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빈곤철폐의날입니다! 저녁 7시, 주디스태화로 오세요.
올해 투쟁과제를 요약한 글입니다. 오시기 전에 한번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마! 쫌 살자! 빈곤을 철폐하라!”
경제위기와 팬데믹 이후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이다(한국은행, 2024). 특히 에너지,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고령층과 저소득층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은 고작 1.7% 올랐다. 2025년 1인가구 생계급여는 약 76만 원으로 전년 대비 5만 원 올랐다. 배추가 한 포기가 1만 원이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내년도 생계급여 딱 배추 다섯포기 값이다”. 빈곤층은 당장 올 겨울 김장을 포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더 옥죄고 있다. 재작년 서울의 어느 반지하 집에서 폭우로 인해 집안에서 일가족이 익사한 일이 있었다. 발달장애인과 그의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10대 딸까지... 비현실적인 비극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침수방지나 이주 정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빈곤층은 불안정한 주거환경에서 폭우와 폭염, 그리고 혹한을 고스란히 견디며 ‘운이 좋아서’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다.
2023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역대 최고인 35.5%를 기록했다(통계청, 2024). 노인빈곤율은 57.1%,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보아도 38.1%이다(통계청, 2023). 이는 OECD 평균의 약 3배 수준이다.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힘든 1인가구와 노인 비중은 높아지는데 여전히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12.3%에 머물고 있어(보건복지부, 2023) 암담한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남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하여 비수급 상태인 빈곤층은 33만명에 이른다. 임시직, 일용직, 영세자영업자 등 근로빈곤층의 비중도 높다. 이 마당에 정부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의료급여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악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수급자가 1, 2천원 수준으로 납부하던 진료비를 종합병원은 8%, 병원은 6%, 의원은 4%로 자기부담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수급자들은 적자상태로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빚을 지거나 양자택일을 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고, 의료급여 개악을 중단해야 한다.
불평등과 빈곤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이다.
부산에는 ‘대연우암공동체’라는, 마을만들기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자립적으로 건설한 공동체가 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땅에 부산시가 공공개발을 포기하며 민간자본이 들어왔고, 부산시의 방관 하에 민간자본은 모범적인 공동체를 오로지 이윤의 논리로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아파트는 돈으로 지을 수 있지만 공동체는 돈으로 만들 수 없다. 주민들의 주거생존권을 위해서 부산시가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
부산에는 또 다른 이슈가 있다. 피란도시였기에 ‘부랑인 보호’라는 명목으로 국가폭력을 일삼은 시설이 여러 군데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형제복지원’ 보다 더 이전, 소위 ‘부랑인’ 시설이었던 ‘영화숙․재생원’이 있었다. 최근 진실화해위원회가 직권조사를 결정하고 당사자들이 협의회를 구성해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은 ‘영화숙․재생원’ 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용시설 문제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5월이면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기한이 마감된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상시적인 기구 마련 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임기 연장을 바란다. 부산의 수용시설 인권침해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진실화해위원회 뿐만 아니라 부산시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연로한 피해생존자들이 살아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고독사와 무연사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또한 평균 1,400만원에 이르는 장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가족의 장례를 포기하는 일도 많이 늘고 있다. 그런데 부산시의 공영장례 예산은 4억에 불과하다. 작년에는 10월이 채 되기도 전에 예산이 소진되었다. 죽더라도 4/4분기가 되기 전에 죽어야 하는가? 공영장례 예산과 제도의 현실화로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부산시는 민관학 협력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홍보를 했지만 사실상 그 실질을 채워온 것은 16개 구군을 발로 뛰며 조문과 모니터링을 해 온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이었다. 공영장례는 부산시의 치적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만든 제도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제도이다.
우리는 10월 17일 빈곤철폐의날을 앞두고 오늘부터 불평등과 빈곤을 철폐하라고 외치는 집회를 열고, 공개적인 토론을 하고자 한다. 빈곤은 빈곤한 자 스스로 조직하여 목소리를 낼 때 철폐할 수 있다. ‘악’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도처에서 죽어가는 빈곤층의 목소리를 드러내자. 그리고 우리의 몫을 찾자.
기초생활은 권리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하고, 의료급여 개악 철회하라!
공영장례는 기본권이다! 존엄한 죽음과 ‘애도의 권리’ 보장하라!
영화숙·재생원과 수용시설 피해 문제 진상을 규명하라!
대연우암공동체 주거생존권 보장하라!
2024년 1017빈곤철폐의날부산조직위원회 및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10월 14일 기자회견문을 조금 수정한 글입니다. 쇠비름 69호 표지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편집과 발간이 늦어져서 우선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