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논술 수업을 마치며.......
구리 9기 신삼은
‘5개월, 너무 길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벌써 종강을 맞고 있다. 나의 긍정적 착각이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 낸다’라는 말에 부합되게 단 한 번의 결석이나 조퇴 없이 충실히 해냈다. 누가 시켜서 들었거나 마지못해 했다면 잘 마무리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원했고 내가 선택한 일이었기에 할 수 있었으며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투자한 시간과 열정에 반드시 얻어 가는 것이 있어야 했다. 글을 씀으로써 나를 돌아보고 수업을 온전히 담아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듣는 것에서만 이 수업을 마쳤다면 과연 나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하는 질문도 해 본다. 수업을 마무리 하며 그 동안 배웠던 내용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물론 듣기 좋은 말들로 잘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이와 방학 숙제 정리를 하다 보니 독후감 써오기가 있었고 평소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잘 말하지만 글씨 쓰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글씨를 쓰게 하려다 보니 아이는 더욱더 거부 반응만 보였다. 그러다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내 머리에 들어 있는 생각들이 자동으로 종이에 써져서 나왔으면 좋겠어!”
정말 기막힌 생각이다. 상상력이 뛰어나도 어찌 이리 엉뚱할 수 있는지 한편 너무 귀엽기도 하지만 개학이 코앞이라 맘이 급해진 내가 아이의 숙제를 나의 숙제인 듯 애를 태우고 쓰기 싫은 글씨를 쓰도록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왜 아이의 숙제를 엄마가 걱정하는 데요? 글쓰기를 싫다하면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지 않나요?”
선생님이 물으시며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틀린 거라 하셨다. 잘못은 고치는 것이고 틀린 것은 새로 하는 거라 하셨다. ‘틀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것 내게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나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남의 잘못을 내가 지적해준다고 그 사람의 행동이 변화할 수 없고 오히려 잘하는 것을 칭찬해주면 잘못하는 것들을 점점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빠르다고 한다. 내가 아이의 못하는 것을 가지고 고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말을 참 잘 한다. 그거였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
“우진아, 엄마가 좋은 엄마야 나쁜 엄마야?”
“좋은 엄마야. 근데, 쪼금 안 좋을 때도 있어.”
“그래? 그럼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화를 안 냈으면 좋겠고, 장난감을 적당히 사줬으면 좋겠고, TV보게 해줬으면 좋겠고….”
아이가 주저리주저리 7가지 정도를 말했다.
“우진아, 엄마가 다 기억할 수가 없는데 네가 종합장에 잘 보이게 써줄래?”
아이는 어려운 일 아니라는 듯이 공책에 글을 썼다. 글씨 쓰는 것을 그렇게도 싫어했던 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성들여 써주었다. 그랬구나! 아이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 주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알면서도 엄마의 다급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고 듣기 좋은 말들로 이야기를 포장해서 말했다면 이렇게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을까 싶다.
“배우는 사람이 평가에 빠지면 자기 생각에 취해 자신의 잘남을 내세우고 인정받으려는 체하는데 빠지고 만다. 평가하려면 차라리 선택을 말라.”
이인환 선생님의 말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너무도 소중하고 가치 있던 5개월의 나의 독서 논술수업은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며 사람들과 소통해 나가는데 큰 멘토 역할을 담당하며 내 생활의 글쓰기에 있어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첫댓글 공부하는 이의 모범 자세를 보여주셨네요? 배운 것을 바로 실천하고, 내 것을 내세우기보다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말을 쉽게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정말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