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들이 ‘한국 대중가요의 황금기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을 꼽는다. 내 생각 역시 다르지 않다. 물론 상업적인 면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김건모와 신승훈, 조성모와 god 등이 밀리언셀러 음반을 쏟아내던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흐르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음악들이 폭넓게 사랑받고, 그로 인해 다채롭고 풍요로운 음악적 서정이 그려지던 그 시절이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빛나던 축복받은 시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 중심에 동아기획과 하나음악(하나기획)이 자리한다. 두 레이블은 당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거점이었다. 시기적으로 조금 빨랐던 동아기획의 대표주자로는 들국화, 봄여름가을겨울, 푸른하늘, 김현철 등이 있었고,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대부 조동진이 이끈 하나음악에는 조동익, 장필순, 한동준, 박용준, 고찬용 등이 포진했다. 토이 유희열이 당시 하나음악의 막내 격이었다. (사실 두 레이블은 잘 구분되지 않는 공유점도 있어서
관계 뮤지션들이 겹치는 부분도 많다). 하나음악은 1989년 시작된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통해 한국 싱어송라이터의 계보를 잇는 걸출한 뮤지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오는 한편, 「하나옴니버스」라는 당대의 걸작을 우리 곁에 남겨 놓았다.
역시 시기적으로 조금 앞섰던 동아기획의 「우리노래 전시회」 시리즈와 함께 최고의 명품 옴니버스 앨범으로 평가받는 「하나옴니버스」 시리즈는 1992년 1집을 시작으로 총 3장이 발매되었는데 여기에 조동진의 <그대 창가엔>, 조동익의 <초생달>, 장필순의 <그대가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이>, 조규찬의 <무지개>, 김민기의 <봉우리>, 고찬용의 <거리풍경>,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 등의 명곡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었다. 2003년 하나음악은 사실상 문을 닫고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가 지난 2011년 푸른곰팡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이를 두고 당시 평단과 음악애호가들이 보냈던 환호를 똑똑히 기억한다.
조동진을 필두로 조동익,장필순,한동준,박용준,더버드,고찬용,
윤영배, 조동희,이규호,오소영 등 흩어졌던 옛 멤버들이 새로운 깃발 아래 속속 모여들었고, 이무하의 동행과 함께 소히,송용창,새의전부 등 새로운 피도 수혈되었다. 이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옴니버스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명품 앨범 「하나옴니버스」를 모태로 논현동 시절 겨울노래, 바다, New Face, Dream이라는 각각의 테마 아래 묶어냈던 4장의 옴니버스 음반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음반에는 거장 조동진의 지휘 아래 ‘강’을 주제로 한 음악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추억 속에 박제되어 가던 하나음악이 푸른곰팡이로 부활한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하나음악의 빛나는 유산중의 하나인 명품 옴니버스 앨범의 부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것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화양연화 그 시절을 추억하는 아련함의 크기만큼이나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정일서 (KBS PD)
|
첫댓글 앨범자켓이 저렇게 나오나보네요.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