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천사, 목동
산은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늘 아래 제일 높은 곳은 산이다.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 하느님께서는 산 위에 등장하시며, 그리하여 산은 하느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산에 가시어 기도하셨다는 것은 실제로 산으로 가셨다는 뜻도 있지만, 상징적으로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탄 이콘에서 산은 높고 커다란 바위 같은 형태로서 균형의 중심을 잡고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이러한 일이 이루어 지리라.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은 모든 산 위에 굳게 세워지고 언덕들보다 높이 솟아오르리라. 모든 민족이 그리로 밀려들고 수많은 백성이 모여 오면서 말하리라.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이사 2,2-5).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사 11,9).
또한, 생각만 하여도 즐겁고 풍성함을 느끼는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 25,6) 라고 노래하는 구절도 있다. 주님의 빛나는 산은 지상에 오시어 모든 산 위에 인간이나 천사들 위에 솟아오른다.
그 산은 메시아의 산으로 명백히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을 갈라 두 개로 그려 그리스도의 지상으로 오신 인성과 하느님으로서의 신성을 표현한다. 중앙 부분에 있는 반원형의 천체는 이 세상 저 너머를 향해 열려 있으며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라고 하늘과 땅을 향해 노래하는 천사를 몇 명씩 그룹을 지어 등장시킨다. 그들은 이 커다란 사실에 대해 기쁨과 흠숭을 드리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이 사실을 알리고자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에게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8-10)
...목자들? 왜 목자들이었을까? 왜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모든 고관대작을 제치고 하필이면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목자, 또는 목동들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할까?
여기서 목자는 특별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우선 밤을 새워가며 양을 지키는 그들은 새벽이 오기를 누구보다도 기다리는 이들이다. 들짐승들로부터 양들을 보호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새벽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어둠 속에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이스라엘 민족도, 또 수천 년 동안 구세주를 기다리며 백성을 이끌어야 했던 예언자들의 모습도 연상된다. 그들은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리는 이스라엘’이었다.
드디어 그들에게 오시는 빛, 밝은 빛이 비치고 있다. 물가로 양들을 이끌어 마른 목을 축이게 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그들은 훗날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급하신 착한 목자의 전조처럼 보인다(이사 40,11; 요한 10,11-16),❲그림 46❳. 그들에게는 이 기쁜소식을 알려야 할 의무도 주어진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루카 2,17). 이들에 주어진 의무에서 훗날의 사도들의 모습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그림 47❳.
천사들은 목동들을 진정시키면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1-12) 라고 말한다. 구유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표징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아기를 낳아 구유에 눕히는 일은 없다. 그러니 구유에 눕힌 것은 ‘표징’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로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
성탄 이콘에는 피리를 부는 목동과 짖어대는 개를 등장시켜 이 기쁜 소식을 더욱 강조한다. 이는 하늘의 노래와 지상의 기쁨을 대치시키는 모습이다.
| ❲그림 46❳ 착한 목자 : 코에메테리움 마이우스, 무덤 천장화 A.D. 270년경, 로마.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 ❲그림 47❳사도들을 보내심 : 1600경, 76,5 x 51cm, 레클링하우젠 이콘 박물관, 독일.
크레타 풍의 이콘은 섬세하고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았다.
예수님께서 제자를 보내시는데, 베드로와 야고버, 요한의 모습이 약간 두려워하는 듯한 표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