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인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토록 건강하시고 꿋꿋하시면서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다른 사람은 다 일찍 죽어도 나는 80 세까지 살다 죽을걸세”라고 외쳐대며 당당해하시던 자네씨께서 영면에 드셨다는 비보를 전해듣고 망연자실할 뿐이네.
자네씨께서 갑작스럽게 병환이 나신 후 몇몇 친구들과 자네씨의 움직임 따라 고흥병원에서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또 고흥병원으로 병 문안을 다니면서도 그렇게 쉽사리 가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얼마 전 전대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느낌으로 이미 짐작까지 했었네만 자네씨께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어렴풋이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입술의 움직임마저 거북한 상태에서도 가벼운 농담까지 주고받은 그 와중에서 자존심에 애써 의지를 세워가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도 우리를 향해 “많이 좋아진 것 같네”라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고 ‘우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조차 분간 못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돌아서고 말았었네만 지금 자네씨의 영면 앞에 우리들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종잡을 수 없는 착잡한 마음뿐이라네.
갑생 친구 욱철이!
세익스피어의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나는 살러간다. 너는 죽으러 간다, 그러나 어느 길로 가는 자가 더 행복할 줄은 오직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만이 알 뿐이다”에 의한다면
평소 자네씨께선 어떠한 형태의 삶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삶일지언정 오래 오래 살기만은 그렇게도 갈구하고 기도했던 자네씨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 하나님이 무정하고 원망스럽기까지하네만 인생의 생로병사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가 아니던가? 인생의 시나리오가 1막 3장으로 끝나고 3막으로 마감된들 어떤가, 어차피 찰나인 것을.
갑생 친구 욱철이!
남다른 부모의 큰 은덕과 가정의 부유와 거기다가 자네씨는 물론이요, 아내 덕, 자식 덕까지 유하여 넉넉한 물질 속에 자랑스러운 부부공무원으로 유년기에서부터 30여 성상을 공직자 생활로 타에 선망이 되어 온 자네씨들만의 멋진 그 삶.
그러나 그 유복함이, 그 넉넉함이 병 인양하여 오늘의 이 엄청난 슬픔을 잉태한 것이었다면..............
나는 자네씨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네. 아니 우리 친구들 모두는 자네씨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네. 다만 우리에겐 자네씨와 같은 환경의 정서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둥바둥 살고있을 따름이지 우리에게도 자네씨와 같은 그 많은 복이 있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자네씨 보다 더한 철부지가 되어 구김없는 인생을 살다가려고 했을 거라고 말일쎄.
그래서 비록 자네씨께선 우리 곁을 떠나도 자네씨의 살아 생전의 그 구김없는 익살과 의협과 인정, 그리고 돈키호테식의 삶의 그 과정은 우리 앞에 아름답게 남아 있을걸세.
인정 많고, 의리의 친구 아니 우리의 영원한 친구 욱철이!
지금 이 순간은 자네의 1막3장, 인생 단원의 막을 내리는 엄숙한 순간이네.
괴로웠던 일, 슬펐던 일, 있었으면 모두 다 잊고 저 하늘나라에서 영생하기를 두 손 모아 빌면서 평소 자네씨에게서 느꼈던 인간미를 보통 배포가 큰 사람이 아니면 흉내도 낼 수 없었던 소석가(小釋迦)라 불리웠던 숨은 도인 진묵대사의 시 한 수로 자네씨의 영전 앞에 바치려하네.
天衾地席(천금지석)山爲枕(산위침)//
月燭雲屛(월촉운병)海作樽(해작준)//
大醉居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
却慊長袖封崑崙(각겸장수봉곤륜).//
하늘은 이불이요 땅은 자리로다. 산을 배게로하고 //
달은 촛불로 삼고 구름은 병풍으로 삼아 바닷물을 곡차로 만들어 실컷 마시자//
한 잔 두 잔 들이키며 세상사 모두좋네 크게 취해 일어나서 춤을추니//
아뿔사 기나긴 소매 곤륜산에 걸리까//
소석가 진묵대사보다 더 큰 사람 욱철이 친구, 지성일념의 고난한 역정 다 잊고 이제부터 영원한 복락과 안식을 누리시게나. 친구 자네씨의 명복을 간절히 빌면서
2004년 4월 일
고흥군 경인회 갑생 친구 대표 김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