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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의의 전개는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네요. 아직까지는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주체성을 길러주고, 여성이 독립해서 설 자리를 마련해주는 차별없는 이대가 여학생들에게 적합한 대학이다는 주장이 곳곳에 보입니다.
전 남녀공학을 이미 졸업하고 현재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겪었던 불평등은 거의 없었고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도 불평등의 수위와 그 정도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적 사회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여성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가르칩니다.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는 노력이 계속된다며 남녀평등을 위해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바탕의 전제가 무엇입니까? 바로 사회에서의 남녀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남녀가 불평등한 사회야" 하고 의도하지 않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교육은 무의식적으로 여성들에게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합니다. 실제 그런 차별이 존재한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안 하고는 엄청나게 차이가 있습니다.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어 가는데, "나라고 못하니?", "여자라고 못할게 뭐야" 이런 적극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해도 크게 차별받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한 여자대학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명문가의 자제들이 많이 갔고 훌륭한 여성들이 많이 배출되었었죠. 우수한 여학생들이 거의 몽땅 그 대학으로 갔던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남녀가 불평등하다는 그 사회인식입니다. 그 사회인식은 여자는 시집만이라도 잘 가면 된다는 생각과 맞물려 그 학교 출신들이 최고의 신부감으로 뽑히고, 여자는 꼭 그 대학에 가야 성공할 것 같이 시류는 흘러갑니다. 그 틀에 박힌 사고는 그 시절 '그 대학의 위대함'을 보고 듣고 느꼈던 중년층들에 의해 그대로 답습되고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찾아 아직까지 명문여대라 불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남녀가 불평등하다는 시류가 한 여자대학을 명문으로 만들어놓은 것이죠. 애초부터 평등했다면, 여자대학의 존재가 필요없었을겁니다.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풍부하기에 여자대학들이 생겼고, 높은 인기를 유지했겠죠. 하지만 지금 사회는 변하고 있습니다.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남녀간의 불평등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군가산점마저 폐지해버린 여성단체들의 힘은 일부 정책에서는 여성우월적인 면도 발견할 수 있는게 현실입니다. 신체적 조건이나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자체에 대한 차별은 이제 거의 사라졌고, 계속 없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틀에 박힌 썩어빠진 생각이 상호 발전을 저해하고 있지요. 불필요한 여성할당제에 스스로 '여성은 약하다. 능력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우마저 범하고 있지요.
아까 이야기했던 대학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 남녀가 평등해지는 순간이 오면 그 대학이 없어져도 된다고 초대총장이 말했습니다. 지금도 불평등하다며 그 불평등을 여대의 존재가치로 내세우고, 같은 점수라면 불평등한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대학이 낫다고 버젓이 홍보를 하고 다닙니다. 고등학교 때 받은 그 주입식 교육의 남녀불평등이란 단어가 숙지되어 있는 입시생들은 정말 여대를 가야 우리 나라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학교 학생들이 되어 갑니다. 불평등한 우리 사회는 누가 만들어낸 개념입니까? 우리 의식 속에서 만들고, 버릴 수 있는게 아닙니까. 그 대학 사람들은 왜 그 불평등이라는 것을 한 대학의 존재가치와 메리트로 환원시키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녀공학 역시 우리 여성들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활용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지 그것이 집단화되어 한 대학의 장점이 되는 것은 참으로 화가 나는 일이지요.
전 입시생들에게 고등학교 때 배운 '사회 속의 남녀불평등'이라는 어구를 잊어버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사회의 역군이 될 수 있는 배움터를 찾아 진학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대에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만들어진 여성차별의 사회 때문에 도피하는 식의 진학은 삼가하라는 겁니다. 속물주의에 물들었다는 현대인이지만, 한 가지 의식은 분명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절대로 불평등하다는 사회의 편견이 여자대학의 존재가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 때문에 여대 왔다는 주장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겠지요.
점심 식사하자고 동료가 부르는군요. 짧은 시간에 쓴 글이라 많이 어색한테 논지를 계속 강조하려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여성인권을 위한다면 우리 대학이 여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자기 안에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편견부터 먼저 없애도록 해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