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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제의 사진 예술론<이제 사진 프로젝트다>의
저자이신 '경주대 김성민 교수'
사진 평가, 제대로 한번 해보자.
1. 사진평가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네이버 사진 평가를 하면서 아마추어 사진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진들을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마추어 사진 평가에 대한 몇몇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대부분의 비판적 목소리들은 사진들을 과대평가하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지나치게 피상적인 이야기들로 가장 중요한 기능인 비평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비판에 직면하면서 필자는 어떤 사진이라도 비평을 위해서는 반드시 분명한 기준(criteria)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을 보고 판단하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면 이런 비판의 목소리들이 담고 있는 우려되는 부분들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진 비평은 그 대상이 프로 사진가든 아마추어 사진가든 공정한 기준을 통해서 이루어져서 그 판단이 충분히 이치에 맞고 존중될 때 비로소 가치를 발할 수 있다. 효과적인 비평은 힘 있고 설득력을 갖춘 사진만큼이나 가치 있는 도전이다. 그렇다면 좋은 비평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준이 필요할까?
2. 단순히 “좋다”는 그 이상의 평가가 필요하다.
네이버 오늘의 사진에는 독자들이 클릭만 하면 남길 수 있는 “I like it"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렇다고 사진을 비평하는 사람이 단순히 ”맘에 들어,“ ”분위기가 좋다,“ ”느낌이 좋다“는 말로 사진에 대해 논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세상에 그 어떤 비평가도 이런 단순한 방식으로 사진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사진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정 시간의 숙려가 필요하다. 사진에 끌리는 것은 일순간이지만, 그 끌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심사위원 혹은 비평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비평가라고 해도 한 사진을 왜 좋다고 평가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3. 긍정적인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언제나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인 평가를 압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평가조차도 발전적인 내용이어야지 부정과 비판 그 자체로 끝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느슨한 비평은 평가 자체의 의미를 상실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비평은 단순히 사진을 비판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사진에서 무엇을 보는지,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진을 평가해야 한다. 아무런 근거 없이 사진을 평가하는 것은 근거 없이 소문을 퍼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익한 행위이다.
4. 사진을 본 소감을 명사나 형용사 등 단순한 단어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사진비평 수업을 들었을 때의 일이다. 영어로 수업 듣기도 힘들었던 때에 영어로 사진을 비평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일단 사진에서 보이는 것을 명사, 형용사, 부사 등의 단어로 표현하라고 했던 지도교수님의 조언이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이론을 이야기 하지 말고 일단 사진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사진에 보이는 바를 ‘무겁다,’ ‘슬프다,’ ‘이별,’ ‘재회’ 등의 단어로 표현하기 시작하면, 이런 단어들과 함께 사진에서 느끼는 바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단어들을 단순히 열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슬픈 얼굴,’ ‘아름다운 재회’ 등의 구문으로, 그 다음에는 ‘두 형제는 50년만의 아름다운 재회를 통해서 과거의 슬픔을 잊고 동포애를 회복했다“는 식의 문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키워 나가면서 사진을 보는 안목도 키울 수 있고, 이에 대해 논평을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5.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사실이나 기술적인 측면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단체로 사진 촬영을 나가서 똑같은 주제를 모두 다르게 촬영하는 것처럼 같은 사진을 놓고도 전혀 다른 평가를 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가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주의 깊은 관찰력과 명철한 해석이 필요하다. 주제 자체를 묘사하는 것보다는 사용한 앵글, 구성 등과 관련된 사진의 형태에 대해 논의하고, 사진가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노출이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단순히 프로답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프로답지 못한 것이다. 기술적인 내용은 사진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꼭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며,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은 마치 앙금 없는 찐빵을 만드는 것과 같이 비평을 소설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6. 사진을 촬영한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사진 그 자체에 무엇이 있는지 보아야 한다.
혼자서 비평을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도 여러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사진을 비평할 때도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사진에서 본 것을 들어보면 자신이 사진 속에서 보지 못했던 매우 중요한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자칫 혼자서 평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아집이나 고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좀 더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서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 서로 촬영했던 사진들에 대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이런 비평의 시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이때 촬영을 한 사람은 자신이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진 비평을 할 때 촬영한 사람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촬영자의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사진 비평을 하는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한국보도사진대전의 심사위원으로 심사에 참가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럴 때마다 심사에 올라온 소속 기자들의 사진에 대해서 일부의 사진 부장들이 "이 사진을 찍을 때 OOO 기자가 정말 고생했다. 고생한 만큼 이번에는 꼭 입상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사진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사진 그 자체여야 한다. 사진을 만들어내느라 고생한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 사진의 가치 또한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사진을 비평할 때는 사진 뒤에 있는 이야기는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시작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다.
7. ‘지적질’ 그 이상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적인 평가가 있을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평가는 절대적 가치 기준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주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의 의견은 그런 주관적인 생각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성의 담보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때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는 앞에서 이미 얘기한 바와 같이 사진 속에서 발견한 것들을 토대로 '문장'을 만들어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묘사해 나가야 하다. 사진 비평은 사진을 보고 발견한 내용들을 묘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사진 속 구성 요소가 적게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단순함과 명료함을, 하늘을 많이 포함시키는 것은 시원함이나 자유를, 해지기 직전의 광선을 이용한 사진은 부드러움을 나타내는 것처럼 모든 비평은 반드시 사진 속에서 본 것을 토대로 쌓여 가는 것이다. 사진에 대한 해석은 일관되고, 포괄적이어야 하며,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학회에 논문 심사를 보낼 때 심사평 중에서 가장 난감한 것이 "이 논문은 논문이라고 할 수 없다," "수준 이하다"라는 철저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내용들이다. 무엇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잘못되었는지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요즘 시쳇말로 '지적질'만 실컷 하는 심사평은 자기 자신이 처절하게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얼굴에 침뱉기인 셈이다.
8.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평가를 하여야 한다.
비평은 단순히 자기이 사진을 좋아하고 싫어함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아니다. 좋으면 왜 좋은지, 아쉬우면 왜 아쉬운지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관심의 중심이 강조되어서 좋다 혹은 주변의 여러 가지 산만한 구조물들을 정리하지 못해 관심의 중심이 흐려져서 좋지 못하다는 식으로 자신이 사진에서 발견한 장점과 단점을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주관적인 판단만 남발하는 것이 가장 잘못된 비평이다. 글을 보는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9.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접어야 한다.
비평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배제 혹은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인 아서 프리드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사진을 비평하면서 엄청나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서 때로 여학생들이 울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그가 학부에서는 다큐멘터리사진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순수미술을 전공했다는 점이다. 그는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사진을 가져오더라도 여러 가지 참고 사항들을 제시하고, 관련 작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는 편이었다. 그는 악명 높은 교수였지만, 모든 사진들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 나라 대학은 사진학과가 세분화된 전공인 순수사진, 광고사진, 포토저널리즘/다큐멘터리사진 등으로 나뉘지만, 미국의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사진 전공을 포괄적인 방식으로 공부한다. 세분화된 전공이 전문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점점 소수화 되어가는 대학 교육에서는 어떤 전공을 하는 학생이라도 지도가 가능한 교수가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평도 자신이 특별히 선호하는 사진만을 늘 선택하는, 혹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사진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좋지 않게 평하는 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관점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평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비평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 혹은 자신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사진들에 대한 글들과 비평들을 꾸준히 읽어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비교해 보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가끔 네이버의 사진 댓글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 “이 사진이 왜 오늘의 사진에 뽑혔는지 모르겠다. 형편 없는 사진이다”라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글들을 올리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이런 글들을 작성하시는 분들은 먼저 자신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왜 그 사진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10. 친절한 조언을 해 보자.
가장 좋은 사진은 무엇일까? 쉽게 보지 못하는 사진, 구성이 뛰어난 사진, 감동을 주는 강력한 사진, 촬영하기 어려운 사진, 생각을 하게 하는 사진 등 그 리스트를 써 나가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그 조건은 엄청나게 많다. 비평을 하는 사람은 최소한 이러한 조건들을 대상 사진에 적용하면서 평을 풀어나가야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종류의 사진들을 선호한다. 일단 사진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진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만을 덜렁 내어 놓는 것을 비평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상 사진이 이런 조건들을 어떤 식으로 충족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부족한 면이 어떤 것인지를 하나, 둘 씩 열거해 나가다 보면 비평이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독자들이 알 게 될 것이다.
사진 이론 수업인 사진사, 사진비평, 사진연구와 같은 시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 중 하나는 비평은 긍정적인 면을 우선으로 하고, 일부분을 부정적인 비판에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진 속에서 긍정적인 면들을 먼저 찾아내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차원에서 비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 학생들의 사진을 놓고서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진을 숙고하면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떠올려야 할 시간이다. 가끔 사진 교수님들 가운데 사진이 마음에 안든다고 던지는 분들도 과거에는 꽤 있었다고 들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지적을 통해서도 이런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운데, “이게 사진이야?”라는 태도로 자라는 싹을 밟아 버리는 행위는 결코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적을 하더라도 주피사체를 정중앙이 아닌 삼분할 지점으로 옮기거나, 조리개 개방을 통해서 완전한 선택적 초점을 해야 한다거나, 좀 더 타이트하게 크롭핑을 했어야 했다거나, 로우 앵글이나 하이 앵글과 같은 색다른 앵글을 시도했어야 한다거나, 조금 더 기다렸다가 해질 무렵에 촬영했으면 더 좋은 분위가 될 수 있었다거나 하는 등의 좀 더 세밀하고 친절한 조언을 할 때 비평은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비판보다는 칭찬을, 그리고 친절한 조언을 하는 방식의 비평을 시도해 보자.
김성민의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사진강의노트> 중에서
그래서 '이제 사진프로젝트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303314316385298&id=100001202550039
첫댓글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303314316385298&id=100001202550039
김샘 지기님 감사 합니다
좋은 글을 보게되어
줄줄히 맞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사진도 하나의 학문분야로 접근... 그렇타면 이에 따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아는 만큼 보인다" 과연 이 안다는것이 무엇이겠읍니다
그리 간단 한다고 생각 하기 어렵네요
김교수님의 컨셉은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이런 이야기들을 할 대상들의 문제?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이 많네요
Engineer와 Technician는 비슷한것 같아도 다른 개념 이라 생각 합니다.
예
김성민교수의
<이제 사진 프로젝트다>는
사진의 돌파구를 찾는데,
도움이 될만 한 책입니다.
이 글도 저자의 허락을 받고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