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꽃다발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무슨 꽃이 좋을까요?"
아들놈이 싱글거리며 내게 물었습니다.
"누구한테 줄건데?"
"친구가 오늘 연주회를 한데요. 그냥 가긴 그렇고.... 뭐 꽃다발 같은 거 하나 해가려구요."
"누군데? 엄마가 아는 친구야? 애인이야?"
"에이, 그냥 친구요. 엄만 모르는 친구에요."
이제 스무살인 녀석은 조금 부끄러운 듯 말꼬리를 흐리며 얼버무립니다.
"임마, 꽃다발 사려면 돈이 필요할텐데, 엄마한테 말도 안 해주는데 내가 돈을 줄 것 같니?"
아들놈한테 큰소리 칠게 경제력밖에 없는 나는 그걸 내세우며 약을 올립니다.
"에이, 엄마~~~~!"
아들놈은 나한테 다가오며 애교를 부립니다. 조금 징그럽지만 나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딸아이가 대학교 이 학년 때인가....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여니 택배 기사가 화사한 장미꽃 한 다발을 전해주고 갔습니다.
붉은 장미 100송이가 담긴 꽃다발이었습니다.
"왠 꽃다발?"
'남편이 이런 행동을 할리는 없고....'
딸아이가 얼굴을 붉히며 그 꽃다발을 소중하게 가슴에 안더군요.
"엄마, 군대 간 친구가 보낸 거야. 오늘이 우리가 만난지 100일 째 되는 날이거든."
중학교 동창생이던 녀석이 군대를 갔는데, 아마 그 녀석이랑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사귄지 100일 째 되는 날이었던가봅니다.
"흐흥. 군대간 녀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엄청난 꽃다발을.... 요즘은 아들이 군대 가고 나면
남은 여자친구는 엄마나 누나가 관리해 주나 보지?"
"엄마, 몰랐어? 아마 엄마도 그럴 날이 올 걸?"
아들놈이 군대는 가지 않았지만 아직 경제력이 없으니
여자친구 연주회 간다는데 내가 꽃다발을 준비해 주어야 겠지요?
아들놈이랑 인터넷 들어가 각종 꽃다발을 살펴보며
그들의 젊은 나이가 눈부시게 아름다워 가슴이 저렸습니다.
나도 그런 꽃다발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은 그 추억을 간직한 채 자식들이 주고 받는 꽃다발을 통해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본 아침.
하늘이 참 맑고 푸른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