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술지도사 수강 소감
구리 5기 박찬경
바쁘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양 오랫동안 정신없이 살아 온 나는 잠시 쉬는 동안에도 아파트 1층 벽면에 붙어있는 구리평생교육원의 광고를 발견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유심히 들여다 보니 “독서논술지도자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이 보였다. 때마침 내 아이들의 글씨기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해서 내가 직접 가르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첫 수업에 들어가 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았다. 세 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초등생을 둔 부모의 입맛에 맞는 수업이 아니라 논술과 면접까지 다루며 먼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게 느껴졌다.
“이게 뭐지? 뭐가 이리 복잡한 거야?”
뭔가 유익할 것 같기는 한데 내가 감당할 만한 수업일지 의심이 됐다. 그러나 첫 수업 후 이름으로 삼행시 쓰기 과제를 하면서 나를 누군가에게 포장하며 소개한다는 것에, 글을 쓰게 된다는 것에 쏠쏠한 재미가 느껴졌다. 또한 수업을 거듭해서 들을 때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생각지도 못했던 독서 방법에 대해 선생님은 새로운 관점으로 다방면의 자료들을 활용하여 많은 정보를 주셨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고 해야 할까? 배우기를 즐겨하는 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큰아이가 1학년 때에 ‘환경’에 관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학교과제가 있었다. 무작정 책을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읽고 나름대로 정리해서 마지막 느낀 점까지 적어주었는데, 집에서 정리한 원고를 가져가서 원고지에 옮겨 썼다고 하더니 우수상을 받아왔다. 상을 받은 기쁨도 잠시, “그럼, 어떻게 쓴 친구가 최우수상을 받았을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글쓰기에 별로 자신이 없었던 나는 더 이상 글쓰기 대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아이에게도 권유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독후감상문을 쓰는 법에 대해서 수업을 들을 때는 더 많이 와 닿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내가 어렸을 적 했던 방법인데 아이에게까지 그렇게 지도했다니…. 마침 교회에서 책을 정해주고 독후감을 쓰면 시상을 하고 상품으로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광고가 났다. 아이들에게 신앙 서적 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상품으로 주는 상품권의 금액도 크게 잡혀 있었다.
“광고 난 것 봤어?”
“......”
“엄마가 요즘 수업 듣고 있는 거 알지? 잘 도와줄게. 한번 도전해보자.”
“.......”
“최우상을 받으면 문화상품권을 5만 원이나 준대. 참가만 해도 만 원 주고.”
“그래요?”
들은 둥 마는 둥 대답도 없던 녀석이 상품이 걸렸다니 갑자기 눈이 동그래졌다. 썩 좋은 방법만은 아닌 줄 알지만 아이를 자극시키기 위해 상품을 거는 건 나도 종종 쓰는 방법이기에 거기에 익숙해 있는 아들은 긍정의 눈빛을 보내주었다. 아이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하얀 종이를 준비해 마인드맵을 그려보게 했다. 등장인물을 적어보고 전체 그림을 그린 다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찾아 이유를 써 보게 한 후 왜 그 부분이 좋은지, 그에 따라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지 적게 했더니 그럴싸한 독후감상문이 나왔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같은 책을 읽고 시상을 하기에 참가상 정도만 받아도 이미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혔고, 독서논술 수업을 받고 처음 지도를 해 보게 된 것이므로 여러모로 내게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2주 후,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아니, 우리 아들이 최우상을 받은 것이다. 1학년 때 미처 받지 못했던 그 최우수상!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수업의 결실은 무엇보다 아이가 자기도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이전에 잠자던 나의 글쓰기 능력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아 이 또한 큰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방학을 맞이하여 큰아이를 한 달간 타국으로 멀리 보내고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편지를 써서 카페에 올리고 있는데, 예전 같았으면 큰 짐이 되었을 일이 즐거움이 되었다.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이인환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기에 선생님께 지면으로나마 감사하다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첫댓글 항상 모범생의 전형을 보여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영어학원 대박 나시길 기원드릴게요. 선생님은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