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 慈雲(증 자운) : 1625년 9월 27일
沙西 全湜
短棹行穿滿島雲(단도행천만도운)
便從眞界訪茅君(편종진계방모군)
身離苦海腥塵慮(신리고해성진려)
夢入諸天絶世紛(몽입제천절세분)
仍與道林時講道(잉여도림시강도)
爲憐文暢更留文(위련문창경유문)
明朝試向瀛洲去(명조시향영주거)
碧水茫茫信不聞(벽수망망신불문)
해조사의 ‘자운’스님에게 증정하다
사서 전식
작은 배로 온 섬 가득한 구름을 헤쳐가니
문득 신선 세계에서 모군(茅君)을 찾아가는 듯
고해를 만난 신세, 속된 잡념이 싫으니
꿈속에 제천(諸天)에 들어 세상 분잡함을 끊네.
도림(道林)과 더불어 때때로 도를 이야기했고
한유(韓愈)가 문창(文暢)에게 했듯 글을 남겨주었네.
내일 아침이면 영주(瀛洲)를 향해 떠나리니
아득한 푸른 바다에 소식 끊겨 지겠지.
위의 시 역시 9월27일 해조사의 자운에게 지어준 시이다. 도림은 본래 중국진나라 때의 고승 지둔(支遁)이지만, 여기서는 자운을 가리킨다. 도잠(陶潛)과 지둔이 나누었던 교유에 빗대어 자신과 자운의 사귐을 말한 것이다. 이어지는 구절의 한유와 문창의 관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날의 기록을 보면, 사행단은 배를 뛰우지 못하고 황성도에 있던 스님과 장수들이 배를 타고 섬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마지막 연에서 “내일 아침이면 영주를 향해 떠나리니, 아득한 푸른 바다에 소식 끊겨 지겠지.”라고 한 것은, 이튿날 출항을 앞두고 자운에게 쓴 시로 판단된다. 아마도 황성도에서 보낸 이 며칠이 해로 사행에서 가장 몸과 마음이 편안했던 한때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주】
1. 단도(短棹) : 짧은 노.
2. 진계(眞界) : 진리가 실현되는 참 세계.
3. 모군(茅君) 華陽洞(화양동) :
도가(道家)의 36동천(洞天) 중 제8동으로 모군(茅君)이 다스리는 신선들이 산다는 이상적 인 곳을 말함. 『仙經(선경)』에 “句曲山(구곡산)은 바로 삼십육동천(三十六洞天)의 여덟 번 째 골짜기이다. 화양동(華陽洞)이라 이름하였는데 모군(茅君)이 다스리던 곳이다.”하였다. 『神仙傳(신선전)』에 “대모군(大茅君)의 이름은 영(盈)이고 다음 아우의 이름은 고(固)이고 작은 아우의 이름은 충(衷)이다. 그러므로 이름하여 삼모군(三茅君)이라 했다.” 하였다.
4. 성진(腥塵) : 비린내가 나는 먼지라는 뜻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이르는 말.
5. 세분(世紛) : 어지러운 온갖 세상(世上)일.
6. 영주(瀛洲) : 영주. 옛날, 신선이 살았다는 동해(東海) 속의 신산(神山).
7. 도림[道林] :
부양(富陽) 사람으로 속성(俗姓)은 번(潘)이다. 당(唐)나라 때 고승(高僧)으로 서호(西湖) 봉 림사(鳳林寺)의 개산조사(開山祖師)이다. 9세에 출가하여 21세에 형주(荊州) 과원사(果願 寺)에서 계(戒)를 받았다. 뒤에 장안(長安) 서명사(西明寺)에서 복례법사(複禮法師)에게 《화엄경(華嚴經)》, 《시수론(起修論)》을 배웠다. 또 복례법사가 《진망송(真妄頌)》을 가르치 고 선법(禪法)을 지도했다. 또 도흠선사(道欽禪師)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만년에 항주(杭 州) 진망산(秦望山)에서 수행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조과선사(鳥窠禪師)라고 불렀다. 822 년 백거이(白居易)가 항주자사(杭州刺史)로 부임해서 도림(道林)의 명성을 흠모하여 산에 가서 알현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시호는 원수선사(園修禪師)이다.
8. 벽수(碧水) : 깊어서 푸른빛이 나는 물.
9. 망망(茫茫) : 넓고 멀어 아득한 모양(模樣), 어둡고 아득함.
10. 불문(不闻) :
1) 듣지 못하다. 못 듣다.
2) 듣지 않다. 관심 없다.
● “전식의 사행록과 해로 사행의 체험시” 조창록(2011년), 73쪽 인용.
●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구곡산(句曲山)에서 수도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삼형제. 茅盈, 茅固, 茅衷을 가리킨다.
[ 출처 ] 전식선생의 사행시를 통해 본 사행 재조명 ( 전재몽 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