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가 되어 가고 있는 자랑스런 우리 아들~
군입대 해서 5주의 신병 훈련 기간 중 가장 힘든 훈련을 오늘 낼 사이에 할 것 같구나. 오늘 네 편지 두 통을 한꺼번에 받았어. 반갑기도 하고 맘 아프기도 하고...
이젠 제법 노련미가 느껴지네. 형보다 오히려 적응도 잘하고 모든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 막둥이가 대견하기만 하다. 특전사 떨어졌다고 넌 아쉬워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안심이 돼. 너는 특전사가 무지 멋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엄만 네가 너무 험한(?) 훈련은 안 받았으면 했어. 어느 부대로 가든 넌 훈련소에서보다 훨씬 잘해 낼 거야. 뭔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선 불안하고 심란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니 차분히 기다려 보자.
아, 그리고 그 안에서 후배를 만났다구? 우리 아들 복이 많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형도 만나고 대학 후배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어? 그건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천우신조야.
니 마음이 착해서 그런 기쁜 일이 생겼나 보다.
조금 걱정되고 맘 아픈 건 여자친구가 수료식에 못 오게 된 것 때문에 네가 의기소침해 있는 거야. 너무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크겠지만 진짜 멋진 남자친구라면 그런 것쯤 대범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줘야 되는 거 아니니? 군생활 5주 동안 '너'라는 개인의 입장보다 '군인'의 일원으로 녹아들려 했기 때문에 훌륭한 이병 호수영이 탄생했듯 연인 사이에서도 '나'의 욕심을 누르고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감싸 주려는 마음이 있어야 둘 사이가 아름답게 이어져 가지 않을까? 엄마는우리 수영이가 그런 대범함을 보였으면 좋겠다.
형은 너무 살이 빠져서 애처럼 돼 버렸어. 훈련소 들어갈 때 몸무게보다 17kg 정도나 감량했대. 걔 은근 지독한 데가 있어. 앞자리가 6자로 내려갔다고 자랑하길래 뭐라 해줬어. 이제부터 잘 챙겨 먹으라고, 안 예쁘다고. 그랬더니 먹는 것도 늘이고 근력운동에 신경 쓸 거랜다. 복근이 두 개는 생겼다나 어쨌다나. 엄만 그런 거 안 바라니까 널랑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어, 꼭!
치킨은 연무대 앞에서 따끈따끈한 걸로 사갈게. 피자두. 나머진 엄마 맘대로.
잘 자, 울아들!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