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혼 식 축 사
안녕하십니까?
이 자리를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원 제한으로 축복의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많은 분들께도 송구스런 마음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장기간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어려움을 헤치고 이 자리에 선 민규와 혜연이가 대견스럽습니다. 두 사람은 백년해로의 언약을 다짐하는 이 결혼식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인생을 잘 설계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앞서 민규 아버님께서 행복한 결혼을 위한 덕담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결혼 생활의 지표로 삼기를 바랍니다.
혼인이란 인륜의 대사를 성사시키는 데 저희 집에서 가장 힘쓴 사람은 제 아내입니다. 그래서 “축사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당신이 축사를 해봐.”라 하며 이 자리에 설 것을 권고했습니다만 격식을 핑계 삼아 거절하더군요.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해 보았으니 다시 결혼 생활을 한다면 어떻게 할거야?” 라고 다시 물었더니, “당신 같은 사람 안 만날걸.” 하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물었지요. “옛말에도 혼인을 점지하는 월하노인(月下老人)이 인연의 끈을 맺어주면 원수지간도 평생 헤어질 수도 없다고 하잖아? 이미 불가피한 선택이 이루어진 후라면 어떻게 하지?” 라고 물으니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좀 더 일찍 해야 하겠지. 아무튼 30년 넘게 살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친구를 얻었네.”라고 하더군요. 공감이 되었습니다.
민규야! 혜연아!
결혼 전에 본 사람과 결혼 후에 보는 사람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사람이지만 사실 같지 않단다. 결혼 후에는 성격, 습관, 생각, 감정 등 나와 다른 점을 보게 되더라.
부부와 가족은 마지막 너울도 벗고 서로를 진실하게 보여주는 관계란다. 그래서 나는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은 저마다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라는 전제 하에 배우자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마음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은 적나라한 수행처란다. 내가 배우자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길 바라듯, 나와 다른 배우자를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마음이 결혼 생활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긍정적 마음 수행은 스스로 성숙해지는 인생의 길이다. 본인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나와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 즉 가족, 동료들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결국 그 변화가 본인을 더 성숙하게 만들어 간단다. 물론 세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우리의 삶에는 늘 희망의 뒷마당엔 절망이, 성공의 이면엔 실패가, 기쁨의 왼편엔 슬픔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실패, 슬픔, 절망이 주는 충격은 강도가 세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한 번 사는 인생이기에 실패, 슬픔, 절망에 경도되어 상대를 비난하고 책망하며 등 돌리지 말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상의 기쁨, 희망, 작은 성취를 지향하기 바란다. 재산, 연봉, 지위, 명예, 평판 같은 큰 가치도 추구해야 하지만, 큰 욕심 버리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기쁨을 주는 체험을 늘 함께 하면서 거슬림 없는 친구처럼 사는 부부가 되길 바란다.
민규야! 혜연아!
긍정적인 마음을 실천할 때는 물과 바위를 기억해라. 도가에 상선약수라는 말이 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라는 뜻이다. 물은 가장 낮은 곳에 임하여 모든 것을 수용한다. 배우자를 대할 때 내가 물이 되어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 배려, 양보하기를 실천하는지 늘 살피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좋겠다.
삶에는 격랑이 일 때도 있다. 이럴 때는 격랑에 이리 저리 춤추는 물이 아니라 꼼짝 않고 버티는 바위가 되어라. 의논은 하되, 네 탓 내탓하지 마라. 그러다 보면 격랑의 고비를 넘는 힘이 민규로부터 오고, 격랑을 버티는 위로의 힘이 혜연이에게서 나오게 될 거다. 평소에는 서로 물이 되어 스며들고, 격랑이 일 때는 서로 바위처럼 잘 버티는 부부가 되기 바란다.
민규야! 혜연아!
너희 가정을 볼 때마다 화창한 여름날이 연상되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면 좋겠다. 자잘한 다툼은 없을 수 없으나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고, 서로의 기를 북돋워주고, 함께하는 시간마다 의미와 감탄이 넘치는 부부로 살기 바란다. ‘배우자’란 말이 ‘서로를 책으로 여겨 열심히 배우면서 살아가라’ 해서 배우자가 됐다는 재미있는 해석을 알고 있니? 서로의 얼굴만 봐도 즐거워지는 화목한 부부로 살아가길 바란다.
하객 여러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오늘 결혼식을 기화로 두 사람이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가족들에게, 동료들에게, 나아가 세상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이 세상의 사랑꾼’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소망하시죠? 앞으로도 두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진정한 사랑꾼이 되라는 격려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8월 28일(토) 14:00
아펠가모 예식장, 박민규와 황혜연 결혼식에서
황 승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