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연생의 제자들
1. 야사의 고뇌
붓다는 미가다야에 와서 세 번 째의 만월을 맞았다.
둥글고 커다란 밤 하늘의 달은, 마치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이 아름다웠다.
두 손을 내밀면, 스르르 다가올 것처럼, 달이 가깝게 느껴졌다.
쨍쨍 내리쬐는 낮의 태양은 지상의 살아있는 자에게 생명과 힘을 주지만,
밤의 달은, 생명의 신비를 암시하고, 망향의 염(念)을 품게 한다.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명의 불가사의가 피부에 와닿아, 감상(感傷)을 자아낸다.
감상(感傷)에 취한다.
감상(感傷)에 빠지면 사람들은 허무적으로 되지만,
감상(感傷)을 동반하지 않는 딱딱한 마음은,
반대로 신리(神理)와 출가의 심금에 닿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만월은,
사람의 마음의 자세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여,
붓다는, 어느 사이엔지 시간을 잊고, 만월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밤이 밝았다.
강가 강변은, 아침 안개에 싸이고, 밟히는 목초는, 붓다의 발을 적셨다.
멀리 떨어진 우루벨라 숲에서의 아침 산보를, 오늘 아침에도 즐기고 있었다.
붓다의 산보는, 자연과의 대화였다.
인간으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초목 속에서 사색하여,
사람의 마음을 씻어내는 데는, 다시없는 기회였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기도 하고, 하루의 계획을 짜는 중요한 한 때이기도 했다.
오늘 아침은 유달리 안개가 짙었다.
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강변의 푸른 빛도,
그 색채를 잃어버려, 안갯속에 잠겨있다.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부조화스러운 안개에 덮여 있는 것과 흡사했다.
짙은 안개 탓으로 몇 걸음 앞밖에 보이지 않았다.
붓다는 강변을 따라, 하루 일과의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전방에,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수면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개가 워낙 짙어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그것은 젊은 남자이며,
옷차림으로도, 부잣집에서 나온 것을 알았다.
남자는, 고뇌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뇌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붓다는 젊은이의 고뇌와, 거기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즉각 간파했다.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벗어 놓은 신발이 그의 옆에 단정하게 놓여 있었으며,
하얀 천으로 만든 옷자락은 진흙과 아침 이슬로 온통 더럽혀져 있었다,
그리고 거의 넋을 잃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방심상태였다.
붓다는 젊은 사나이 뒤에서 조용히 말을 걸었다.
" 젊은이여,
정신차려서 들으세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는다는 것은 안된다.
죽어도, 고통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먼저 고통으로부터 해탈 을 하고 나서 죽어야 하느니라.
그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사나이는 붓다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갸름하고 창백한 젊은 청년이었다.
무언의 그는 붓다를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맨발인 채, 위의를 갖추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 범천님, 저는 괴롭습니다.
괴로워서, 어떻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밤새껏 강가를 헤매고 다녔으리라.
그의 얼굴에는 고뇌의 빛이,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어려움없이 자라난,
양가의 청년이라는 것이, 옷차림이나 용모로부터도 쉽게 상상이 되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번쩍이고 있었다.
붓다를 보고, 범천이라고 그는 불렀다.
그는 밤새도록 고민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 각오가, 생(生)의 집착을, 순간적으로 떠났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의 마음에는 붓다가 범천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붓다는, 눈앞에 꿇어앉아, 어깨를 떨고 있는 젊은이의 등에 손을 얹고,
“나는 범천이 아니다.
나는 붓다다.
그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 괴로움에서 구해주고 싶구나.
그대는 양가의 아들로서, 아무런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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