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야흐로 햇빛이 따뜻해져가고 대지에서도 파릇파릇 봄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3월 22일 바로 오늘 ‘달팽이의 별’이 개봉되었습니다. 이 다큐는 저희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이승준 감독님이 촬영한 것으로 2011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이승준 감독님이 저희를 촬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심적 부담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이렇다 할 스토리도 없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 성격들이어서 여러 번 정중히 사양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승준 감독님은 끈질기게 삼고초려하며 촬영의 중요성에 대해 간곡히 설득해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는 일본의 헬렌켈러인 후쿠시마 교수님의 조언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2006년도에 그분의 초대로 일본의 시청각장애인 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그때 일본의 시청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빛나는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목격하고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후쿠시마 교수님은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의 형편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셨고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은 너무 소외되어 있고 사회도 그들의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그들을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준 감독님이 찾아왔던 당시, 제가 나사렛 대학교에서 신학과 사복을 복수전공하느라 많이 분주하고 생활에도 여유가 없어서 다큐를 촬영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교수님의 진심어린 조언과 이승준 감독님의 강한 의지,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에 방임되어 있는 한국 시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이 절박함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사양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09년 4월부터 촬영이 시작되어 3년 가까이 이어졌고 드디어 오늘 개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본 다큐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다음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게 되었고 한국에서 최초로 배리어프리버전으로 제작되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되는 등 여러모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복지와 교육 등 모든 방면에서 소외되고 방임되어 온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저희 시청각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희들의 사적인 생활이 공개되는 것이 많이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이를 통해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좋은 일과 기쁜 소식이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또한 본 다큐를 통해 어둠과 적막 속에 고립되어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주어지고 이를 계기로 늘 춥고 외롭기만 했던 그들의 삶 속에 희망과 복지의 봄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3월 22일
* "달팽이의 별" 블로그 입니다. 예매도 가능합니다.
http://blog.naver.com/happy_s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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