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향인은 활성도가 떨어진다.
내향 vs 외향의 구분에서 직관적 이미지는
외향인들이 상대적으로 활성화 상태(high tension)처럼 보이고,
내향인들은 비활성화 상태(low tension)처럼 보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건 외현적으로 보이는 결과적 모습일 뿐,
오히려 본질은 내향인들이 외향인들보다 활성화 수준이 더 높은 편입니다.
내향인들은
① 기저 피질의 각성 수준과
② 교감신경계의 활성화 수준이
외향인들 대비 더 높습니다.
※ Eysenck의 고전적 각성 수준 이론(1967)에 따르면,
내향인은 기본 상태에서도 뇌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ex. 상상, 자기반추, 과잉사고, 시뮬레이션 등)
외부 자극이 조금만 더해져도 과잉 자극을 경험하기 쉽다.
이는 망상체 활성계(ARAS : 감각 자극 → 망상체 → 시상 → 대뇌피질)의 민감도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외부 자극이 들어왔을 때 뇌의 인지 반응성이 내향인 쪽이 훨씬 더 강력하다.
이는 주의, 경계, 각성의 신경적 기반이 되며, 이 말인즉슨,
내향인들이 내외부 자극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f. 뇌의 인지 반응성 : 외향인 < 내향인 < HSP)
※ 내향인은 동일한 스트레스 자극에도
피부 전도 반응이나 심박수 변동 지표 상, 더 큰 교감신경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향인 대비 교감신경 항진(자율신경실조증)에 더 취약할 수 있으며,
교감신경을 과자극할 수 있는 카페인, 당 등을 지양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향인들이 손해 보는 부분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세상이 다수인 외향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기에,
바람직한 행복의 모습도 외향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으로 획일화되는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즉, 파티에서 사람들과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도파민을 확 끌어올리는 순간처럼,
자극이 크면 클수록, 더 바람직한 행복의 모습이라고 세상이 정의내린단 거죠.
하지만 아닙니다.
기본 각성 수준의 차이로 인해,
내향인에게 바람직한 행복의 모습은 외향인과는 달리,
최대한 자극이 통제된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정적인 행복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할 일을 다 끝내놓고 유튜브를 트는 순간
퇴근 후에 집에 돌아와 맥주캔을 까는 순간
반려 동물과 침대에서 별 일 없이 뒹굴거리는 순간
공원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폐속까지 들이마시는 순간
등등.
뭐 해? 그렇게 살면 심심하지 않아?
라고 세상이 제 맘대로 재단하는 그 순간들이
실은, 내향인들의 주파수에 맞는 제대로 된 행복의 결인 것입니다.
2. 내향인은 사회성이 떨어진다.
이 명제는 사회성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사회성은 단순히 교우 관계를 얼마나 잘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국한된 개념이 아닙니다.
물론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 화려할수록, 사회성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 관계라는 건, 만들어내는 자만 있어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 양자간 문제에 가깝습니다.
즉,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시도를 받아주는 사람도 있어야 관계가 성립된다는 거죠.
<사회성의 두 축>
① 발산형 사회성 : 사교 관계를 만들어내는 역량 (적극성, 화술, 유머 등)
② 수렴형 사회성 : 만들어진 사교 관계를 단단히 지지하는 역량 (수용성, 경청과 공감, 코드 공유 등)
저는 이걸 종종 볼트와 너트에 비유하곤 합니다.
볼트형 사회성은 "넓게 확산되는 연결망"을 잘 형성하지만,
접점이 많을수록 마찰도 잦고 소모도 빠릅니다. (외향인들의 넓고 얕은 인간관계)
반면, 너트형 사회성은 "좁게 수렴되는 연결망"에 국한되지만,
한 번 형성된 관계를 깊이 있고 오래 유지하는 특성을 지녀요. (내향인들의 좁고 깊은 인간관계)
이 또한 사회성이라는 측면에서 내향인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지점으로,
외향인 위주의 세상에서 강조되는 사회성은 바로 이 볼트형 사회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 = 관계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라 일방적으로 도식화된 거죠.
하지만, 볼트가 회전할 때 너트가 있어야 결합이 완성되듯,
외향인의 발산적 사회성은 내향인의 수렴적 사회성과 만나야 비로소 관계의 구조가 안정됩니다.
결국, 사회성은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가의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고 완성시키는가의 종합적 문제에 가까워요.
먼저 나서지는 않지만, 일단 맞물리면 단단한 결합력을 제공하는 내향인이야말로,
관계의 깊이와 안정성에 기여하는 수렴형 사회성의 대가들인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2,30년 전을 생각하면 그래도 지금이 낫네요.
그때 내향적이면 거의 열등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여기저기서 조언을 가장한 오지랖에 시달려야했죠.
블로그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