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모두 다 오케스트라인 것은 아니다
음악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거대한 악기인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악기들의 모습과 소리를 이해하고 나면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각각의 악기 소리를 구별하고 그 미묘한 음색의 차이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보통 ‘오케스트라’(Orchestra)라는 말은 ‘여러 기악 연주자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고대 희랍에선 연극을 공연하는 무대 앞의 반원형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하니 오늘날과는 많이 달랐지요. 당시에는 연극을 공연할 때 합창단이 노래하고 춤을 추었던 장소를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6세기 말에 오페라가 발생하면서 악기 연주자들이 앉는 장소를 의미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악기 연주자들의 집합 자체를 오케스트라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하지만 악기들을 아무렇게나 모아놓는다고 해서 모두 다 오케스트라인 것은 아닙니다. 대편성 관현악곡을 연주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그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거든요. 악기의 종류에 따라 현악기군과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타악기군의 네 가지 악기군을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심포니 오케스트라라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 현악기군
먼저 현악기를 소개합니다. 음악회장에 가면 무대 가까운 쪽에 줄로 소리를 내는 현악기들이 많이 보입니다. 연주자들의 수도 관악기나 타악기에 비해 훨씬 많고 소리도 부드러운 현악기는 오케스트라의 바탕이 되지요.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는 현악기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왼쪽에는 가장 높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닌 바이올린이 있고, 오른쪽에는 바이올린보다 약간 크고 조금 낮은 소리를 내는 비올라와 크기가 매우 크고 넉넉한 소리를 내는 첼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첼로 뒤쪽에는 현악기들 중 가장 낮은 소리를 들려주는 더블베이스가 자리 잡고 있어요. 이 악기들은 모두 활로 현을 문질러 소리를 내기 때문에 ‘찰현악기’라고 부릅니다. 이 현악기들은 활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줄을 퉁겨 소리 내는 발현악기에 비해 부드럽고 그윽한 음색으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기본을 이루지요.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을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먼저 무대 왼쪽 앞쪽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에서는 그 수가 가장 많은데, 그건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라 그렇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전체 현악기군 중에서도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두 파트나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같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단원이라도 무대 앞쪽에 있는 제1바이올린 파트의 단원들은 높은 성부를 연주하고 조금 뒤쪽에 앉아있는 제2바이올린 단원들은 조금 낮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같은 바이올린인데 파트가 둘로 나눠지다 보니 어떤 분들은 제2바이올린이 제1바이올린과 다른 종류의 악기인줄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같은 여성이라도 어떤 사람은 소프라노를 어떤 사람은 알토를 노래할 수 있는 거니까요.
바이올린 (Violin)
그럼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를 한 번 들어볼까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의 시칠리아노에서 독주 바이올린 소리는 정말 그윽하고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전체 합주를 뚫고 바이올린이 홀로 독주를 할 때는 느낌이 좀 다르지요. 말러의 교향곡 3번 1악장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바이올린 솔로의 고음은 가냘프면서도 힘이 있군요.
비올라 (Viola)
다음은 바이올린보다 몸집이 좀 더 큰 비올라를 소개합니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군이 모두 5부로 구성되니까 비올라는 그 중 가장 가운데 소리라 할 수 있지요. 비올라의 음역은 바이올린보다 좀 더 낮고 음색은 부드러운 편인데, 그 느낌이 사람의 목소리와 참 비슷합니다. 소리가 둥글둥글해서 다른 현악기들과 참 잘 어울려요. 비올라는 관현악에서나 실내악에서나 없어서는 안 되는 유능한 중재자랍니다. 아당의 발레음악 [지젤] 2막에 나오는 멋진 비올라 솔로를 한번 들어볼까요?
첼로 (Cello)
첼로는 몸집이 커서 바닥에 내려놓고 연주합니다. 깊고 그윽한 소리를 들려주는 첼로는 주로 편안한 저음을 연주하지만 생각보다 꽤 높은 음도 연주할 수 있어요. 현악기 중 음역이 가장 넓고 표현이 풍부한 악기라고 할 수 있지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중 3악장 쿠랑트를 연주하는 넉넉하고 따뜻한 첼로 소리를 들어보시죠.
더블베이스 (Doublebass)
몸집이 매우 큰 더블베이스는 아주 굵고 낮은 소리를 지니고 있어서 현악기군의 든든한 기초가 됩니다. 현악기군의 맏형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더블베이스는 몸집이 큰 만큼 소리도 무거운 느낌이지만 믿음이 가는 깊은 저음은 정말 듬직합니다. 하지만 말러의 [교향곡 1번] 3악장 도입부에 나오는 더블베이스 소리는 조금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프 (Harp)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는 현악기 중에는 활을 이용하지 않는 악기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하프 같은 악기가 있지요. 하프는 오케스트라 음악에 그다지 자주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서 늘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 하프 연주를 들을 수 있을 때면 47개의 줄이 뿜어내는 화려한 음향에 눈이 부실 정돕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에 나오는 하프의 화려한 솔로를 들어보면 마치 하늘에서 아름다운 꽃비가 내리는 느낌입니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 – 목관악기군
현악기군 뒤쪽에는 목관악기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긴 관에 숨을 불어넣어 연주하는 악기는 모두 관악기라고 부르지만 그 재질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는데, 예전엔 주로 나무로 만들었던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을 목관악기라고 부릅니다. 목관악기는 금속관으로 된 금관악기에 비해 소리가 더 부드럽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고, 교향곡에서 중요한 솔로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플루트 (Flute)
목관악기 중 가장 높고 화려한 소리를 지닌 플루트의 소리는 새소리처럼 상쾌해서 새들을 묘사하는 음악에선 거의 빠지지 않지요. 그래서 작곡가 프로코피예프도 [피터와 늑대]라는 작품에서 플루트 소리로 작은 새의 노래를 표현했어요. 플루트는 다른 목관악기와 달리 우리나라의 대금처럼 가로로 불기 때문에 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플룻의 종류
오보에와 바순 (Oboe & Basson)
오보에 소리는 목동의 피리소리처럼 평화로워서 주로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멜로디를 연주하지만 콧소리가 많이 섞인 탓인지 마치 오리가 우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조금은 느리고 굼뜬 오리의 모습이 떠오르는 오보에 소리를 들어보실래요? 목관악기 중에서 길이가 길고 낮은 소리를 들려주는 바순은 목관악기의 저음을 잘 받쳐줍니다. 가끔씩 음을 짧게 끊어 빠르게 연주하면 마치 방귀를 뀌는 듯 재미난 소리가 나지요. 소리가 낮고 굵어서 할아버지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클라리넷 (Clarinet)
클라리넷은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지닌 악기로 작곡가 모차르트가 특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감미롭고 표현이 풍부한 클라리넷은 다른 목관악기의 선율을 부드럽게 감싸주기도 하지만 저음으로 연주하면 조금은 음흉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그래서 프로코피예프의 곡 [피터와 늑대]에선 교활한 고양이를 묘사할 때 사용됩니다.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는 목관악기는 플루트와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의 4부 구성이 기본이지만, 때로는 피콜로와 잉글리시호른 등 기본 목관악기들의 사촌 쯤 되는 특수 목관악기들이 더 추가되기도 합니다.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 - 강하고 화려한 금관악기
금속으로 만든 금관악기는 목관악기보다 강하고 화려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소리가 워낙 크고 시끄럽다보니 목관악기보다 더 뒤쪽에 자리 잡고 있지요. 금관악기군도 목관악기군처럼 기본적으로 네 가지 종류의 악기로 구성됩니다.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가 그 주인공들이지요.
호른 (Horn)
호른은 나팔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산울림을 닮은 풍부하고 힘찬 소리를 들려줍니다. 목관악기처럼 부드러운 면도 있어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사이에서 소리를 잘 섞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프로코피예프의 작품 [피터와 늑대]에선 세 대의 호른이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난폭한 늑대를 묘사합니다. 호른이 내는 무서운 소리를 들어보실까요?
트럼펫 (Trumpet)
트럼펫 소리는 임금님처럼 위풍당당해서 예전에는 임금님이 행차하실 때 사용되거나 전투를 알리는 나팔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트럼펫 소리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튀고 화려하며 돋보이지요. 금관악기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악기로 가장 높은 음을 냅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2번] 1악장에서 놀랄 만큼 높고 화려한 트럼펫 소리를 들어보세요.
트롬본 (Trombone)
트롬본 소리는 아주 크면서도 신성한 느낌을 줍니다. 가끔가다 슬라이드를 미끄러지듯이 재빨리 움직여 재미난 소리를 들려주기도 해요. 트롬본은 관현악곡을 연주할 때 주로 화음을 연주해서 오케스트라 전체에 힘을 더해주곤 하지만, 말러의 [교향곡 3번] 1악장에선 멋진 솔로를 들려주기도 해요.
튜바 (Tuba)
트롬본 옆에 있는 몸집이 크고 빛나는 악기가 바로 튜바입니다. 튜바는 호른보다 무거우며 호른과 비슷한 장중한 음을 만들어냅니다. 오케스트라 음향의 가장 낮은음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요. 덩치가 크고 무거운 튜바는 합주를 할 때 가끔씩 크고 굵은 소리로 끼어들어 오케스트라의 저음을 잡아줍니다. 악기도 꽤 무겁지요.
제일 시끄러운(?) 타악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금관악기 뒤쪽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채로 치거나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는 타악기들이 있습니다. 제일 시끄러운 악기들이라서 타악기들은 오케스트라에서도 맨 뒤에 배치됩니다. 때리고 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타악기니까 세상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타악기들이 있는 셈이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주로 쓰이는 타악기로는 팀파니와 큰북, 작은북, 트라이앵글, 심벌즈, 실로폰 등이 있어요. 타악기 연주자들은 팀파니뿐 아니라 여러 대의 타악기들을 모두 다 연주할 수 있는 만능 연주자랍니다.
타악기는 음높이가 있는 악기와 음높이가 없는 타악기로 나눠요. 음높이가 있는 팀파니, 벨, 실로폰은 베이스음이나 멜로디를 연주하고, 음높이가 없는 큰북, 작은북, 트라이앵글, 심벌즈는 독특한 소리로 악센트를 주지요.
팀파니 (Timpani)
수많은 타악기들의 대장은 역시 팀파니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악기는 대부분 여러 대가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단수인 ‘팀파노’(timpano)가 아닌 복수형 ‘팀파니’(timpani)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어떤 곡을 연주하든 음높이가 다른 여러 대의 팀파니가 있어야 좀 더 다채롭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피터와 늑대]를 들어보면 팀파니와 큰북이 사냥꾼의 총소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들어보면 정말 총소리처럼 크고 무시무시합니다.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많은 악기들은 현악기군과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타악기군으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각 악기들이 다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 오케스트라는 황홀한 음향을 뿜어내기 시작하지요
음악 빠르기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