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가구의 급증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건국 이래 최초,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거라는 불안감으로 인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과업에 너 나 할 거 없이 부담감을 느끼는 거죠.
'나 하나 책임지기에는 문제 없으니,
내가 버는 돈, 나만을 위해 쓰며 실속 있는 싱글 라이프를 즐기자.'
맞습니다.
싱글 라이프는 분명 실속 있는 삶을 살기에 충분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특히, 여러 가지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죠.
이렇게나 큰 장점이 있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하겠죠?
그것은 바로 행복의 체급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당신의 행복 체급은?
뭐든지 모여서 하면 더 즐겁기 마련이다.
축구 경기도 혼자 보는 것보다 모여서 보는 쪽이 훨씬 더 재밌습니다.
사람이 모였을 때 쾌감이 증폭되는 일차적인 원인은
바로, 인간이 지닌 공감 능력 때문입니다.
나 하나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즐거움 또한 내 공감 능력으로 인해 흡수되기에,
즐거움의 크기 자체가 집합적으로 커지는 구조인 겁니다.
즉, 공감 능력 자체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주변에서 같이 느끼는 사람들의 수에 비례하여 강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탁월한 웅변가에 의해 고조되는 군중 심리
콘서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격과 환희
나와 비슷한 신념을 가진 커뮤니티에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
등등.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Dunn, Gilbert & Wilson (2011)
보너스를 탔을 때,
내가 전부터 갖고 싶었던 비싼 물건을 사느냐?
or
가족들이 평상시 갖고 싶어 했던 물건들을 선물하느냐?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후자가 더 기분이 좋다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가령, Elizabeth Dunn, Lara Aknin 같은 심리학자들은
이타적인 소비를 할수록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행복의 공감으로 인한 체급의 증가 현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 혼자 기뻐하느냐 vs 나를 포함한 모두가 기뻐하느냐
혼자서 넷플릭스로 케데헌을 보는 것보단,
극장에서 싱어롱 이벤트로 케데헌을 보는 쪽이 훨씬 더 재밌는 법.
인생의 희극 장면에서 이를 같이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야말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체급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 것입니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인지라,
내 가치 평가와 상관없는 타인의 행복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ex. 극장에서 다같이 컨텐츠를 보며 즐기는 단순한 행복)
내 가치 평가와 상관있는 타인의 행복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ex. 내 주변 사람들의 성공과 그에 따른 행복 → 성공한 사람과의 비교로 인해 행복이 공감되지 않고 역효과가 남)
가령, 케데헌을 여럿이서 같이 보며 행복감을 고취시키는 건 가능하지만,
나 빼고 내 친구들 모두 취업에 성공했을 때 술자리에 참석하는 건 나의 불행감만 고취시킬 뿐이죠.
결국, 내 행복의 체급을 높여줄 수 있는 존재란,
그 사람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처럼 여겨질만큼 나에게 소중하고 긴밀한 관계여야만 합니다.
그 사람의 성공과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을만큼 각별한 존재.
그 사람이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내가 대신 배부른 것처럼 느껴질만큼 소중한 존재.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타인을 "운명공동체"라고 표현해요.
운명공동체, 즉, 한 배를 탄 사이이기 때문에,
그들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고, 그들의 실패가 곧 나의 실패가 될만큼 가까운 관계를 말하죠.
바로, 가족입니다.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모든 결혼이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이야기도 있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 개인의 행복을 포기할 일도 생길 텐데,
가정을 꾸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의 체급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체급과 역량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령, 복싱 체급은 피지컬을 기준으로 나눌 뿐,
체급이 높다고 복싱 역량이 뛰어난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면, 행복 체급이 높아질 뿐,
체급이 높다고 반드시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건 아니에요.
미혼과 기혼 여부는 단지 체급만을 나눌 수 있을 뿐,
싱글 생활에 만족하는 건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가 결정하는 것이고,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즉, 미혼이나 기혼이나 행복할 사람은 행복해요.
다만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행복의 절대적인 양에서 차이가 날 뿐.
일인 가구는 라이트급에서 행복의 챔피언이 되는 것이고
다인 가구는 헤비급에서 행복의 챔피언이 되는 거랄까?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불행의 체급 역시 증가.. 저 같은 경우는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본연의 기쁨이 그 모든 불행을 압도하고도 남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빈 둥지를 준비해야겠지요. 그리고 요즘은 대안 가족이라고, 꼭 번식이 동반되지 않아도 가족을 형성하고 행복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이 점점 퍼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