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
천사(Gabriel)의 행동은 마리아의 조용한 모습과 대비되며, 급히 다가오는 모습으로 표현되어있다. 이것은 이 기쁜 소식을 어찌 촌각인들 늦을까 해서 빨리 전하고자 재촉하는 모습이다(루카 1,26-27). 그는 하느님의 충실한 종의 모습이다. 천사는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가 있는 흰빛(54)의 겉옷과 푸른빛의 옷을 입고 있는데, 여기서 청색은 하늘의 의미와 순수함을 나타낸다. 오른팔 어깨 부분의 조금 더 진한 청색 띠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를 의미한다. 그 띠는 사도들의 옷에도 표시되는데 색깔은 각기 다르며 예수님의 띠는 주로 금색으로 그려진다. 천사가 왼손에 쥔 지팡이는 권위와 품위를 드러낸다. 오른손은 팔을 펴고 있으며 눈은 마리아를 향하여 있어 전해야 할 말을 이미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축복의 상징을 손가락으로 나타내고 있다. 펴져 있는 손가락은 삼위이고 엄지와 약지를 구부려 붙인 것은 일체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형태이다.
구부려진 두 손가락으로 그리스도의 두 가지의 본성, 인간으로서(인성), 하느님으로서(신성) 처음부터 보이지 않게 계획하신 육화(肉化)의 신비를 기억시키려 한다.
• 우물
오흐리드 이콘에는 네모난 상자 형태가 앞 아래쪽에 있다. 이것은 야곱의 우물을 가리킨다. 우물은 땅에 있으면서 하늘을 비추고 있다. 그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면 하늘에 계신 분을 연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물은 지상에 있지만, 하늘과 땅과 지하 세계와의 연결을 나타낸다. 예로부터 유다 지방에서는 우물에 치유의 성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우물 안의 물로써 몸을 깨끗이 씻게 하고, 옷을 빨아 희게 하며, 병을 낫게 하고, 갈증을 풀어주며, ‘생명을’(에제 47,1-2;9) 유지하게 한다.
이 우물은 앞에 놓여 있어 누구나 길어 그 물을 마실 수 있으며,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그 안에서 샘처럼 솟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요한 4,14 참조). 이 물은 생명의 물이신 구세주를 의미하고, 우물은 구세주를 몸에 담고 계신 성모님의 모습이다.
• 구도와 배경
지성소를 가리는 휘장이 걷혀 문 위로 걸쳐 있는데, 천의 끝자락이 살짝 늘어져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대칭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대칭적으로 천사는 동적(動的)으로 힘차게 다가오는 모습인데 비해, 성모님은 조용한 모습으로 생각하는 정적(靜的) 구도이다.
성령께서는 위로부터 성모님의 머리를 향하여 비둘기의 모습인 듯 나타내고 있으며 검푸른 빛이다. 이콘에서 빛의 색깔은 흰색이 아닌 검푸른 색으로 표현하는데, 성경에서 하느님의 기운을 자주 구름, 안개로 표현하는데 따른 것이다. 그 빛은 우리가 보는 자연의 빛이 아니라 그늘의 빛이다.
성전 동문 위에는 늘어져 있던 붉은 휘장이 걷어 올려져 있는데, 이는 오실 구세주에 의해 성전 휘장이 걷힐 것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이다(마태 27,51; 마르 15,38; 루카 23,45).
이콘에서는 중요 인물을 강조하여 그린다. 앉아 계신 동정녀의 발판을 두 단계로 하여 한 단계의 천사보다 성모님을 더 위로 들어 올린다. 또한, 서 있는 천사와 앉아 계신 성모님의 크기가 같음을 볼 수 있다. 성모께서 일어나신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성모께서 천사보다 높으신 분이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원근법에 맞지 않게 지붕이나 발판이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이유는 역원근법 때문이다. ‘하느님의 눈’이 성모 마리아의 복부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성모님의 복부를 중심으로 모든 가구와 천장, 우물, 발판이 원근법의 반대 현상에 따라 앞에는 좁고 뒤로 갈수록 넓게 구성되어 있다. 즉, 성모의 복부에 있는 하느님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그 자리에 ‘보여지는’ 위치로 참여하고 있다.
서방 미술에서 ‘천사의 알림’ 표현은 결과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는 반면, 동방 미술에서는 그 당시의 상태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54) 흰색은 ‘기쁘다’라는 의미이며, 전례에서도 기쁜 날에는 흰색의 제의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