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선 지식 25, 25. 새 한 마리의 날갯짓
새 한 마리의 날개깃
나뭇잎이 다 떨어진 숲속에
파란 잎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나뭇잎
거기에 새 한 마리가 날개깃을 하네
흙마루에 서서 바라보고 있으니 새 한 마리는
늘어지게도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모든 것을 보니
주목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있는 이슬방울 같은 몸
태양은 고갯마루에 올라와 앉아 있는 듯이
바윗돌에 핀 이끼꽃을 바라보고 있는 영혼의 탑비 같은
겨울에도 우박이 떨어지고 있는 소리
우두둑 떨어지고 있는 날
어둠이 되어 내려온다.
어둠 속을 저 멀리 보인 호수 위에는 구름처럼
구름 꽃이 피어오르는 새가 되어 날아가는 꿈
상위에 오르는 구름은 산을 들고 일어나네!
구름 속을 오르는 새가 되어도 좋겠네!
새여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새가 되는데
설움에 겨우 함을 안고 살자 말하는 새
새의 운명을 바라보고 있음에
새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어
산에 사는 새라고 하면
밤을 부르는 새가 되는구나
내가 걸음을 멈추고 있는 날 추억은
인도의 등불을 밝히는 날을 지켜보는데
사막 위에 피어오르는 선인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선인장은 나무 위아래 매달리는 꽃을 보니
새로 옷을 벗어 던지고 기다리고 있네
옷을 벗어 던지고 있는 산실에서도
수사자의 수심에 몸이 부어 있는 방
방울뱀이 외침 소리도 허무를 말하고 있네
허무 소리에 빠져 있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으니
철학이 어떻고 시인이 어떻고 떠들고 있는
밤이 서럽게 달려오고 있구나
삶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시인에게 주어진 것이란
아득히 먼 날에 있을 그리움은 슬픔이 된다.
아무리 호화스러운 삶의 울타리에 산다고 해도
그 울타리 밖에는 새도 울지 않는다
날개를 접고 날아가려는 움직임도
이미 기력을 소진한 몸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슬픈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마네
날개를 퍼덕이지도 못하면서
살아야 하는 날의 슬픔이여
밤은 언제나 춤을 추려고 하지만
하늘에 별들의 잔치는
새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네
2023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