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을 오르며!
1월 31일 태백산 눈꽃산행. 모두가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릴텐데!
하필이면 그쪽엔 눈이 나리지 않으니!
눈없는 태백산의 앙상한 겨울 생각만 해도 난감하다.
그리고 그리 던 님인 듯 가슴 조이며 뜻있는 마중을 해보려고 했던
'두레산악회'와 '태백산'의 꿈이 깨지면 어쩌나?
몇일을 뒤척이는 밤! 산행지를 눈 많은 덕유산으로 바꾸어 볼까?
근데 왠 날벼락. 이번에 그렇게 기다릴 땐 오지 않던 비가 내려 산통을 깨버렸다.
이젠 어쩔수 없이 가슴조이며 기다린 30일.
22시 염주체육관을 출발 22시 30분에 문예회관을 종점으로 태백을 향해 달렸다.
'김동찬'버스 운영자님이 혹 꾸벅할까봐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새워 달리니 어느 덧 정암터널.
(우리나라의 포장된 도로 중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만항재 -1330m" 를 통과하는 곳)을 지나니
눈보라가 휘날리며 도로는 미끌 미끌, 꾸불 꾸불. 아직도 4km 정도를 달려야 하는 데? 가슴이 타들어 온다.
조심 조심 또 조심. 김동찬 운영자님의 능숙한 운전 솜씨로 꼬브랑길, 미글럼길을 무사히 빠져나오니
휴! 가슴에 맺힌 숨을 몰아쉬며 유일사 입구를 외친다.
새벽 4시!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와 추위로 아침 떡국 포기!
점심 도시락을 꺼내어 버스안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니 4시 40분.
짐을 챙기고 5시 산행 시작.
어둠과 눈보라가 뒤엉 킨 새벽.
물밀듯이 쏟아지는 인파.
머리도, 얼굴도 없는 그 모습이 그 모습일 뿐.
'두레'도 '두리누리'도 뒤범벅!
아! 찾았다. 베낭에 메달린 노란 '렌드마크' '두리누리산들회'
이렇게 등 떠밀리며 뒤엉켜 태백산 입구를 밟는 순간!
애타게 기다리던 눈 없음의 걱정은 한방에 KO펀치를 맞고 다운.
새벽 5시 45분(이 사진 위치에서 15분을 더 간곳에 위치-사진이 없어 비슷한 사진으로 대체 글로 표현).
유일사 갈림길에 어둠을 밝히고 있는 불빛아래 쏟아지는 빛과 萬狀의 눈꽃이 어우러진 세상!
하얀 눈꽃을 입고 있는 나무들 왈!
제네들 왜 저렇게 야단 법석들이지!
금년 겨울 첫 신혼의 밤 하얀 솜이불 덮고 곤히 잠들었는 데
'불빛으로, 깔깔대는 웃음으로, 불총(사진기)으로 쏘아대며
단잠을 깨우는 것도 모자라 어떤 녀석은 간지럼까지......,
너의들은 구구팔팔하게 살고
우린 어쩌란 말인기요......,
이 소리를 알아 들었을까? 모두들 숙연해 진체 발걸음도 사비악! 사비악!
하늘을 가리려고. 시세움하는 공간사이로
싸리꽃, 이팝꽃, 사슴꽃 피워 놓고
방긋 방긋 웃음지어 그리운 임 기다리네.
매력남 박철우님! 어디쯤 오는기요.
한 폼 잡아보려고 애타게 불러보지만
임은 오지않고 매서운 눈보라가
휭! 휭! 콧노래로 귀볼을 때리고 가네.
팔벌린 가지위에 고운 옷 갈아입고
천상을 향해가다, 오는 임이 반가워
고개 숙여, 팔내밀며 반갑게 마중나오네.
꼴까닥! 심장이 멈출듯한 아름다운 몸매에!
가던길 멈추고 앞 다투어 껴 안으며
이 순간을 놓치기 아쉬운 듯
빨간 신호등 켜놓고 찰가닥! 찰가닥!
헛헛하게 오른 산길에서 만난, 헛헛하게 오른 산길에서 만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가지 밑에 숨어 가던길 멈추고......,
번뇌가 무엇이뇨! 삶이 무엇이뇨!
순백으로 물들인 태백의 길로 와보라.
그 한줌도 못되는 티글을 안고
그리도 그리도 애달파 하느냐 .
탐욕이 무엇이뇨! 미움이 무엇이뇨!
지금 이 새볔 시간을 걸어 보아라
모두가 버려야 할 오물을 안고
그리도 그리도 몸부림 치느냐 ......,
행복이 무엇이뇨! 아름다움이 무엇이뇨!
이 투명한 시간길에 마음을 씻어 보아라.
이렇게 내 가슴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을
그렇게 씻을줄도 모르고 추하게 살았더냐
가질 것이 무엇이뇨! 버릴 것이 무엇이뇨!
이 순백의 태백길에서 추스려 보아라
이렇게 홀가분하고 모든 통증이 사라진 것을
그렇게도 무거운 짐을 지고만 살아가느냐
사랑이 무엇이뇨! 그리움이 무엇이뇨!
지금 이 길을 사비악 사비악 걸어 보아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그렇게 함부로 버리고 함부로 탓하느냐.
살아가는 날들이 아무리 바쁜 길이어도
마음 한번 바꿔보면서 사랑을 놓지 마라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은 자
그것도 유죄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
님이시여!
태백산이 높다고 가던 길 멈추지 마라. 이렇게 함께가면 어느덧 정상인 데
진정 오르기 어려운 것은 마음의 벽이더라. 마음의 오물 다 씻어 버리고 문수봉길 돌지 말고 당골로 바로 가자므나.
눈꽃 핀 태백산 길
사비악 사비악 태백산 사립문 여니
봉긋 봉긋 솟은 가슴 내밀고
초롱 초롱한 눈망울 굴리며
하얀 미소로 와락 껴안네.
싸리꽃 사슴꽃 곱게 갈아 입고
가냘픈 허리 굽혀 꾸벅거리다
팔벌리고 손내밀어 오라 손짓하며
방긋 방긋 웃음으로 발길을 잡네.
밤새 눈보라 맞으며 옷갈아 입느라
송골 송골 맺힌 땀 닦아 주면서
애틋한 그리움을 고백하고 싶지만
오가는 이 겁내어 임 곁을 떠나고 마네.
눈꽃 숲, 누드 숲, 새소리 틈새를 오르며
임 놓칠까 자꾸 자꾸 뒤돌아 본 사이
어느 새 저만치 앞서버린 임을 보고도
행여 들킬새라 눈길만 던지며 가슴 태우네.
임 향기 따라 눈길 따라 장군봉에 올라서서
눈보라에 출렁이는 뒤안길로 임 불러 보지만
되돌아서는 메아리는 가슴을 맴돌다가
헛헛한 발걸음이 천재단에서 멈추어서네.
문수봉 포기하고 당골로 내려서니
급경사길 허리굽혀 반갑게 맞이하네
당골로 몰아 세우더니 얼음 조각 세상이라
이모양 저모양 둘러보다가 찰카닥 한 컷!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가슴은 태백에 머물어 설래기만 하네
눈꽃 출렁이며 꼭 껴앉아 준 임의 포옹
때로는 임의 품에 안기며 살아가려네.
-누군가가 오르는 길에 이 길을 시로 하나 썻으면 하시길래 한번......,
남한에서 일곱번째 높은 산이라 일곱개 단으로 써봤는 데......,
영 아니네요? 오히려 우섭게 되고 말았어요. 미안해요 글 솜씨가 없어서......, 들국화 드림.
11시 28분에 전 회원 버스에 탑승하니 웃음 가득. 시장기 달래려니 아직도 찬바람 거세어 태백 준령 넘기로......,
정암터널 빠져나오니 어느새 화창한 봄날이라! 준령하나가 이렇게 다른 세상 보여주니
세상은 우리에게 살맛나게 해준것 같습니다.
서투른 솜씨로 13시 40분에야 떡국 한그릇 먹고나니 온 세상이 내것인 듯.
미안해요"두레"회원님들.
처음 맞이하는 소중하신 분들에게 점심 한 끼도 맞있게 대접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스럽다는 사과의 말 올립니다.
'두레산악회'의 활동을 알고 우리 모두 존경의 뜻을 함께 보냅니다.
"조효일" 회장님을 비롯한 '두레산악회'회원님들 영원히 빛나소서.
그리고 항상 지금처럼 예쁜 모습으로 남아 있으시길......, '두레산악회'파이팅!
<실은 '두리누리산들회'는 한번도 버너를 이용 음식을 먹어본적이 없거든요>
먼길과 눈길을 무사히 다녀온 광주 도착시간은 18시 50분. 몸과 마음이 나를 듯......,
'두레산악회 회원님이시어' '두리누리산들회 회원님이시어'!
"근심은 미를 훔치는 도둑이다"라는 '마미언'의 말처럼 모든 근심 내다 버리고
2009년 앞으로 날들속에 임의 삶을 향기로, 웃음으로, 기쁨으로, 건강으로 가득 채우시며
살아 가시기를 기원합나다.
행복하세요. 들국화 드림
사진은 '박철우'님 것을 슬적 훔쳐다 사용함 - 미안해요
첫댓글 고대장님 태백산 산행을 앞두고 노심초사 했을 모습이 선연이 떠오릅니다. 임이 계셨기에 추억에 남는 아름답고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여러 가지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은 어찌 그리 생생하고 유려하게 잘쓰신지요. 앞으로 책으로 한 권 내시면 대박 날 것 같네요. 그 날 기다리겠습니다.
회장님 잘 보고 갑니다. 그날의 모습이 선연합니다.
ㅎㅎ 태백산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주신 들국화님께 감사드립니다.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산길을 詩나 이런 글로 표현해서 출간 한 번 해보시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