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요.
노력만 하면 정말 높이 갈 수 있는 아이인데...
부모님들의 레퍼토리죠.
머리는 좋은데 노력은 안한다.
이말인즉슨,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 (=머리) 훌륭하지만,
후천적으로 개선 가능한 건 (=노력) 아직 부족하다.
즉, 자질은 뛰어나니,
제 하기 나름에 따라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인 거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노력이란 게,
"안"하고 있다가도 정신 차리고 의지가 생기면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아니면,
"안"한다는 건 핑계일 뿐, 그냥 "못"하는 걸까?
노력 努力 → 본능에 역행하기
쾌락 추구 및 고통 회피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은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동기화되죠.
시험에 환장한 인간이 아니라면,
시험 공부는 당연히 고통스러운 과제일 거고,
우리 주변에 재밌고 흥미로운 소일거리들은 얼마든지 널려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공부를 회피하고, 도파민 도는 유희거리들을 찾아나서는 건
인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활동 패턴이에요.
즉, 인간의 기본 모드 자체가 노력 없는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고통의 최소화, 그리고 쾌락의 최대화.
따라서, 인간의 본능 상,
노력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본능에 부합하는 다수요,
노력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들이 본능에 역행하는 소수가 됩니다.
그렇다면, 본능에 역행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무나 못하는, 소수에게만 허용된 역량,
즉, 그 자체로 "능력"이란 겁니다.
애들이든, 어른이든 노력하기 힘든 게 정상입니다.
즉, 노력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쪽에 가까운 거죠.
당연한 겁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림을 잘 못 그리듯이, 춤을 잘 못 추듯이, 노래를 잘 못 부르듯이,
노력 또한 잘 못 하는 것 뿐이에요.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춤을 "안" 춰요. 그림을 "안" 그려요.
라고 말하는 부모는 없잖아요?
하지만 요상하게도 이 사회는 노력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 규정 짓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노력하면 할 수 있어.
노력하면 너도 좋은 대학 갈 수 있어.
노력하면 너도 부자될 수 있어.
그런데 왜 "안" 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고를 푸쉬하는 사회는 수많은 패배자를 양산할 뿐이다.
모두가 최고일 수도 없고, 최고일 필요도 없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가장 건강한 사회이다.
최선(最善)이란 동양 철학적 관점에서,
억지로 애쓰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정의됩니다.
가령, 일보 전진을 위해 반보 후퇴하는 삶과 같달까?
반면, 노력은 힘쓸 노(努)에 힘 력(力) 자를 사용해요.
즉, 억지로 애써서 어떻게든 되게 하다라는 뜻인 거죠.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승리자들은 어떻게든 에너지를 쥐어짜서 죽자사자 목표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쉼과 후퇴 없이 계속해서 전진만 하는 삶.
마치 곰과 호랑이가 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으로 버티며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였듯,
그러한 지옥 같은 과정을 거쳐 최고의 승리자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근원적 힘이 무엇인지, 유전인지 아닌지 여부 등등은 아직 속시원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만,
중요한 건, 단지 소수만이 뼈를 깎는 노력을 반복하면서도 그걸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대다수는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모든 힘과 에너지를 소진한 채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갓생 살기가 작심삼일에 그치는 건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가진 노력의 한계치를 초과해 우리의 신경계가 파업에 돌입했다는 의미인 것이죠.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우리나라 사회가 개인에게 지나친 노력을 강요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나름 노력했는데 자신의 한계로 인해서 잘 안되었을때도 먼저나오는 말이 '죽을만큼 "노력"했냐?' 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