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李子仰乞紙
虯川 全克恒
文房有友楮先生。
別久難堪戀戀情。
此日片雲天共遠。
何時殘雪月同明。
吟敎鬼魅牕前哭。
字欠蛟龍筆下驚。
昨夢玉郞腰一束。
謂言來自謫仙兄。
'이자앙'에게 주어 종이를 빌리다.
규천 전극항
문방(文房)에는 친구가 있으니 저선생(화선지)인데
이별함이 오래이니 연연한 정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날의 구름 한 점에 하늘도 함께 멀고
어느 때의 잔설에 달도 같이 빛나네
읊음은 도깨비로 하여금 창 앞에서 곡하게끔 하지만
글자가 모자라니 교룡이 붓 아래에서 놀라네
어젯밤 꿈에 미남자가 한 다발을 허리에 찼었는데
귀양 온 신선 형으로부터 왔다고 일러 말하였네
[출처] 규천선생문집
● 종이의 재료인 닥나무[楮] 껍질을 형용한 말이다. 옛날 중국의 회계(會稽) 지방에서 종이를 공물로 바쳤으므로, 한유(韓愈)도 《모영전(毛穎傳)》에서 “회계의 저 선생과 친하게 벗으로 지냈다.[與會稽楮先生友善]”고 하였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 고야(姑射)는 묘고야산(藐姑射山)의 준말로, 그곳에 거하는 신인(神人)의 피부가 마치 얼음과 눈 같다.[肌膚若氷雪]고 하였다.
● 이백(李白)처럼 황제의 앞에서 시가를 읊는 기회를 얻었다는 말이다. 적선(謫仙)은 인간 세계에 귀양을 온 신선이란 뜻으로, 당 현종 때 하지장(賀知章)이 이백을 처음 만나서 그의 글을 보고는 붙여 준 별칭이다. 연촉(蓮燭)은 황금 연꽃 모양의 촉등(燭燈)으로, 신하에 대한 왕의 특별 예우를 표현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