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주범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에 생기는 독성 단백질 플라크. 이 플라크가 생기면 기억력이 서서히 감퇴해 고질적인 치매 단계에 접어든다. 그런데 어떤 노인은 이런 플라크가 생겼는데도, 전혀 치매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다가 자연사했다. 비결은 뭘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클라디아 카와스 교수는 지난 16일부터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세계신경학회의(World Congress in Neurology)에서 ▲혈압을 제때 조절하고 ▲운동을 하고 ▲TV를 덜 보는 습관을 들이며, 뇌 속에서 치매 유발 플라크가 발견돼도 숨질 때까지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했다.
그는 2008년에 ‘90세+ 연구(90+ Study)’란 제목의 이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진은 2003년부터 약 4년간, 65세 이상의 노인 1700명을 상대로 6개월마다 인지 능력을 검사하는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사망한 뒤에는 부검을 통해 뇌의 상태를 살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치매에 걸리지 않고 자연사한 사람의 절반에서는 치매 유발 인자인 이 플라크가 발견됐다. 즉 플라크가 있어도 치매 없이 숨진 것이다. 반대로, 치매에 걸리고 숨진 이의 절반 중에선 이 플라크가 오히려 발견되지 않았다. 신경 손상과 기억력 감퇴를 유발하는 이 플라크가 없는데도, 치매에 걸린 것이다.
카와스 교수는 결국 치매 주범으로 알려진 플라크가 꼭 치매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 참가자 중 40%가 치매에 걸렸는데, 남성보단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았다.
카와스 교수는 플라크가 발생했는데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던 이들의 공통점은 ‘건강한 생활습관’이었다고 밝혔다. 즉, ▲운동을 자주 하고 ▲TV를 덜 보고 ▲혈압을 수시로 확인해 조절하는 습관을 가지면 고령에도 인지능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건강 습관만 제대로 지켜도, 2050년까지 미국에서만 치매 환자가 200만 명이 줄 것으로 추산했다. 카와스 교수는 이 세 가지 습관이 치매 예방의 ‘절대적 조건’이라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어쨌든 ‘계속 뇌를 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