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시시근불식(時時勤拂拭) -《육조단경(六祖壇經)》-
-때때로 힘쓰고 불식(拂拭)하라-
홍인대사(弘忍大師) 문하에는 언제나 많은 문하생이 모여 대단한 선풍(禪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느 때 홍인대사는 제자들에게 "그대들 중 한 사람에게 내 선법을 계승시켰으면 한다. 누구라도 좋다. 자기가 깨친 심경을 게(偈…선의 마음을 노래한 시)로 나타내어 보라. 선의 진수(眞髓)에 맞는 자에게 인가(印可…증명)를 해 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홍인대사의 제자는 700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쯤 되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게를 만드는 자가 없었다. 그때에 고제(高弟)의 한 사람인 신수(神秀…706년 몰)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내외의 학문에 달통하여 스승의 대리도 보고, 덕망도 높은 사람이다. 모두들 그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그는 자기의 오경(悟境…깨달은 심경)을 게로 지어 스승이 언제나 지나는 복도에다 붙여 놓았다.
身是菩提樹 신시보리수 몸은 곧 보리수이고
心如明鏡台 심여명경대 마음은 명경대와 같다.
時時勤拂拭 시시근불식 때때로 힘쓰고 불식(拂拭)하여
莫使惹塵埃 막사야진애 진애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라.
(몸은 깨달음을 지닌 나무와 같고, 마음은 원래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울과 같은 것, 따라서 언제나 더러워지지 않도록 털고 닦아서 번뇌의 먼지가 끼게 해서는 안 된다.)
라고 수행의 중요성을 4구 20자로 노래했다. 사실 신수(神秀)는 이처럼 노력한 사람이었다.
이와 같이 수행이 철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서도 명백하다.
주다반탁가(注茶半託迦. Cūdapanthaka)는 형인 마하반탁가(摩訶半託迦. Mahāpanthaka)와 더불어 석존의 제자다. 형은 아주 총명했으나 그의 동생은 극히 어리석으므로, 「우로(愚路…愚鈍)」라는 별명으로 경멸을 받고 있었다. 한때는 교단에서 추방을 당할 정도로 어리석었다. 그런 그가 석존에게서 "먼지를 털고 때를 씻으라."는 가르침을 받고 그 후부터 그는 이 한 가지를 철저히 실행한 결과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즉 오경(悟境)을 체득했다. 그것은 그가 도구를 가지고 청소한다는 뜻이 아니고, 청소 그 자체가 되어 버려 그것과 완전히 동화된 후에 비로소 터득한 심경이다. 눈에 띤 하나의 먼지를 터는 것이 자기 심중의 먼지를 터는 것이다. 흐트러진 신발을 정돈하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삼자(三者)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게 되었던 거다.
아무리 정교한 청소 도구라도 먼지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환경도 인심도 영원히 더러움을 더해 간다. 영원한 더러움에 대해서는 영원한 청소를 계속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영원한 더러움과 영원한 불식(拂拭)이 대결해야 비로소 지금ㆍ이곳인 일점에 청정한 경지가 개발된다. 선(禪)에는 이런 노력의 쌓아 올림이 중요하다. 이점을 닦는 곳에 신수(神秀)의 선풍이 있다. _(())_
출처 : 柳淞月 選解 <선명구이백선(禪名句二百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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