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렇게 그렇게 사는거다.
뭘 그렇게 분노하고 저주하며 사는가. 학생 운동을 주도하던 자가 국민대표가 되면 어떻고 청와대에 들어가 있으며 어떠리. 그들의 자녀들이 미쿡 유학을 가 있으면 어떻고. 내 인생을 돌아보면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 선교단체에서 세뇌되어 무개념의 반지성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에 들어갔다가 멋진 친구들을 만나서 인간의 역사와 사회를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고 교회에서는 일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비밀스런 지식도 알게 되었고.. 더더욱 감사한 것은 지적으로 나보다 월등하게 탁월했던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과 나름 소박한 유토피아의 꿈나무를 함께 심을 수 있었다는 것.
돌이켜 생각하면 다분히 루소적이고 노자적이었던 꿈이었다.
학형을 통해 구띠에레즈를 만났던 것은 내 인생의 다마스쿠스 사건이었으리라. 80년대 당시 자칭 타칭 진보 흉내를 내던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젊었던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어른들이 지금은 너무도 거듭나서 완전 반대편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그런들 어떠하리. 그건 지들의 인생일 것이고. 그런 와중에도 자식들을 미쿡 유학을 보냈건 출세를 했건 상관없이 정신머리라도 이념이라도 똑바로 붙들고 사는 이런 저런 분들에게 분노의 감정은커녕 고마움이 들기도 한다.
자식들 유학 보내지 못한 열등감? 그런건 추호도 없다. 만일 내 자식들도 미쿡 유학을 졸랐으면 나도 지고 말았을 터이다.
그런데 확실히 나보다는 머리가 좋은 자식들이 너무도 미쿡을 싫어하니 도리가 없다. 오히려 내가 미끼를 던지며 유도를 해보았으나 여전히 완강하다. 나를 닮아 자식들이 미쿡 유학을 꿈도 꾸지 않은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가? 솔직히는 그럴 경제적 여유도 없지만, 그렇게 허풍떨어야 내맘이 편하고 남들에 대한 우월감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방식대로 그냥 그렇게 사는 거다. 조기 유학 보내어 성공한 동서 형님을 부러워한 적도 내가 열등감을 느낀 적도 단 한 번 없다. 아들녀석은 다섯 살 때부터 꿈이 뭐냐고 물으면... “평범한 주민”(아파트 어나운스먼트가 늘.. 주민 여러분...이게 영향을 준듯하다)이라던 농담을 그대로 실현하며 저 나름대로 건강한 시민으로 사는게 고마울 따름. 정말 레알리 감사한 것은 젊은 날 나와 함께 꿈나무를 심었던 그 동지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 이게 내 인생 최대의 축복이다. 외국인 회사를 다니다가 입학해서인지 영문과 출신인 나를 늘상 기죽이던 동시에 교양적 내공(물리학까지 전공했으니 게임은 끝난 것이었다)이 나보다 천배는 높았던 박식한 동지는 졸업 후 평생을 시골에서 시골로 급기야 연평도까지 들어가서 하나님 나라 일을 하다가 제일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양심적인 지성파 동지도 인도 민중과 더불어 예수를 따르는 고생스런 길을 걷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 경북 의성에서....40년 가까운 세월 외도 한 번 없이 묵묵히 꿈을 실현하는 동지들도 있다. 훌륭한 친구들 그 누구도 속된 말로 잘나가는 인생을 살지 못해서 후회하거나 성공한 운동권 출신들을 시샘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동지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
꿈나무 동지들 중에 그나마 제일 예수 운동에서 탈선한 문제아가 음악에 미친 박아무개 정도이니... 이정도면 나는 복이 많은 사람 아닌가. 그래서 감사하다. 산행 주말. 마음이 불편해서 몇 자라도 긁적이고 출발.
첫댓글 글잘봤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