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로 암 찾아내는 ‘전자 코’ 나온다
美 연구진, 초 고감도 화학센서 개발
봄이 가득한 공원, 향기로운 꽃내음에 이끌려 가다보면 라일락을 만날 수 있다. 저녁 시간 구수한 냄새를 따라가면 어김없이 청국장이 놓여있다.
예로부터 과학자들은 냄새만으로도 물질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전자 코’를 연구하고 있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아주 미세한 냄새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찰리 존슨 교수와 프린스턴대 앨런 젤페린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감도와 식별력이 뛰어난 DNA 기반 화학 센서를 개발했다고 미국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AIP 어드밴스즈’ 최신호에 발표했다.
미국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에 DNA 가닥을 감싸 감도와 식별력이 뛰어난 센서를 개발했다. 미국물리학회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탄소나노튜브에 단일 가닥으로 이뤄진 DNA를 감싼 형태로 이뤄졌다. DNA 가닥은 특정 화학물질을 만나면 미세한 전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나노튜브는 이것을 인식해 전기 신호를 내보낸다. DNA를 이용한 센서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 됐지만,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지금까지 어떤 센서보다 미세한 차이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센서를 이용하면 피부암 조직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되는 휘발성 물질 ‘디메틸설폰’을 10억 분의 25 정도의 농도로 찾아낼 수 있었다. 탄소 원자 하나의 차이도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오른손과 왼손처럼 구성 물질은 같지만 분자의 결합 구조가 반대인 광학 이성질체도 구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의 전기 화학 센서로 구별하지 못하던 차이도 이 센서는 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질병 진단이나 식품 분석, 환경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찰리 존슨 교수는 “코처럼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이 센서를 다수 장착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며 “개의 코보다 더 민감하고 식별력이 뛰어난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