 오늘, 갑오년 농민전쟁 세성산 전투에서 한반도 침략에 눈먼 일본군과 조선 관군 연합군의 최신 화력 앞에 장렬히 산화하셨거나 피눈물로 퇴각하신 1천여 명의 농민군 전사들의 영령을 추모합니다.
아울러 연합군의 무자비한 살육으로 쑥밭이 되어버렸던 이곳 천안시 성남면 화성리 일대 주민들의 원혼을 위로하고 기립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1894년 농민들의 ‘척양척왜·보국안민’의 함성이 온갖 부패와 비리로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외세가 나라의 숨통을 죄어도 아무 대응도 못하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조선왕조에 대한 혁명 선언이었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반외세․반봉건의 함성이 조선의 자주와 모든 민중이 주인 되는 대동 세상을 염원하는 절규였음을!
하여 오늘 우리는, 위령비 건립을 계기로 전사들이 세성산 골짜기마다 맑은 피를 뿌리며 꿈꾸셨던 ‘함께 울고 웃는 세상’, 그 비원(悲願)을 이어 받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각오를 더욱 곧추세웁니다.
한-미, 한-중 FTA가 몰고 올 쓰나미를 예상하며, 20년 전 쌀값이 오늘의 쌀값인 현실에서 쌀값이 곧 농민의 값이라고 울부짖는 농민들의 한숨과 눈물, 주름 가득하고 검게 탄 얼굴들을 기억합니다.
노동자와 그 가족까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와 아산의 유성기업과 현대차 노동자들의 계속적인 구속, 해고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사업장의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나는 노동자들이 줄을 지어도 모른 척하는 삼성반도체와 정규직의 절반 임금과 절반 인간 대접을 받으면서도 수시로 잘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영세 상인들을 봅니다.
그들에게는 ‘지구보다 무거운 생명’ 또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정말 입에 발린 미사여구요, 빈말임을 통감합니다.
미국을 포함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역사적 각축을 보며 평화의 섬 제주도 강정마을에 진정한 평화가 왜 그리도 어려운지를 절감합니다.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지 쉽게 이동할 권리와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보장을 요구하거나 장애 등급제, 부양 의무제 철폐를 소리 높여 외치는 장애인들의 외로운 투쟁을 떠올립니다.
상식과 배려, 연대와 나눔의 가치보다 반칙과 특권을 더 많이 체득하는 학교와 사회에서 좌절하는 청소년들과 낮은 학교 성적을 비관하며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죽음으로 고발하는, 그래서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10대들을 가슴에 새깁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
우리 모두는 세성산 전사들이 남겨 주신 큰 꿈의 오늘의 의미를 이어갈 책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민족자주와 평화통일, 차별 없는 민주 평등의 복지사회 건설을 위하여 더 힘을 모아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12월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 함께 갑시다!
영령님들이시여,
너무도 늦은 오늘에서야 위령비를 세워드리는 저희의 용렬함을 꾸짖어 주시고 제물을 흠향하시며 영령님들이 이루시지 못한 꿈을 계승하려는 저희를 굽어 살펴주소서.
상향
201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