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의 열기 (Saturday Night Fever)
이 영화는 1977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9월 개봉된 영화이므로 4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영화이다.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 모양이다. 전 세계에 디스코 열풍을 일으킨 존 트레볼타(토니 마네로 역)가 나오는 영화이다. 파트너 스테파니 역으로 카렌 린 고니가 출연하고 존 바담 감독이 만들었다. 존 트레볼타가 워낙 긴 다리에 좋은 체형으로 현란한 춤 솜씨를 보이니 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고가 될 부분이 많다. 그래서 댄스 영화에서도 기념비적인 영화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로 다시 무대에 올려 져 인기를 끌었다.
토니는 양친 부모 밑에 형은 부모의 바람대로 신부가 되었고 자신은 말썽꾸러기로 커서 동네 페인트 가게에서 주급을 받아 가며 생활비를 버는 처지이다. 토니는 주말마다 디스코텍에 가서 춤추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밤의 황제’ 소리를 들을 정도로 멋진 춤 솜씨로 주변의 대우를 받는다. 디스코텍에서 댄스 경연대회를 한다는 공고가 나오고 어느 날 멋진 춤을 추는 스테파니를 보고 접근한다. 둘은 경연대회에 나가기로 하고 연습한다. 드디어 경연대회 날, 주변에서는 토니가 우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토니는 다른 경연자가 더 잘 추는 것을 보고 인정한다. 우승은 토니에게 돌아갔지만 홈그라운드의 텃세라며 우승 트로피를 경쟁자에게 주고 디스코텍을 나와 버린다. 그리고 그간 춤과 일상을 냉철하게 구별했던 파트너 스테파니에게 찾아 간다.
댄스 영화의 줄거리는 대개 음습하다. 이 영화도 브룩클린에 있는 이태리 이민자 동네라서 저소득 주민들이 주로 산다. 스페인 계 이민자도 많아서 늘 다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래 전 나왔던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같은 분위기이다. 너무도 자신만만해서 지나가는 괜찮아 보이는 여자는 다 집적거려보는 토니, 춤 잘 추는 토니에게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여자들, 댄스 학원의 불건전한 분위기, 차갑게 선을 긋는 스테파니를 공략하려는 토니의 대시 등을 보면 영화적 설정이지만, 댄스를 부정적인 면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형은 신부가 되어 가족의 자랑이 되었다. 그러나 토니는 공부도 안 했으니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말썽꾸러기로 자란다. 주급으로 그날그날 살아가며 주말이면 그나마 디스코텍에서 탕진을 하고 산다. 어느 날 모범생 형은 신부는 부모의 요구대로 간 길이지 자신의 길이 아니라며 신부직을 그만 두고 속세로 돌아온다. 그리고 토니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네가 좋아하는 길을 가라고 권고한다.
댄스 영화이니 춤이 중요하다. 죤 트레볼타가 보여주는 춤은 그대로 전 세계 디스코 댄스의 전형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허슬 계통의 춤과 살사도 들어가 있고 오늘날 경기 대회에서 볼 수 있는 댄스스포츠의 동작도 섞여 있다. 요즘 유행인 라인댄스의 형태도 보여준다. 요즘은 잘 안 쓰는 동작이지만, 한 쪽 팔을 아래에서 반대편 위로 올리는 동작도 이제 보니 정겹다. 양손을 같이 모아 빠르게 돌리는 동작도 역시 그렇다. 대부분 우리도 나이트클럽에서 흉내내 본 동작들이다.
이 영화를 성공시킨 요인으로 음악을 빼 놓을 수 없다. 비지스(The Bee Gees)의 'Night Fever', 'Staying Alive', 'You should be dancing', 'How Deep is your love', 'Jive talking' 등은 당시에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도 사랑 받는 음악들이다.
개인적으로 1978년 미국은행(Bank of America)에 다닐 때, 새로 부임해 온 젊은 미국 지점장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디스코를 처음 선 보였을 때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막춤이지만, 우리는 4박자 기준으로 추던 춤을 그 지점장이 한 박자 또는 2박자마다 짧게 끊어 악센트를 주는 춤에 당황했던 것이다. 미국에서 이 영화가 선풍을 일으킨 뒤 그를 통해 곧바로 한국에 상륙한 셈이었다. 물론 내게도 군복무, 대학원 공부 등으로 나이트클럽에 가보지 못한 공백기도 길었던 참이라 그동안 유행이 변한 춤에 더 충격이 컸다.
-글:강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