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들과 나눈 소중한 편지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우경숙씨(위 사진), 우경숙씨와 편지를 나눴던 한 재소자가 편지지 뒷면에 면봉과 인주. 잉크로 그린 꽃그림(아래 사진).
우씨가 이렇게 특별한 편지를 주고받은 건 15세 때부터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스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마침 재소자들을 만나러 교도소에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그날 교도소에서 마주한 무기수는 그녀의 첫 편지 친구가 됐다.
“무기수 아저씨의 눈이 사슴 눈처럼 맑고 예뻤어요. 당시 국군장병들에게도 편지를 써본 적이 많아 아저씨와도 스스럼없이 편지를 시작하게 됐죠.”
그녀는 편지에 소소한 일상과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는 개나리 사진을 찍어 보내고 가을에는 편지지에 낙엽을 붙여 보내는 등 생생한 계절을 전하기도 했다.
우씨가 17세 되던 해, 편지를 나누던 한 사형수가 토끼풀로 엮은 화환이 보고 싶다고 했다. 화환을 만들어 교도소로 찾아갔지만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가 쓴 마지막 편지 한통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너의 편지를 읽거나 기다릴 때만큼은 세상에 대한 분노·공포·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일을 해나가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어요. 평생 재소자들과 편지를 나눌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죠.”
지속적으로 재소자들과 연을 이어오던 우씨는 2005년 마침내 뜻을 같이하는 3명의 친구와 ‘편지로 여는 세상’(www.openletter.co.kr)이라는 비영리단체를 결성했다. 재소자들과 편지를 나누는 소중한 일을 많은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함이었다. 현재는 100여명의 회원이 200여명의 재소자들과 편지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 그녀는 회원과 재소자가 오랫동안 편지 친구로 지내는 데 필요한 예의와 마음가짐 등을 알려주는 교육부장을 맡고 있다.
“재소자와 회원 모두에게 편지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회원들에게 편지 나누는 일을 절대로 봉사로 여긴다거나 교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대신 서로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긍정의 힘을 북돋아주는 거죠.”
이런 마음이 통했을까. 그녀의 편지 친구 중에는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복역 중에도 열심히 사회생활을 준비해 출소 후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 친구들이 편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면 우씨는 기쁨을 느끼면서 깨닫는 것이 있단다.
“편지는 어느 한쪽만 마음을 주는 게 아니에요. 두사람이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거지요.”
김난 기자 kimnan@nongmin.com
**기사 링크 -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24336&subMenu=dsearch&key=우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