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메달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효자 종목들은 대부분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하는 사격, 양궁, 바둑 등이다. 스포츠는 종목을 막론하고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순간적인 정신력을 요하면서도 육체 및 정신건강에도 실제 도움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종목들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난히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한국인은 쇠 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정도로 손 감각이 유달리 뛰어난데 이것이 사격 같은 종목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비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프로기사들이 세계 바둑계의 정상을 구가하고 있는 바둑도 이번 아시안 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진입, 첫 금메달 3개가 어느 나라로 갈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들이 건강에 이로운 점
▽ 바둑
바둑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두뇌싸움이다. 주의 산만한 아이들은 지구력을 키울 수 있고 집중력을 높여 두뇌발달을 꾀할 수 있다. 수를 읽는 계산능력과 상대방의 다음 수를 상상하는 예측력을 높여준다.
일부에서는 앉아서 손만 움직이는 바둑이 무슨 스포츠 종목일까 묻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바둑협회 강준열 전무이사는 “예전 조훈현 프로 같은 경우 4~7시간이 걸리는 한 판 바둑경기를 마치고 나면 몸무게가 2㎏ 정도 빠졌다”며 “다른 스포츠보다는 신체 열량소모가 적지만 두뇌운동과 체력소모에 있어서 바둑은 어떤 스포츠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서울대학교병원 권준수 교수팀이 바둑 전문가들의 뇌영상을 관찰한 결과 바둑 전문가들은 백질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두껍게 나타났다. 이는 뇌 영역에 퍼져 있는 집중력, 작업 기억, 수행조절능력, 문제해결력 같은 인지기능을 보통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사격
사격은 집중력과 지구력을 향상시켜 주는 스포츠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몸을 움직이는 산만한 아이들은 사격을 위한 자세 고정이 정서 안정에 곧 도움이 된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사격은 격발 때 흔들리지 않도록 숨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좋은 호흡법을 배울 수 있다”며 “많게는 100발 이상을 쏴야 하는 경우 집중력도 필요하지만 지구력도 뒷받침돼야 해 학생들에게 추천할만한 운동”이라고 자랑했다.
▽ 체스
체스는 한국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서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오락놀이이자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체스는 특히 노인들의 치매예방에 좋다. 바깥운동이 어려운 노인들은 체스로 두뇌운동을 할 수 있고 젊은 사람도 체스를 꾸준히 하면 깜빡 잊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중학교의 특별활동,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체스를 가르치는 경력 20년의 이철우 강사는 “체스는 바둑이나 장기와 마찬가지로 수학능력과 공간지각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뇌를 써서 열량을 소비하기 때문인지 체스에 몰입하는 사람 중에 비만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양궁
양궁은 대표적인 한국의 메달밭이다. 우선 국가대표 선수로 뽑히기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힘들다 할 정도다. 양궁은 집중력, 지구력, 근력을 키운다.
단단한 팔 힘과 활시위를 놓기까지 숨을 멈추는 호흡법을 익혀야 한다. 주변 소음이나 방해물이 있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시험이 잦은 학생들의 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