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줄에 목을 매는 사람들 오래전에 한 지인이 일약에 성공한 고향 사람 자랑을 했다. 그래서 그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그가 자기 제자라고 하면서 자랑을 했다. 그런데 그는 그가 가르친 적도 없고 다만 그가 그 학교를 다닐 때 그 학교에 근무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제자라는 사람과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지금 많은 정치인이 화두가 공정사회에 꽂혀 있지만, 상당한 사람들은 연줄에 목을 매고 있다. 연줄에 매달리는 사회는 그만큼 능력보다 요행을 바라는 불공정사회이다. 그러한 행위의 심리적 기저에는 능력보다는 요행을 바라는 거품을 조장하게 되고 거기에 목을 매거나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그만큼 허탈감과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간혹 그런 기대에 횡재를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몇 년 전부터 증시를 바탕으로 누구누구 주라는 이름으로 그의 이름값에 따라 행보에 따라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등락한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상당한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고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밝혀진 바로는 그들은 그런 주식과 별 관련이 없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들 관련주가 대선주자의 고향, 성씨, 동문, 그의 정책 등에 따라 요동을 치고 있다. 예를 들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교육업체 NE능률은 올해 상반기(1∼6월)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으로 꼽힌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2780원이던 주가는 이달 29일 현재 2만3500원으로 6개월 새 745.32% 폭등했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이 회사가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NE능률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회사 최대주주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뿐이다. NE능률이 공시를 통해 “과거 및 현재 당사의 사업과 윤 전 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경우 단순히 파평 윤씨라는 이유만으로 요동을 친 것이다. 그것은 아직 한국사회가 씨족 연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실제로 씨족 연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6월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날 NE능률은 11.99% 내린 2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회사 임원이나 대표 등이 윤 전 총장과 같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인 동양(―12.94%) 덕성(―9.76%) 서연(―7.46%)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치 이벤트를 발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윤 전 총장이 출마를 공식화하자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키울 만한 재료가 소진됐다고 보고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풀이했다. 윤전 총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하다가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인 담긴 것으로 알려진 ‘X파일’이 논란이 되자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인 동신건설도 마찬가지이다. ‘이재명 테마주’로 꼽히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6월 한 달 수익률만 7.95%다. 동신건설은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가 됐다. 최근엔 ‘최재형 테마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이루온은 이날 18.01% 급등했다.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하며 출마를 본격화한 영향이다. 이루온은 6월 들어서만 96.94% 올랐다. 이루온의 최대주주인 이승구 대표가 최 전 원장과 경기고-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2021. 6월 30일) 왜 사람들은 유력 대선주자의 테마주라는 것에 매달릴까? 이것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혈연과 학연, 지연에 상당히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에 의한 요행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일시적인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피해를 본다. 그러나 사람들은 테마주에 불나방처럼 모여들기도 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에겐 연줄 의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연줄을 찾는 기저에는 요행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 요행 심리에는 기회주의가 내재되어 있고 거품이 조장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상당한 허탈감과 피해를 준다. 그럼에도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것은 지금 한국 사회가 그만큼 실력으로 성실한 근로를 통해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연줄을 찾는 채굴자들과 그것을 조장하는 사람들 모두 불공정을 만들어 내는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연줄 의식이 조장되는 사회는 그만큼 불안하고 비전이 적다는 증거이며 능력보다는 요행심리에 빠진 사회임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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