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 30주년을 맞아 (광주에도 광주정신은 없다)
1. 들어가며
1980년 5월 광주는 반독재 반외세 반자본의 해방구였다. 전두환 군사도당들이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반역사적인 패악질을 진행하고 있을 때, 광주의 애국적인 민중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맨손으로 한 몸 한 뜻으로 들고 일어섰다. 드디어 온 광주시민들이 광주를 해방구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반독재 반외세 반자본의 뜨거운 열기를 전국에 확산시키려는 상황에 다다르자 전두환 군사도당들은 전방의 군인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공수부대들을 중무장시킨 채, 동원해 광주로 집결시켜 무차별적인 살인 진압을 자행했다. 길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임산부, 농부들과 맨손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전세계 현대사에서 전무후무한 만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결국 수천명이 무참히 살해당했고 수백명이 실종됐으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백의 부상자들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30년이 지난 5.18 민주항쟁은 아직도 미완성인 채, 전두환 군사도당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의 현주소이다.
2. 5.18 민중항쟁의 정신
5.18 민중항쟁의 정신은 반독재 반외세 반자본의 민중적 표현이며, 저항이었다. 반독재 반외세 반자본의 민중항쟁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랜 역사의 흐름을 갖고 있었다. 가깝게는 동학혁명이 그것이었다. 동학의 정신은 항일독립투쟁으로 이어졌고, 뒤이어 빨치산의 민중투쟁으로 그리고 4.19시민혁명과 5.18 광주 민중항쟁으로 불타 올랐다. 5.18 광주 민중항쟁의 정신을 간략히 살펴본다.
첫째, 반독재의 기치는 광주 민중항쟁의 대표적 정신이다. 전두환 군사도당들이 헌법을 유린하고 무력으로 정권 찬탈을 획책하고 있을 때, 광주의 민중들은 분열히 떨쳐 일어나 맨손으로 이를 막고자 항쟁해나갔다. 화염방사기 전투헬기 중무장 총기 등으로로 무장한 전두환 군사도당들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살인적 진압을 했으나, 광주 민중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에 맞서 싸워나갔다.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음료수를 내놓고, 마을마다 삼삼오오 모여 김밥을 싸서 시민군에 전해줬으며, 애국청년들은 생명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적을 향해 투쟁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광주시내에서는 단 한건의 반질서 범죄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광주민중 항쟁의 정신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의 민중들은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독재의 압박아래에서 숱한 고초를 경험했다. 독재의 화신인 박정희의 절명은 민중들에겐 희망이요 새로운 기대의 역사였다. 그러나 전두환은 이들의 기대를 짓밟고 더 폭력적인 독재를 꿈꾸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던 것이다. 민중들은 이를 알아채고 전국적인 반독재 투쟁을 전개했으나 군홧발에 밟혀 더 이상의 투쟁 의욕이 꺾였을 때, 분연히 일어선 곳이 바로 광주였으며, 광주의 정신이었다.
둘째, 광주 민중항쟁의 정신은 반외세에 대한 저항이다. 해방후 외세를 등에 업은 이승만 괴뢰정부는 친일세력과 결탁하여 우리 민중들의 생존권을 압살해왔다. 이후 박정희 군사정권은 반공이데올로기를 민중들에게 세뇌시키면서 군 자본 언론과 유착을 강화하면서 장기 집권을 획책했다. 이런 와중에 민중생존권은 점차 피폐해져 군홧발 밑에서, 자본의 억압아래에서 신음할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삶을 꾸려내야 했다. 해방직후 외세배격 토지분배 민족자치 등의 기치를 외치면서 지리산 등 전국 각처에서 빨치산을 통한 민중생존권을 위한 항쟁을 전개해왔으나 결국 외세와 결탁한 무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광주 민중항쟁은 바로 항일무장투쟁과 빨치산 투쟁을 이은 반외세 민중항쟁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군 작전권을 움켜쥐고 있던 미국은 전두환 군사도당들이 전방의 군은 물론이고 전국의 공수부대들을 동원해 시민들을 무참히 살육하고 있을 때,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었으며 묵시적으로 전두환 군사도당들의 야만적 행위를 인정해줬다. 광주의 민중들은 미국의 이같은 반민주 반인권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으나 미국은 아무런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셋째, 광주 민중항쟁은 천자본에 대한 민중들의 최고의 숭고한 항쟁이었다. 반민족적 군사정부는 자본과 결탁함으로서 민중을 압살하기 위한 악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키워냈다. 친외세의 이승만과 그 뒤를 이은 박정희 군사정부, 그리고 전두환 도당들은 민중들을 수탈하면서 악랄한 착취를 일삼아왔다. 이는 이미 역사가 증명한 바이다. 광주의 민중항쟁의 주역은 바로 독재와 자본의 억압에 힘겨운 삶을 꾸려내던 민중들과 애국적 청년들이었음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들은 전두환의 군사독재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천자본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었던 것이었다. 바로 군사독재, 천자본, 불의언론의 사슬을 끊어내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3. 광주 민중항쟁의 현주소
4.19 민주 혁명이 박정희 군사도당들에 의해 미완의 혁명에 머물렀다면 5.18 민중항쟁 또한 한국 근 현세사를 지배해온 군사도당들과 친일수구세력 그리고 이들 반동들에 빌붙어 부당한 축재를 일삼아 온 재벌들, 마지막으로 군, 자본, 친일세력의 나팔수인 소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반민족적인 언론들의 분탕질에 의해 30년이 지난 지금 미완의 항쟁으로 역사의 변방에 울음으로 남아 있다. 5.18 민중항쟁이 미완의 항쟁으로 남아있는 것은 이같은 반동들의 횡행 때문만은 아니다, 소위 민주 민중 민족 단체로 불리우는 자칭 광주항쟁 계승 세력들의 역리적인 행태와 분파적 행위로 인해 미완으로 뭍혀버리고 있음은 실로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간략한 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소위 말하는 민주세력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들 수 있다. 광주의 정신은 오랜기간 민중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인해 소위 국민의 정부라는 김대중 정부를 탄생시겼다. 김대중 정부의 출현은 참으로 오랜 민중들의 싸움의 결과였으며 그동안 산화한 민주열사들의 피의 댓가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민주화는 민중생존권을 담보해야 하며 부당한 외세를 배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실현하는 일에 게을리 했을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빛바랜 자본주의 신념에 매몰되어 민중의 바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정책을 펴는데 그치고 말았다. 일정정도 민족의 상생을 위한 남북의 평화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보수정권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이를 계승한 노무현의 참여정부 또한 김대중 정부와 큰 차별성없이 신자유주의라는 큰 틀속에서 일정정도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지극히 소극적이며 용기없는 성과만을 거둔 정부였다. 민중들이 흘린 피의 댓가로 받은 결과물치고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으며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특징은 한마디로 민중들의 여망과 구세력의 수구권력 사이에서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한 10년의 세월이었다. 지금까지 피흘려 싸워온 민중들에게는 전선조차 불투명진 분통터지는 세월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5.18 민중항쟁의 정신은 희석되고 그 공간은 협소해졌다.
둘째, 민주세력 또는 진보세력의 자본화이다. 자본은 사탕과 같아서 한번 맛들이며 그 달콤함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속성을 지녔다. 광주 민중항쟁의 핏값으로 소위 민주 진보세력의 양적 팽창은 기대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들의 민주 진보세력의 자본화는 양적인 팽창을 상쇄하고도 남는 폐해로 민중 앞에 다가왔다. 소위 민주의 양대산맥이었던 김영삼 일당은 일찌감치 군사독재와 야합함으로서 민중의 기대를 저버렸으며, 그 이후 상당수의 광주민중항쟁의 계승세력들이 자본의 달콤함에 삭아내렸다. 광주항쟁의 정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자본의 달콤함만을 좇아 방향성없이 우왕좌왕했다. 이제 진정한 민중세력들은 광주에서조차 눈을 돌린지 오래됐다. 반자본 반독재 반외세의 광주항쟁 정신은 소위 진보적 정파조직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등과 전교조 민주노총 일부의 노동조합 계열, 그리고 좌파계열의 사회조직들에 의해 명맥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으나 이 또한 민중의 여망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협소한 구조를 지녔다.
셋째, 민주세력 또는 진보세력의 방향성(철학) 상실이다. 망망대해에서 갈길 모르는 배는 결국 풍랑을 만나 침몰할 수밖에 없다. 현재 광주 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진보적 제 단체들은 방향성을 상실하고 방황하고 있다. 우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종파적 분당이 첫째요, 둘째는 진보적 제 단체들의 각개전투식의 지리멸멸이 그것이다. 다시금 돌아보건데,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은 반독재 반외세 반자본이다. 이렇다면 갈길은 명확해지고 각 단체의 향도는 단체를 어떻게 조향해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이제라도 조국의 명운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민족이 살고 민중이 살는 평화에 이르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4. 마무리하며
이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망월동의 영령들의 통곡소리가 지리산을 넘고 한라산을 넘고 있다. 이제 한국의 민주 진보세력들은 우리 역사속에서 산화한 열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함께 뭉쳐서 반독재 반자본 반외세의 기치를 다시 들어야 한다. 우선은 독재의 유전자를 받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깨내야 하고, 둘째로 민중생존권을 짓밟는 천자본의 사슬을 끊어내야 하고, 셋째로 혹세무민 곡학아세로 민중들의 정신을 좀먹는 수구꼴통의 나팔수 조중동을 조국의 역사에서 거둬내야 한다. 다시금 지친 다리를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어 역사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산화한 열사들의 뜻에 따라 거침없이 그 길을 가야 한다. 지금 광주의 열사들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우리의 제사상을 물려, 그 상으로 민중의 밥상을 삼으라고..." 황재성 (시드니 평화연대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