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랬다.
인정이라곤 반 톨만큼도 없어 남이 무얼 바라든.. 지 하고픈대로 한다는 듯이 멋대로 뿌리고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만..
하늘을 향해 오늘 맑은 날이 되도록 해 주옵소서 하고 아무리 빌어봐야 비 놈은 그 말을 들어 줄리 만무였다.
하나 둘 사람이 모이고..
비가 오니 가져온 텐트를 치고.. 상을 차리고..
오는 사람 순서대로 향을 사랐다.().
비는 오지만 먼저 온 스님과 보살거사님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기 일인듯..
스님은 호수를 향해 '방생가'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빗 속에 목탁소리에 맞추어 부르는 방생가는 처음엔 청승맞고 구슬픈 듯 들리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화롯불이 타 오르듯.. 뱃 속에 있던 용이 세상 밖으로 나오듯..
호수 위로 나아가는 파문처럼 점점 우렁차게 퍼져 나아갔고..
그 소리에 호수 물고기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듯하다.
다행히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아 천막 밖에 합장하고 서있는 이들도 큰 방해를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플라스틱 다라 속에 있는 오늘 방생이 될 물고기들은 아직 어려서일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지만.. 크지 않은 플라스틱 통다라가 답답한 듯 보채고 있을 뿐이었다.
정이 엄마는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이 날을 한 달 전부터 은근히 손꼽아가며 기다렸다.
사춘기인 정이가 요새는 엄마를 피하듯 무시하며 무슨 일을 벌이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하라는 공부는 아닌 것 같아 걱정이 끌탕인데..
방생을 하면 아이들이 순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물에 기름처럼 겉돌던 방생을 이번에는 진심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니 남들은 날씨가 오슬오슬하고 비가 오면 참가자가 줄 것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정이 엄마는 날이 오지고 비가 옴에도 참가하는 자기 정성을 높이 사 줄 것을 기대했다.
방생은 자칫 살생당할 생명을 구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잘살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행위라는 스님 말씀이 있었지만..
방생가를 하는 동안 정이 엄마는 오로지 정이가 평소 모습대로 돌아오기만을 열심히 기도했다.
커피 거사가 있다.
그는 왜 사냐고 물으면 아침 공복에 커피 마시는 재미로 산다고 대답한다.
공복에 커피마시는 게 얼마나 나쁜지.. 이제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상식인데 어찌 그걸 낙으로 삼고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빙그레 웃으며 세상을 상식으로 사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커피 거사에게 방생이란 심심풀이 땅콩처럼 보인다.
그러니 해 밝은 날이어서 온 누리가 단풍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면 모를까..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운전하기 싫은 날은 집에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데..
아내가 방생해야 한다며 집을 나서라는 게 영 못마땅하지만.. 표정엔 그런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그런 곳에 가면 은근히 할 일이 있고 궂은일을 하는 게 그리 싫지가 않았다.
방생 법회라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물고기 한 마리 물속에 돌려보내는 행위다.
그게 뭐 대순가..
오늘 우리가 방생하는 호수만 해도 아주 큰 호수가 아니건만 우리가 방생하는 물고기는 풀어 놔 봐야 흔적이나 보일까..
그럼에도 한 마리 마리 물고기를 마치 우주를 대하듯 온 정성으로 물에 넣어 돌려 보내는 일인 양..
그러나 그 물고기가 당신 자신이라면?.
어느 인간이나 포식자에게 잡혀 죽을 뻔한 순간이었는데.. 누군가의 극적인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아슬아슬한 절명의 순간이었고.. 고비에서 벗어나 삶으로 돌아가는 그때는 얼마나 고마운 순간인가!
그러니 참 방생이라 함은..
내가 방생하는 게 아닌..
내가 방생됨을 느껴라.
라고 하지 않는가!.()..
방생 법회처럼 야외 행사가 있으면..
군말없이 함박웃음에 수고하시는 거사님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