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개와 개들의 천국
필요에 따라 시시때때로 우리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는 게 다소 번거로워 준말이나 약칭을 습관적으로 사용 한다.그러나 약칭 등의 말소리,말투의 차이에 따라 말이 주는 느낌이 본래의 의미를 상당히 퇴색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예를 들면,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강성 당원들의 모임 '개딸'(개혁의 딸)의 경우를 보면 본래의 의미와 약칭으로 사용할 때와의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감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주로 명사 앞에 붙여 쓰는 '개'는 '마구 되어서 변변하지 못한'의 뜻으로도 사용하고, '야생의' 의미로도 쓰이는 접두사다.
'개딸'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하 존칭생략)이 애칭삼아 사용하고 있어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대로 통용이 되고 있지싶다.그러나 '변변치 못한 개혁의 딸'이라니,이재명의 강성 당원 지지 모임의 명칭을 약칭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다. '개딸'과 '개혁의 딸' 사이의 이와 같은 의미의 간극을 도외시한 채 편리함과 단순함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개혁'을 줄여 '개'만을 사용한 후유증이다.그리고 22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신생 정당인 개혁신당과 개혁미래신당(가칭) 등도 준말이나 약칭을 사용한다면 '개당'과 개미당'일테다.역시 변변치 못한 개혁신당과 개혁미래신당이 떠오르지 않겠는가.
'개딸'의 수박 퍼포먼스
'개혁'이 하루 아침에 변변치 못한 것(개)으로 탈바꿈이 되면 이렇게 엄청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우리 말에, 천하게 벌어서라도 떳떳하고 버젓이 가장 보람있게 쓴다는 뜻의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먹는다', 본 바탕이 나쁜 것은 아무리 하여도 그 본질이 좋게 될 수 없다는 뜻의 '개꼬리 삼 년 땅에 묻어도 황모(黃毛)되지 않는다,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말로 고생스럽고 분주할 때 하는 말 '개 팔자가 상팔자라', 몇몇 개들은 대변을 먹는 비위생적인 습관이 있어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 등등을 보더라도 '개'는 가축의 일종을 의미하건 명사 앞에 놓아 접두사로 사용하건 죄다 변변치 못하다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 달(1월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이 되었다.이 법을 어기고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사육 증식 유통을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마구 되어서 변변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개'는 거리낌 없는 무한 증식이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데,오래 전부터 길러져 사람을 잘 따르고 성질이 비교적 온순하고 영리하며 냄새를 잘 맡고 귀가 매우 밝아 도둑을 잘 지키고 사냥과 군용으로도 그 쓰임이 다양한 '개'는 바야흐로 가축의 영역을 뛰어넘어 인간의 영역까지 넘보려는 즈음이다.(20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