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노가리의 죽음에 부쳐<br><br>아쉽다 정말<br>그렇게 가면 안되는 건데<br>비록 19년을 치매로 <br>온갖 추접을 다 떨었다지만<br>병상에서 고종명은 안되는 건데<br><br>그래도 기쁘다<br>어떻게든 이 땅에서<br>쓰레기 오물덩이가 갔다는 게<br>처 자식을 머리맡에 두고<br>갔다는 게 열이 받기는 하지만<br><br>그리 살다보니 어떻더냐<br>얼마나 산해진미를 처먹었고<br>그 몸뚱이에 휘감은 능라비단은<br>얼마나 네 몸을 기름지게 했고<br>네 몸이 얼마나 빛나 보이더나<br><br>원통하고 또 원통하구나<br>기쁘고 기쁘기 한량 없구나<br>내 손으로 네 목을 자르지 못했으니<br>네 주접의 꼬락서니를 들었으니<br>그렇게 더러운 삶을 끝냈으니<br><br>오늘 그 기쁨을 견디지 못해<br>소주 한 잔 사양 안했다<br>오늘 그 원통함을 가누지 못하고<br>소주 한 잔 가슴에 부었으니<br>내 할 수 있는 일 고작 이 뿐<br><br>잘 가란 소리는 못 하겠다<br>지옥이 있거든 죄과를 받거라<br>다시 태어나거든 부디 가축으로 나<br>살아서는 힘으로 섬기고<br>죽어서는 그 고기로 섬길지어다<br><br>잘 죽었다 노가리야<br>잘 가거라 노가리야<br>다시는 이 역사에 오지 말거라<br>다시는 이 민족에게 오지 말거라<br>잘 죽었다 잘 가라 노가리야</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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